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뭐든 제대로 알게 되는 순간, 그것들은 발톱을 세우고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진실과 사실 그런 명백한 것들의 속성. 언제고 그것들은 사납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다. - P62
주전자에 버섯 끓인 물이 있다. 그 애가 끓였을 게 분명한그 미지근한 물을 홀짝거리며 생각한다.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는 그 애는 왜 결혼을 하지 않는 걸까. 가정을 꾸리고아이를 낳아 기르고 엄마가 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그런 의미 있고 대견한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걸까. - P61
배우고 싶은 점
그만큼 그 애는 때때로 지나치게 사려 깊다. 내게 어떤 말이 필요하고, 무슨 말을듣기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 P61
딸애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고 세탁기 앞에 서 있는 나를 위로한 건 그 애였다. 딸애도 그렇게 말을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딸애는 내 딸이니까우리는 가족이니까. 결코 그런 다정한 말은 나오지 않는 거겠지.이 애와 나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언제나 적당한 만큼의 배려와 예의를 보일 수 있는 거겠지. - P60
이 애들이 온뒤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은 내 방으로 옮겨졌다. 그건 나에대한 배려일까. 거실로 나오지 말라는 의미일까.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