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윤수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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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클래식을 듣는 것이 언제부터 고상한 취미가 되었을까. 클래식을 단순히 수준 높은 교양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저자는 중세 암흑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유럽에서 시작하여 400여 년의 시간을 훑으며 클래식이 어찌하여 예술인지, 어찌하여 독서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중에 깔리는 교양 있는 배경음악에 머무를 수 없는지를 알려준다.  

  책은 서양음악사의 굵직한 음악가들로 장들을 이루고 있다. 비발디, 바흐에서 말러, 쇼스타코비치까지도 다루고 현대 지금 우리의 시대를 에필로그로 넣어 두었다. 400쪽이 훌쩍 넘는 책에 고작 열 두 명의 작곡가밖에 없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각 장을 읽어보면 정작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거기에는 비발디가 살아간 시대, 베토벤이 살아간 시대, 드뷔시가 살아간 시대가 있을 뿐이다. 

  위인은 때로 너무나 신성시 될 때가 있다. 사실 그들도 이곳의 시간을 살아간, 그 시대의 역사를 살아간 한 인간일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다만 그들이 여전히 기억되고 회자되는 것은 그들이 살았던 역사 속에서 번민하고 고뇌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대를 비집고 흘러나온 고뇌의 흔적을 클래식 속에서 찾을 수 있도록, 클래식 음악이 그래서 예술이고 때로는 불편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온갖 예술에 대한 조예로 저자는 이 책을 빚어 내었다. 

  지금은 정형화 되고 감상의 대상이 된 클래식이 당대에는 시대에 대한 비명이었다. 현대의 에필로그에 이르러 저자는 말한다. 지금도 현대라는 시대와 타협하고 화해하지 못하는 불협화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클래식은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생생한 현재로 복원된다. 저자의 말대로 이제는 그 불협화음에 사로잡힐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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