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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봐서 그런가?
이 책을 살 때 내가 책에서 얻길 바란 게 무엇이었지?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그저 시험 끝나고 봐야지 하고 사 두었었는데
계획대로 시험 끝나고 보니 내가 왜 샀나 하는 의문만 든다.
아마도 이런 실망섞인 감상이 나오는 걸 보면 차분하고 논리적인
최 교수에 대한 동경심에 거품이 좀 끼어 있었나 보다.
큰 애가 아직 내 뱃 속에 있을 때 EBS 강의를 보며 와...대단한 사람이구나
했던 감탄을 몇 년동안 품어 왔는데 이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해야 겠다라는
결심이 선다. 휴우...
책의 큰 주제는 여성이 결코 남성보다 뒤처지는 존재가 아니며 되레 월등한 존재임을
생물학적으로 입증해 보이는 것인데 생물학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보면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동물학이나 진화생물학 쪽 책을 몇 권
읽어 본 사람들에겐 다 알고 있는 예들이 나와서 시들한 감이 있다.
(아, 물론 그런 과학서적에선 동물에 대한 설명만 있지 이러이러 하므로
암컷, 여성이란 존재는 위대하다란 결론을 내지는 않고 있다.)
거기다 책의 큰 카테고리는 교양과학서가 아니라 수필에 가까워서
자기 유학시절 얘기며, 자식 자랑까지 섞여 있어서 씁쓸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왠 자랑이 그리 많냐구!) 호주제 폐지 전에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는
<호주제 존폐에 대한 생물학적 의견서>때문에 이슈가 될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2005년, 현재에는 그리 대단한 주장이라 할 수 없는 내용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여자들의 파워는 세 질 것이다.
이 의견에 토를 달 사람들은 유림의 할아버지들 뿐 아마도 대부분의 남자들 또한
(속으론 싫을지 몰라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이런 여자 남자 편 가르기는 지겹다.
저평가 되어 있던 여자들이 앞으론 힘 좀 쓸테니 남자들아, 맘 단단히 먹고 있어라
하고 말 하는 것도 우습고 (꼭 앙갚음 하는 것 같아서) 남자를 밟고 일어서야만
진정한 여성의 시대가 온 것이라 말하는 것도 싫다.
내가 바라는 바는 그 어떤 분야에서건, 어떤 부분에서건 성 구별을 없앴으면 하는 바다.
이런 일은 여자에게 맞고, 넌 남자니까 이걸 하고, 쟤는 여자라서
그런 맘을 갖는 거고, 남자인 걔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등등 이런 모든
분류를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싹 지우고 그저 한 사람으로만 평가했으면 싶다.
성 분류는 병원과 화장실 앞에서만.
그 외 모든 것은 성 구별 없이 여럿이 어울려서 사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린 마음에 분홍색을 좋아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아주 잘 하고 몸에 털이 많은 남자.사람.
어깨가 벌어 지고 오토바이 몰기를 좋아하며 포카의 달인인 여자. 사람.
제발 이런 세상이여, 지구 위에 강림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