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되는 사람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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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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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인 우리 어머니는 지금 어떤 기억을 붙들고 있는걸까.
다 놔버린 것 중 무엇이 남아있을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런 것보다는
생각보다 일상적인 것들이 아닐까


캄캄한 이 덤불숲에서 내가 붙들어야 할 기억이 바로 그거였어.
내가 아직 몸을 가지고 있었던 그 밤의 모든 것, 늦은 밤 창문으로불어들어오던 습기 찬 바람, 그게 벗은 발등에 부드럽게 닿던 감촉.
잠든 누나로부터 희미하게 날아오는 로션과 파스 냄새, 삐르르 삐르르, 숨죽여 울던 마당의 풀벌레들, 우리 방 앞으로 끝없이 솟아오르는 커다란 접시꽃들, 네 부엌머리 방 맞은편 블록담을 타고 오르는 흐드러진 들장미들의 기척. 누나가 두번 쓰다듬어준 내 얼굴, 누나가 사랑한 내 눈 감은 얼굴.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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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잘린 군인이 느끼는 환상지통과 비슷한걸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느껴졌어. 누나는 죽었어. 나보다 먼저 죽었어.
혀도 목소리도 없이 신음하려고 하자, 눈물 대신 피와 진물이 새어나오는 통증이 느껴졌어. 눈이 없는데 어디서 피가 흐르는 걸까, 어디서 통증이 느껴지는 걸까.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내 창백한 얼굴을 나는 들여다봤어.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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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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