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프로이트는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크리스토퍼 놀란은 주장한다. 꿈을 공유할 수 있다면 꿈에 새로운 무의식을 심어 줌으로써 타인의 의식을 조종할 수 있다. 이런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여 영화 <인셉션>이 탄생하였다.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타인의 꿈에 들어가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각종 정보를 빼오는 일을 한다. 엄밀히 얘기하면 불법이다. 그러던 중 아내의 죽음과 관련하여 자신이 누명을 쓰면서 전세계를 떠돌아 다녀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 때 사오토(와타나베 켄)라는 재력가가 무의식에 새로운 기억을 심어줄 수도 있느냐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덧붙여진 조건은 바로 코브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 보내주겠다는 것. 범죄자 신세이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코브는 이 제안을 수락한다. 

  영화는 꿈을 조작한다는 기본 아이디어에 촘촘한 개연성을 덧붙였다. 꿈과 현실에서의 시간 차이,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 방법, 타인의 침입에 무의식이 대응하는 방식 등 영화 초반부에 이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대사로 쏟아낸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현실을 지배하는 물리학의 법칙을 해체하여 보여주는 꿈의 모습은 흥미롭고 대사의 설명은 친절하다.

  영화의 큰 줄기는 코브와 꿈 설계사로 고용된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코브를 괴롭히는 무의식에 접근한 아리아드네는 이것이 작전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코브가 무의식에 자리잡은 그의 아내 맬(마리온 꼬띨라르)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전을 펼쳐 나가는 중 코브의 무의식은 계속 맬을 불러내고 결국 꿈의 밑바닥에서 코브는 맬을 대면한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꿈 속에서 또 꿈을 꾸고 거기에 다시 한 번 꿈을 꾸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전세계를 누비면 촬영한 덕에 꿈 사이의 경계는 명확하고, 애초에 설정한 시간차로 인해 긴박감은 배가 된다. 작전의 수행은 결국 코브 자신에게 달려 있는데 서사는 후반부로 갈수록 코브의 무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차근차근 준비된 반전을 보여준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디카프리오를 보면서 이제 정말 배우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전작인 다크나이트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영화는 무척이나 밝고 경쾌하다. 살짝 열린 결말이 해피엔딩에 대한 의문의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말이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보니 현실에서의 내용이 너무 소략하게 다루어진 느낌도 있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신 분들이라면 <인셉션>의 반전이 <이터널 선샤인>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느낌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두 시간 여 동안 숨막히게 벌어지는 기억을 심는 사상 초유의 작전을 지켜보는 동안 그런 생각들이 과연 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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