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김현p58앙글앙글1.어린아이가 소리 없이 자꾸 귀엽게 웃는 모양.2.무엇을 속이면서 자꾸 꾸며서 웃는 모양.
만나서 시 쓰기
그러다가. 우리 만나면 시를 쓰자. 우리 이제부터 우리를 만나서 시 쓰기라고 부르기로 하자. 저녁에 만나는것보단 점심에 만나는 편이 좋았다. 저녁에 헤어지면 영영 헤어지는 것 같은데, 점심에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서로의 일정이 맞지 않아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할 때에도, 나는 우리가 또 만날 거라는 걸 알았다.아무리 만나기 힘들어도 우리는 만날 것 같아. 그 사실이내게 힘을 줘. - P40
역사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상상해보고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결과만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아니라 그 속내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헤아리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됩니다. - P139
마차가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열던 종로의 한 포장마차다.우리는 탁자에 둘러앉아 계란말이나 우동을 놓고 소주를마셨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 근처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새벽엔 건물들이 죄다 문을 닫아 화장실사용이 어려웠다. 나와 친구 M은 술기운으로 의기양양해져 근처 주차장으로 갔다. 엉덩이를 담 쪽으로 두고 주차된 차들 꽁무니를 바라보며 쭈그려 앉아 오줌을 누던 날들! 그런 날을 M과 참 많이 나눠 가졌다. 캄캄한 곳에서더 캄캄하게 흘러가는 오줌 줄기가 우리의 앞날 같았다.키득거리며 오줌을 누고 나서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간혹 울음으로 번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쟤들은 오줌누러 가서는 소식이 없다고, 친구들이 찾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번은 술자리가 파하고 집에 가는 길에 M이거리에서 취해 자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쥐여주는 걸 봤다.가까이서 보니 계란말이였다. 그땐 모두가 엉뚱했다. 집에가는 길엔 혼자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 P148
밤의 하인은 무언가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언가 (세상이 정해둔 직업 중 하나를 골라) 되고 싶어 하지 (세상이 딱히 정해둔 적 없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므로 그는 손가락질을 받는다."밤의 하인"이 된다. 태양도 주인도 없는 삶, 양지가 아닌음지의 자리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허리를 굽힌채 지구의 끝에서 끝까지 손으로 바닥을 쓸며 달리는 일뿐이다. 미련함과 성실함은 그의 왕관이다.우직하게 나아간다.의심하지 않고 시곗바늘처럼 손끝으로 바닥을 쓸며 달리는 사람이다. -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