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열던 종로의 한 포장마차다.
우리는 탁자에 둘러앉아 계란말이나 우동을 놓고 소주를마셨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 근처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새벽엔 건물들이 죄다 문을 닫아 화장실사용이 어려웠다. 나와 친구 M은 술기운으로 의기양양해져 근처 주차장으로 갔다. 엉덩이를 담 쪽으로 두고 주차된 차들 꽁무니를 바라보며 쭈그려 앉아 오줌을 누던 날들! 그런 날을 M과 참 많이 나눠 가졌다. 캄캄한 곳에서더 캄캄하게 흘러가는 오줌 줄기가 우리의 앞날 같았다.
키득거리며 오줌을 누고 나서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간혹 울음으로 번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쟤들은 오줌누러 가서는 소식이 없다고, 친구들이 찾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번은 술자리가 파하고 집에 가는 길에 M이거리에서 취해 자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쥐여주는 걸 봤다.
가까이서 보니 계란말이였다. 그땐 모두가 엉뚱했다. 집에가는 길엔 혼자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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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하인은 무언가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언가 (세상이 정해둔 직업 중 하나를 골라) 되고 싶어 하지 (세상이 딱히 정해둔 적 없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므로 그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밤의 하인"이 된다. 태양도 주인도 없는 삶, 양지가 아닌음지의 자리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허리를 굽힌채 지구의 끝에서 끝까지 손으로 바닥을 쓸며 달리는 일뿐이다. 


미련함과 성실함은 그의 왕관이다.우직하게 나아간다.
의심하지 않고 시곗바늘처럼 손끝으로 바닥을 쓸며 달리는 사람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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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다. 시는 내게 보험이다. 모든 게 무너져도 남아 있는 것. 밤의 하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휘장을스스로 두른 채 내달린 적 있으니 행복에 겨운 일 아닌가아무나 밤의 하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밤의하인은 하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공들여 하는 사람.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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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그 어느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어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현재를 점검하지 않으면 잉카의 마지막 황제나 연개소문과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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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약용이자식들에게 당부했던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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