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딸이 이렇게 차별받는 게 속이 상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은 그 애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돈 앞에서 쩔쩔매다가 가난 속에 처박히고 늙어서까지 나처럼 이런고된 육체노동 속에 내던져질까 봐 두려워요. 그건 내 딸이여자를 좋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 난이 애들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 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해 주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예요.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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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제 나는 저기 반대편에 모여 선 사람들처럼 말할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애들에게 보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조용히 침묵하라고 명령하고, 죽은 듯 지내거나 죽어 버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편에 내가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애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서 있는 걸까. 서 있어야 할까.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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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의 마른 입술 한가운데가 갈라지며 빨갛게 피가 빼어나온다. 나는 손수건을 건네주고 기다란 의자 끝에 무너지듯앉는다. 그런 다음 복도 바닥의 한 지점을 골똘히 노려본다.
송곳 같은 것이 관자놀이를 찌르는 것 같다. 아니, 뾰족한 뭔가가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 같다.
가시 같은 것, 못 같은 것.
나는 내내 그런 걸 키우고 품어 왔는지 모른다. 그런 것들이 외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나를 지켜 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불러오는 건 이토록 끔찍한통증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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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잡으세요. 잘 따라오시고요.
나는 그만 주저앉고 싶다. 어디든 편하게 누워 심호흡을 하고흥분을 가라앉히고 싶다. 이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세상에, 그곳에선 그런 일이 있었구나, 뉴스를 보듯이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어떤 세계라고 할만한 것들이 나를 점점 가운데로 몰아넣고 어쩔 수 없이 중심에 서게끔 만들고 있다.
자, 네가 어떻게 하는지 보자.
어쩌면 이 순간 모두가 크게 눈을 부릅뜨고 나를 지켜보는지도 모른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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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하는 동안 나는 젠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라 딸애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세상의 일이 아니고 바로 내 일이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나의 일이다. 이런 말이 내 안의 어딘가에 있었다는 게 놀랍다. 그런 말이 깊은 곳에 가라앉아 죽을 때까지드러나지 않는 게 아니라, 마침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렇게 말이 되어 나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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