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예수 -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도마복음'풀이
오강남 지음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도 기독교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전국 방방곡곡 솟아 있는 십자가만 봐도 이는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와 같은 비기독교인에게 맹목적으로만 보이는 그들의 믿음은 불편하다. 사랑을 외쳤다는 예수님은 왜 믿지 않는 자에게는 그리 잔인하리만큼 무서운 말씀들을 하셨을까. 살면서 기독교 문화를 많이 접했음에도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은 일단 믿으면 된다, 믿으면 좋다, 편안해진다는 식의 막무가내 때문이었다. 


   오강남 선생님이 쓴 <또 다른 예수>는 이런 막연한 믿음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이 책은 <도마복음>을 소개하고 풀이한 책인데, <도마복음>은 1945년 경 이집트에서 발견된 성서로 아직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성서다.  그 까닭은 분명하다.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 이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음을 예고하고, 예수님을 믿고 영생을 얻으라는 가르침을 설파하는 반면에 <도마복음>에서의 예수님은 스스로의 깨달음을 강조하며, 언제가 아니라 어디서 구원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의 예수님 말씀을 저자는 동양의 공자, 노자, 석가 등 기존의 성현들과의 가르침과 비교해 보며 깊이 있게 분석한다. 그러는 동안 나와 같은 비기독교인에게도 예수님은 친근하면서도 위대한 사상가로 다가온다.  


   저자는 기독교와 타 종교 간의 연결고리를 <도마복음>에서 찾고 있다. 기독교와 유교, 불교, 도교 심지어 민족종교인 천도교가 어떻게 공통된 주제로 발전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기존 기독교인들이 읽기에는 굉장히 낯설고 불편한 책일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말미에 <도마복음>이 기존 복음서들과 배타적인 위치에 있는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도마복음>이 기존의 복음서들에 내재한 더 깊고 은밀한 내용을 읽어낼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의 세 복음서에서 예수님을 믿지 못하며 의문을 제기하는 제자 도마는 <도마복음>에서 유일하게 예수님의 말씀을 샘물처럼 마시고 깨달은 자로 그려져 있다. 예수님이 도마를 따로 불러 말씀을 전하시는데 다른 제자들이 도마에게 무슨 말씀을 들었느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도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수님이 내게 하신 말씀 중 하나라도 자네들한테 말하면 자네들은 돌을 들어 나를 칠 것이고, 돌에서 불이 나와 자네들을 삼킬 것일세."(<도마복음> 제13절) 아무래도 <도마복음>이 다른 기독교인들에게 위와 같이 비칠지 모르겠다. 이에 한 구절을 더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 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추구하는 사람은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찾으면 혼란스러워지고, 혼란스러워지면 놀랄 것입니다. 그런 후에야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도마복음> 제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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