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를 하듯 신문에 실린 사진들을 검열되어 텅 빈 공란들을 격앙된 사설의어둑한 반대편을 들여다봐야 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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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가지마요. 잡아가면 안돼요. 소리치는 그녀들을 향해 각목을 든 구사대가 달려들었다. 헬멧과 방패로 중무장한 경찰 백여명을, 차창마다 철망이 쳐진 전경차들을 당신은 보았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무장했을까. 얼핏 생각했다. 우린 싸움을 못하고 무기도 없는데.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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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소리 죽여 흐느끼듯 애국가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린 영재라는 걸 깨달았을 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미 합창이 시작돼 있었습니다.
자력에 이끌린 것처럼 나도 따라 불렀습니다. 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리들이, 땀과 피와 고름이었던 우리들이 조용히 노래하는 동안, 어째서였는지 그들은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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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초와 일초 사이도 고통이였을 때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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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되는 사람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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