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선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지. 너무 무서워, - P35
쪼그만한게 든 자리도 표나고난 자리는 더 표나고..
"장모님, 드디어 데리러 갈 수 있어요."앵무새가 갔다. 그녀는 일상을 되찾았다. 월요일엔 동네슈퍼에서 채소를 샀고, 수요일엔 평생교육원에 갔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엔 결명자차를 끓이며 TV를 보았고다 본 후에는 가스 불을 끄고 잤다. 모든 게 변함없었지만천변에는 한동안 나가지 못했다. 천변의 모든 풍경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 P34
지금은 곁을 안주는 딸을 대신한 앵무새
앵무새를 목련송이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망가지는 봄날의 목련 송이처럼두 손 가득 조심스럽게 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자 새가 그녀의 웃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처음 나와본 세상이 무섭다고멀리멀리 날아가는 대신, 그녀의 품속으로."아이고, 간지럽잖아."너무 간지러워 웃음이 났다. - P32
그녀는 손주들이 자라나는 걸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매일 아이들을 돌보고 저녁마다 딸과 밥을 같이 먹는 건 그녀가 아니라 딸의 시어머니였다. 딸은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녀에게아이를 맡아달라 부탁하지 않았다. - P31
엄마가 필요한 딸과앞만 보고 달리는 엄마
"엄마, 다음 주 운동회 날에만 가게 쉬고 학교에 와주안돼?"하지만 그녀는 쉴 수 없었다. 하루도 쉴 수가 없었지. 하루를 쉬면 과일이 다 물러버리고, 그러면 피아노 학원비를줄 수가 없는데. 딸아이와 균열이 생긴 건 그때였을까? 놀이켜보면 딸아이의 마음이 멀어질 만한 순간은 많았다. 녹초가 되어 자고 있는데 딸아이가 깨우면 그녀는 귀찮게 좀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과일 트럭이 다른 차들의 통행을방해하고 있으니 베라는 경비원과 핏대를 세워가며 싸우는결 본 딸이 그녀더러 창피하다고 말했을 때는 그녀도 너무창피하고 분해 뺨을 때렸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