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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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역을 며칠 앞두지 않았을 때였다. 피아노 반주자로서 교회에 꾸준히 다니고 있었는데, 전역을 내다보고 있을 때 목사님의 부인께서 이 책을 선물해 주셨다. 의사였지만 돈이나 그런 것들을 좇아가지 않고 살아간 이 사람을 보면서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씀을 덧붙여 주셨다. 

  비신앙인들이 보기에 신앙인들의 삶은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무모함을 있게 한 믿음이 두려워 보이기도 한다. 고 안수현 씨의 삶을 맞닥뜨리면서 처음 든 생각은 일종의 거부감이었다. 이 책 자체의 초점이 신실한 그리스도인인 고 안수현 씨에 맞춰져 있었기에 그의 삶의 방식은 나로서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병실 환자들에게 전도를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은 사상가 니체의 한 마디를 떠올리게 했다. "병들어 신음하는 자와 죽어가는 자들이야말로 신체와 대지를 경멸하고 하늘나라와 구원의 핏방울을 생각해 낸 자들이다."  

  그러다가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들어가 있는 고 안수현 씨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짤막한 글들을 읽다가 깨달았다. 영남대 부속 병원 의사인 전환진 씨는 말한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끼리는 낯선 사람들도 신의 이름 아래 좋은 유대가 형성되고 형제가 된다. 하지만 나처럼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신앙인들과의 인간관계가 불편과 제약을 주는 경우가 많다. 수현이는 내가 본 사람 중 신앙을 가짐으로써 오히려 인간관계의 반경이 더욱 커진 유일한 사람이다." 

   남들이 보기에 그는 단순히 신앙인이기 이전에 고대 의대를 나온 의사이며, 클래식에 조예가 깊고, 기독교 찬양단의 리더 역할을 맡으며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 잘나디 잘난 일명 엄친아일 것이다. 그러한 편견을 깨고 그리스도의 사랑 아래 타인에게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주고자 스스로 번민하고 노력하는 고 안수현 씨의 삶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비신앙인에게도 인상 깊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던 것은 그가 사람을 사랑하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고 안수현 씨의 삶의 끝자락은 허망하였다. 책의 마지막에서 종내 그의 죽음을 목격하며 나조차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기독교 신앙인들에게 그의 삶은 자신의 신앙을 반성하고 더욱 돈독히 해 나가는 큰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은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애를 실현해 나가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해서 읽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정말 좋은 책을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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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 - 그럼 뷰티 전문가는 화장품을 어떻게 고를까?
이나경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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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스페셜에서 <화장품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진실> 편을 방영했었다.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화장품 회사한테 속아온 것만 같아서 화가 났다. 스킨, 로션, 크림은 농도만 다를 뿐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고, 고가 화장품들이 선전하는 주름 개선, 미백 등의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화장품 대부분에는 중금속, 방부제 등이 함유되어 있어 프로그램을 보면서 화장품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기도 했다. 

  남성들도 화장품에 점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여러 화장품 회사들은 남성 화장품 라인을 속속 출시하고 있고, 비비크림 등 낮은 수준의 색조화장에까지 남성 화장품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어떻게 화장품을 선택해야 할까? 화장품 써야 하는 걸까? 아니 써도 되는 걸까? 화장품에 의문을 품어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에 등장하는 50가지 거짓말에 절반 이상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아이크림은 그저 보습제일 뿐이라고 역설해도 아이크림을 손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거기에 저자는 가장 현실적인 처방을 내려준다. 자기에게 맞는 아이크림을 하나 선택해 발라라. 대신 자외선차단제도 눈가까지 꼼꼼히 발라야 한다. 또한 화장품을 극도로 혐오하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혼란스러워하는 소비자들에게는 FDA가 놀고 먹는 기관이 아님을 알려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자외선 차단제를 소개한 부분이다. 이 부분 만큼은 논란의 여지없이 100% 받아 들여도 좋을 것 같다. 피부과 전문의들도 피부 노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라고 한다.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부터 종류, 바를 때 주의할 점까지 한 파트를 자외선 차단제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화장품 광고 문구 하나에도 흔들리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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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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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람을 보고 판단을 한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그가 어떤 사람이겠거니 그 사람의 옷차림, 행동 등을 보고 예측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무의식적인 사람들의 심리적 행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소개'하는 책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스누핑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의 개인적인 공간을 분석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스누핑이라는 작업을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과 관련된 각종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다채롭게 소개해 주고 있다. 읽다 보면 세상에, 이런 것도 연구를 하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부제로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마술책이 아니다. 엄연한 심리학 관련 서적이고, 따라서 스누핑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단번에 터득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저자 또한 아직은 완벽하게 스누핑이라는 작업을 체계화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심리적인 면과 연관되어 있으며, 우리가 스스로 생각보다 타인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표출하고 있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책장을 덮으며 제일 먼저 내 책상을 살펴보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상대방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싶어서 이 책을 구입하셨던 분들은 스누핑과 연관된 방대한 심리학 연구 내용들이 다소 실망스럽겠다. 아니면 스누핑이라는, 들어보면 사실 당연한 것만 같은 예술(저자는 예술이라고까지 말한다)의 세계에 흠뻑 빠질지도 모르고. 모 아니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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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은 왜 거꾸로 있을까? - 우주 저편에 대한 148가지 질문
프레드 왓슨 지음, 김소정 옮김, 김웅태 감수 / 사람과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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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재미있다. 우주 저편에 대한 148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인 프레드 왓슨은 천문학자로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앵글로 오스트레일리안 천문대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라디오 방송도 진행 한다는데, 이 책은 바로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받은 청취자들의 질문을 추려 정리한 것이다. 제목 또한 청취자들의 질문 중 하나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시청자들의 질문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해서 책의 구성이 산만하지는 않다. 오히려 천문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우주의 생성과 저편에 대한 궁금증까지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궁금증의 스펙트럼을 주제별로 잘 모아 놓았다. 다만 차례에는 큰 주제만 나와 있고 148가지의 질문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쉽다. 

  번역은 경쾌하다. 첫 부분에 영어를 번역했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하지만 저자가 의도하려는 바, 즉 천문학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달하려고 한 점은 잘 살아있다. 또한 천문학을 다루다 보니 아무리 쉽게 쓰려고 해도 전문용어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 때문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웅태 교수의 감수를 받아 전문용어를 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마냥 쉬운 책만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쓰인 책이니 그 곳을 중심으로 쓰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곳은 남반구다! 북반구의 독자들은 약간 헷갈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리고 일반 라디오 청취자들의 질문이라고는 하지만 질문거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하늘,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책을 읽다 보면 별 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도시에서 사시는 분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전부 밤하늘에 엄청난 애착과 관심이 있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다.(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또한 여러분은 천왕성이 다른 행성들보다 많이 기울어 누워 있다시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는지?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천문학 지식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중학교 과학 시간에 태양계에 대해 배웠던가 하시는 분들, 이참에 천문학에 관심을 좀 가져볼까 하시는 분들은 그림과 사진이 많고 더 쉽게 설명된 다른 책을 택하시는 게 좋을 듯 싶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지적 희열을 느끼실 분도 많으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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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창비시선 27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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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이다. '포옹'이라니 제목부터 따뜻하다. 하지만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다. 세상을 보는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지만 시인이 사는 세상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번듯한 직장을 구하고 싶어하던 청년은 군고구마를 굽고 있고, 지하철 역에는 머리를 푹 숙이고 손바닥만 내민 노숙자들이 살고 있다.

  청년은 지금 불 위의 고구마처럼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 온몸이 딱딱하고 시커멓게 타들어가면서도 / 기다림만은 노랗고 따끈따끈하게 구워지고 있을 것이다 ('군고구마 굽는 청년'부분) 

   나는 그대의 불전함 / 지하척 바닥을 기어가는 배고픈 불전함 / 동전 한닢 떨어지는 소리가 천년이 걸린다 ('걸인' 부분) 

  어려운 세상을 살면서 세상의 그림자에 귀를 기울일수록 시인은 절창이 된다. 하지만 세상의 그림자에 귀를 기울일수록 시인은 마음이 아프다. 취재를 하려고 간 것이 아니라 시를 쓰려고 간 것이기 때문에 시인은 세상의 그늘에서 발을 떼지 못한다. 오히려 흠뻑 젖어 버리고 만다.

  강가의 물새 한 마리 / 물에 젖지 않고 / 순식간에 / 물에 뛰어들어갔다가 나온다 / 나도 물새가 되어 / 물에 뛰어든다 / 그만 흠뻑 물에 젖어 / 나오지 못한다 ('물새' 전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소박한 시인의 마음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고뇌한다. 현실과 이상의  '틈'에서 상처받는 존재를 만난다. 

  살얼음 낀 겨울 논바닥에 / 기러기 한 마리 / 툭 /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은 / 하늘에 /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빈틈' 전문) 

  이 시인 앞에서 세상의 모든 것, 심지어 화장실과 똥까지도 시가 될 수 있나보다.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발굴된 사건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자꾸 사진만 찍지만 그 부부는 알몸이 부끄러워 서로 꼭 껴안은 팔에 힘을 준다. 더럽고, 불쌍하다고 하는 것들이 부끄럽다고 뒷걸을칠 때 시로 그것들을 껴안아 주는 시인의 포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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