옛날 사람이라 이면지도 깨끗한 비닐도 못버리고 모아두는 나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간직하고 어떤 방식으로 간직하는가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그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외적인 측면과 내적인 측면에서 자기 삶을 어떻게 조직하는가를 보여주는 작은 증거다. 누군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가 쌓아둔 물건들을 살펴보라. - P256
만약 내가 이탈리아인이라면 상황이 전혀 다를 것이다. 내게는 격렬하게 열정적인 남편이 있을 테고, 우리는 격렬하게 열정적인 아이들을 낳아서 격렬하게 열정적인 가정을 꾸렸을 테고, 저녁에는 거대한 파스타 접시를 앞에 두고 식탁에 앉아서 황혼에서 새벽까지 서로 고함을 쳐댈 것이다. 고함을 치고 또 치다가, 결국에는 울면서 껴안고 눈물바다 속에서 화해할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 - P254
현재의 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책임감 있는 여성답게 감정을 아주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 나는 내감정을 조용히 처리한다. 남몰래 처리한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내 집에서 처리한다.이것은 대단히 비이탈리아인다운 행동이다. 그리고 대단히1990년대다운 행동이다. 요즘은 감정과 격정과 분노를 터뜨려도되는 상황이 전혀 없다. 그것들을 풀어놓을 공간이 어디에도 없다.우리는 일을 잃을까 봐 두려워서, 직장에서 자기주장을 드러내지않는다. 사람들 앞에서는 올바른 말만 해야 한다고 걱정해서, 안전단 주제에 대해서만 말한다. - P253
ㅇ ㅇ ㅆ ㄱㅅㄲ
나는 없는 용기를 끌어모아서 그의 연구실로 그를 만나러 갔다. 너무 불편하고 이상해서 이 상황을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고 더듬더듬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친구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가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이렇게 대답했던 것도 기억난다. "글쎄,연인이 되지 않을 거라면 내가 왜 그래야 하지?"우리는 다시는 말을 섞지 않았다.권력 남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잔인한 짓이다. 하지만 성적인측면에서의 권력 남용은 특히 더 잔인하다. 몇 해 전에 그 교수가심장마비로 돌연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딱히 슬프지는 않았다. - P251
내가 요즘도 종종 놀라는 점은 거식증과 알코올 중독에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둘 다 내가 내 감정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도록해주는 수단이었고, 각각 감정을 굶겨 죽이거나 술로 씻어내버리는 방법이었다. 한편 숨을 끊은 요즘 내가 쓰는 수단은 예의 그 충동들을 더 건전하게 다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더 안전하게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 고통으로부터 달아나는 대신그것을 대면함으로써 나아질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일은 쉽지 않다. 이 일을 해내려면, 가끔은 불안이 들이닥칠 때 사소하되 낯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든지, 목욕을 한다든지, 가만히 앉아서 차를 마신다든지, 또 가끔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 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