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진을 찍었고, 해변을 조금 거닐었다. 나는 조금감상적인 마음이 되었는데, 더 이상 낮이 아니지만 아직 밤도 아닌 미확정의 시간대가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을 그었다 지우는 파도의 철썩이는 소리가 그렇게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머지않아 어둠이 몰려오면 보랏빛이 되었다가 검게물들 테지만, 아직은 사방이 핑크빛으로 가득했고 그 사이사이 부드러운 오렌지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 놀라운 장관,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놓는 시간과 시간의 경계를 언니와개리의 친구 그리고 나는 모래밭 위에 앉아 넋을 놓은 채바라보았고, 개리는 밀려오는 파도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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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보지 못한 곳이라 2차원의 그림을 그리며
읽지만 뉴욕을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금방 떠올리고 그곳의 냄새등이 기억날 것 같다.

 언니와 단둘이 베이글이나 도넛을 사서 유니언스퀘어 근처 공원에 앉아 있거나, 브루클린브리지 밑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구경하러 가는 날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도로에 줄지어 있는 옐로캡이나 건물 앞에 펄럭이는 성조기, 타임스퀘어 전광판 따위를 보거나..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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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딛고 일어선 아이들 ㅠ


엄마 아빠가 해석할 줄 모르는 한시를 내가 읽고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마다 ‘잘 지내고 있냐?‘라고 쓰는 아빠나포스트잇에 ‘시게 약 살 것‘이라고 적는 엄마는 내게 설명해줄 수 없는 to부정사와 동명사의 차이를 내가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예민하게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밖에 소나기가 떨어지거나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하면 나는 세탁소의 유리문 너머를 영화 스크린 보듯 바라보며 조용히 it‘sstarting to rain이라거나 it starts snowing이라고 발음해보곤했다. 묘한 슬픔이 뒤섞인 우월감을 느끼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자기의 부모를 딛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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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피로한 것 같긴 하지만 조금조 슬퍼 보이진 않는다.
나 역시 불만으로 가득했지만 불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년 시절 세탁소는 내게 가장 안락한 공간이었다. 업마의 미싱 소리, 세제 냄새가 밴 습하고 더운 공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디제이들의 유쾌한 목소리. 엄마 아빠가 교회에 가면 언제나 내가 남동생이 아니라 언제나 나였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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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작지만 분명한 놀라움이 그녀의 늙고 지친 몸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번져나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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