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세계문학의 천재들 5
에바 킬피 지음, 성귀수 옮김 / 들녘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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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소설

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소설

핀란드 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주로 주로 성性과 애정생활에 관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 페미니스트 작가


이 책을 읽게 만든 이 책의 <소개> 이다.

북유럽 소설이라니 너무 낯설다. 이름이라도 알고 있는 북유럽 작가가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북유럽이라.  북유럽 하면 추위, 청정 자연, 복지...?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런 미지의 세계에서 온 책. 게다가 상상하고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에로티시즘 소설이라니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타마라] 불가능한 사랑





 


여주인공 이름이 타마라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인공의 여자이다.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성불구인 '내'가 '타마라'라는 여인을 만나서 남다른 애정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이야기다.

에로티시즘이니 페미니스트 작가이니 해서 약간 긴장하고 읽었는데 사랑 이야기다.  

대부분이 해봤을 '어려운 사랑' 이야기다.

쉬운 사랑이 있었던가. 아름다운 육체, 많은 부, 뛰어난 지식 등등 그 어느 것을 또는 그 모든 것을 가지고도 어려운 것이 사랑이었다.

그러니 주인공이 사고로 인해 하반신에 장애를 입고 성불구를 가졌다 한 들 '더 어려운 사랑'일뿐이다.


​다만, 성적 장애가 있는 '나'와 '타마라'와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기이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독특한 설정, 불편할 수도 있는 그들만의 세계,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랑으로 채워지길 갈구하는 영혼들.

정신과 상담사(?)로 보이는 '타마라'는 망가지고 부서진 사람들과 관계를 하고

성불구인 '나'는 책에서 쓰인 단어에 성적 의미를 찾는 교수이다. 

그런 두 사람이기에 서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제처럼 불가능한 사랑이지만 끝내 놓을 수 없는 사랑.

이게 내가 읽은 [타마라] 의 줄거리였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다.

1972년 이 책이 쓰였을 때 핀란드에서는 '타마라' 가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성적 주체자로 묘사되어 논란이 됐다고 한다.  당시의 핀란드의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인 것처럼 차별과 고정관념에 시달렸던 듯하다.  그래서 남녀관계에 있어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던 작가는 여성인 '타마라'를 관계의 주체자로 세움으로써 당시 남녀관계를 통념을 깨부수려 했던 듯하다.

언제든 관계를 끊어버리고 떠날 수 있는 '타마라'와 언제나 그녀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나'의 구도는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남녀관계의 모습이다.  마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작가에 대한 설명이 이 책을 읽게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의 분위기는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등의 단어가 들어가면 여성 우월주의나 이기적이면서 무지하기만 한 여성상을 떠올리면서 읽어볼 만한 가치도 없는 그 무엇으로 치부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1972년과 2022년은 아주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당시에는 [타마라]가 작가의 의도대로 정교하게 쓰여진 여성 해방을 위한 소설로 읽혀졌다면

지금의 [타마라]는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한 사랑 이야기의 하나로 변했다. 

'타마라'도 더 이상 타락한 여성이 아닌 당당하고 열정적인 여성으로 재탄생 했다.


​그러니 사랑이 지나가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 또한 한창 젊었을 때의 그 사랑이 지나가버린 후에 읽게 되어서 그런지 묘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는 서로 헤어져서 살 용기가 없을 거라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한 상태다. 만약 따로따로 혼자 살면, 우리는 둘 다 지금보다 형편 없이, 시들시들 살아갈 것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정말로 우리에게 근본적인 무언가가 부족한 건지, 똑같은 질문만 끊임없이 곱씹느라 몇 시간이고 일도 팽개친 채 멍하니 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에 빠질 정도로, 지엽적인 행복에 혹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 page 28 중에서



책을 펼치면 목차나 작가의 말이나 서문 같은 것이 없다.

책을 펼치면 간단히 차례가 나오는데 1~30으로 구분만 되어 있다. 

책의 시작과 끝에는 늘 이런저런 얘기가 실리기 마련인데 깔끔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마음에 든다.

어쩐지 작가에 대한 소개가 좀 더 있었으면 싶었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소설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


** [타마라] 의 어느 책 소개를 보다 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 적혀 있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자 목록을 찾아보니 없었다.  수상자가 아닌 후보자였나, 수상자인데 제대로 찾아보질 못했나 어찌 된 건지 궁금하다. 


** 결은 다르지만 故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 가 생각났다.  사랑이란 이름을 붙여서 가능한 일은 어디까지일까.


** 이 책을 소개할 때 북유럽 소설로 묶어도 될까 싶다. 핀란드 소설로 소개하는 게 좋지 않을까. 북유럽도 각국의 색깔이 있을테니까. 


​​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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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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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탄생, 인류의 진화, 지구의 시작, 고대 문명, 우주의 끝을 찾아서 등등등

이 아름다운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고 그 지구 안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인류가 어떻게 생겨나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됐는지에 대한 다큐는 몇 변을 봐도 재미있다. 심심하면 찾아서 보곤 한다.

그중에서도 인류가 무엇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어떻게 식문화가 퍼져 나갔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다.

먹는 것에 진심인 인류의 모습을 보면 투박해도 너무 감동적이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나니까.

그 재미진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낸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책을 받아보니 띠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NHK 스페셜 다큐멘터리 5부작 <식의 기원>

음식은 어떻게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는가?

그렇다. 이 책의 지은이가 바로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이다.

그들이 5부작으로 다루었던 다큐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더해서 발간한 책이다.

다큐를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은 처음이라 이야기의 구성이 더욱 궁금했다.


책 제목만 읽으면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진화를 말하는 것 같지만

인류가 무엇을 먹으며 진화했는가!라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진화하며 먹어온 것들을 토대로 현인류(특히 일본인)의 이상적인 식사를 돌아보자. 이다. 흥미로워.

책도 다큐와 마찬가지로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다큐와 같은 구성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궁금했던 질문들이 각 장의 소제목으로 소개된다. 제목만 읽어도 흥미를 유발하게끔 편집/구성이 좋다.

1장 밥은 우리 몸의 적군일까, 아군일까?

2장 소금이 없으면, 왜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까?

3장 지방이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사실일까?

4장 술, 왜 과음하게 되는 걸까?

5장 우리는 왜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찾을까?



1장은 탄수화물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본도 최근 탄수화물을 줄이면서 하는 다이어트가 유행이고 일명 '구석기 식단'이라고 하는 고기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식단이 유행한 지 꽤 되었고 몸무게를 줄인다고 하는 사람들은 우선 탄수화물부터 제한한다. 근육질의 건강하고 슬림한 몸매를 도전하며 탄수화물이야말로 살찌게 하는 1등 공신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한데 1장에서는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단기간 살이 빠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건강을 해칠 뿐이라고 한다.

동양인은 쌀밥을 먹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밥을 먹어도 쉽게 살찌지 않는 체질이 되었으며

좋은 장내세균을 증식시켜서 장수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밥을 주식으로 삼아 긴 시간 이어온 덕분에 인체에 생각지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최신 연구로 밝혀졌다. 일본인을 비롯해 밥을 주식으로 삼아온 동양인 중에는 밥을 먹어도 쉽게 살찌지 않는 체질이 많다는 것이다.

>>> page 039 중에서

생각해 보면 만일 탄수화물 섭취로 인해서 동양인들이 살이 찐다면 사냥/채집/농경에 적합하지 못한 체형이 될 테니 아마도 다른 것을 주식으로 삼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초식동물처럼 풀만 먹도록 진화했다든지.

다만, 진화한 대로 밥을 주식으로 잘 활용하려면 '꼭꼭 씹어먹어야만' 한다.

현대인들은 천천히 앉아서 밥을 씹어 먹으며 즐길 시간이 부족하고 예전과는 다른 방식의 도정 방법으로 인해 쌀의 영양분이 부족해지고 당분만 높아졌을지도 모르지만 매 끼니 조금의 쌀밥을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이 건강을 챙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2장은 소금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맛 표현을 할 때 '단짠단짠'을 말하듯이 짠맛은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인류가 요리에 처음 소금을 사용했을 때의 놀라음을 상상해 보면 어쩐지 흐뭇해진다. 하지만 어떻게 처음 소금을 발견하게 된 것인지는 상상해 보질 않았다.

2장에서는, 인류는 바다에서부터 왔기 때문에 염분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혀가 발달해서 육지에서도 '짠맛'을 탐지하게 금 진화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미 육지로 올라온 인류에게 맛에 있어서는 소금이 적당히 들어가야 단맛이나 감칠맛이 더해져 좋지만 실제 우리 몸에는 많은 염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소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던 마사이족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소금 과다 섭취를 돌아보게 한다.

무염 문화가 가르쳐준 점은 인간은 본래 하루에 1~3그램 정도의 염분만 있으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 page 090 중에서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싱겁게 먹으려 노력했더니 외부에서 사 먹는 음식들이 모두 너무 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3장은 지방 - 오메가 3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메가3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고 건강식품 관련 영상/글만 봐도 오메가3는 필수 보조 식품이다.

뇌에도 좋고 몸에도 좋다니까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주 중요한 지점이 있었다.

식용유나 육류 지방 부분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6 지방산과 꼭 챙겨 먹어야만 하는 오메가3 지방산의 균형이 맞아야만 건강하다는 것이다.

엑셀을 밟는 오메가6와 브레이크를 거는 오메가3, 이 두 지방산의 비율을 잘 유지하는 것이 우리 건강에 무척 중요한 일이다.

>>> page 150 중에서

그렇다면 오메가3는 어떻게 섭취해야 할까.

어패류의 지방층을 섭취하는 것, 회로 먹으면 더 좋고 그게 어렵다면 정어리, 꽁치, 고등어 통조림 하나만 먹어도 하루 섭취 목표량을 채운다고 한다. 아마씨유나 들기름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생선이나 식용유를 어떻게 하루 섭취량에 맞추어 챙길 수가 있을까. 결론은 오메가3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용적인 정보라 좋다. 물론 나도 주변인들도 모두 오메가3를 약의 형태로 챙겨 먹는다.


4장은 술 이야기이다. 인류의 먹거리를 말할 때 술이 빠질 수는 없으니.

술 이야기를 할 때의 접근이 새롭다.

술이 언제부터 만들어졌고 각국의 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일본 술의 역사나 장점이 아니라

유전자 유형에 따른 술 마시는 방법과 나아가야 할 방향이 주가 된다.

책에서는 크게 4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그 안에서도 서양/동양으로 나누자면

서양인은 술은 잘 마시지만 다음 날까지 술 냄새가 날 수 있고 않고 동양인은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숙취가 없는 편이라고 한다. 주량이나 숙취에 관한 부분은 개인차가 너무 커서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까 싶지만 그들이 정리한 내용에서는 간략하게 그 정도로 나누려 했던 듯하다. 4가지 유형 안에 자신이 포함되는지 보고 지나친 음주를 하지 않도록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던 듯.



5장과 마지막 이야기는 맛에 관한 이야기다.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후각에서 오는 정보, 눈으로 보는 정보 또한 중요하며 쓴맛조차 잘 사용하면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를 알아가는 것은 결국 좀 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그래서 그 방법을 알려준다. 맛을 풍부하게 느끼는 방법, 편식을 없애는 방법, 쓴맛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일본의 책이니 일식을 좀 더 건강하게 먹는 레시피까지 알차게 적어놓았다.


다큐를 책으로 엮어서 그런지 정보들의 나열이 아닌 한 편의 다큐를 보는 듯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 지루함이 없다.

단순 정보를 알려주기보다는 실생활에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들을 주기 때문에 활용도도 높고 재미있다.

가끔, 우리의 조상들은 이런 요리법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덮고서야 명확하게 알게 됐다.

인류의 음식은 몸에서 필요한 성분이나 유전자의 영향으로도 진화했지만

단순히 끊임없이 '맛있는 것'을 찾아 헤매고 있는 점에서 확실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먹잘알들이 인류의 음식을 진화시키고 있다.

** NHK 다큐 <식의 기원 5부작> 영상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아직 영상을 찾지 못했다. 책과 같으려나 궁금하다.

** 알면서도 하기 힘든 것은, 덜먹기보다도 '꼭꼭 씹어먹기'이다.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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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소박한 집밥 이야기
보현 스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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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였는지 TV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요리를 아주 잘하시는 스님에 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뚝딱 해내는 요리가 맛있어서 맛본 사람들은 누구나 반하다던 음식들. 피자도 굽고 빵도 만드시던 그 스님이 아마 보현 스님이지 않았을까. 사찰음식의 대가들은 많으니 저자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그때의 기억이 나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이 책은 요리책이기도 하고

보현 스님의 에세이이기도 하다.

 

 

요리책 부분


보통 절 밥, 사찰음식이라는 건 육류와 오신채 -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 를 금지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반인들이 먹기에는 너무 심심하고 다채로운 맛은 없을 거라는 편견이 생긴다.

하지만 절에서 밥 한 끼 - 국수든 팥죽이든 비빔밥이든- 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알 것이다.

'어..? 맛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난한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시골 밥상, 들기름으로 구운 김 한 장에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우리네 흔한 밥상에 육류와 오신채가 빠진다 한 들. 그 손맛이 어디 가겠나.

 

그럼에도 보현 스님은 [살맛나는 밥상] 에서 새우젓이나 마늘, 파 등등 재료에 큰 제한 없이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는 보현 스님도 책에서 언급하였는데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은 이유는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렵지 않게 요리해서 맛있게 배를 채우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내라고 응원/위로 하는 마음으로 레시피를 적었기 때문이라 한다.

 

당당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는 자신 있다는 보현 스님.

김장 보시를 하거나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소박하고 단정한 레시피들을 공유한다.

 

8장으로 나누어 구성된 레시피는 총 40개다.

무침 / 볶음,구이 / 전,튀김 / 조림,찜 / 장아찌 / 김치 / 국,탕,찌개 / 간식

 
책 소개를 봤을 때

가장 끌리던 레시피가 3가지였다.

안타깝게도 요리에 관한 한 세상 누구 부럽지 않은 꽝손이라 그런지 아직 하나의 레시피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3가지 요리는 올해 안에 꼭 성공시켜 볼 생각이다.

콩나물잡채, 감자조림, 두부장아찌

 


 

알배추전은 우리 식구들이 모이면 종종 해먹는 음식이다.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전이라 명절날에는 특히 빠지질 않는다.

그 음식을 이 책에서 보니 너무 반갑다.

어쩐지 식구들과 함께 소박하게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알배추전을 맛있게 와구와구 먹었던 걸로 추억이 새로이 그려진다.

 

 

에세이 부분


요리책이자 에세이라고 말했듯이 이 책은 요리법을 배우는 책이라고만 할 수 없다.

요리 레시피 중간중간에 해당 음식에 관한 이야기, 종교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냈다.

 

어떻게 불교에 귀의하게 되어 '보현 스님'이라 불리게 되었는지.

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특히 '스님이기 전에 엄마 (p. 184)' 를 읽으면 보현 스님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수행에 전진하는 '한 사람'으로만 보인다.

텃밭을 일구고 산으로 채집을 나가고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일상들을 간략하게 적어놓은 에세이.

 


 

요즘은 1인 가구들이 늘어나서 요리하는 김치류나 나물류들은 주로 사서 먹게 된다. 맛있는 음식점들도 워낙 많다.

그러니 어쩌면 그저 맛있게 만드는 요리책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책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보현 스님의 에세이 때문이지 아닐까 싶다.

맛있는 요리로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겠다는 소망.

 

우리들의 밥상이 화려한 맛집에 가려지는 동안 잊혀가는 무엇인가가 있다.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손맛.

내가 그것을 지켜내고 있으니 함께 나누겠다는 [살맛나는 밥상]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오신채란? 五辛菜

N이버 검색 결과 : 불교에서 금지하는 다섯 가지 채소,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금지하는 다섯 개의 채소인 달래, 마늘, 부추, 파, 흥거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중국·일본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채소인 흥거 대신 양파를 금지하고 있다. 오신채는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인데, 이는 정신을 자극시켜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이런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로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하여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 아직 보현 스님의 유튜브를 찾아보지 못했다.

영상으로 보는 것이 책보다는 형편없는 요리 실력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이 책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서 말이다.

 

 

**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책을 보고 만든 음식을 하나라도 올리려고 했는데 그저 안타까울 뿐.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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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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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은 분명히 들어본 유명한 작품이 영화화가 되면 실망할 준비를 하고 본다.

개인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글과 함께 열심히 그려놓은 풍경이 영화 속에서 전혀 다른 그림이 될 때 괜히 봤다 싶기도 하다.

또는 영화를 먼저 봐서 별로 재미가 없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고 난 후에야 '감독은 책을 읽긴 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원작이 있는 영화는, 책을 읽고 나름으로 정리를 한 뒤에 가볍게 영화를 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를 먼저 봤다.

무료한 어느 오후에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보기 시작한 그 영화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렇게나 유명한 작품이니 책을 먼저 읽고 보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게으름에 결국은 영화를 먼저 보게 돼서

[위대한 개츠비] 책을 손에 쥐었을 때는 읽기도 전에 긴장부터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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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영화부터 보길 잘했다. 희한한 얘기지만 나는 그랬다.

아직 이 책과 영화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는 영화 -> 책의 순서를 추천하겠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도 늘 따라붙는 수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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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적인 소설' ,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문체'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이 너무 유명해서 안 읽어도 읽은 기분이 들 정도라서

책을 읽기만 하면 무릎을 탁 치면서 ' 와... 너무 미국적이고 아름답다'라는 공감이 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책을 읽고 보니 오히려 저 2가지가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 훨씬 풍부하게 느끼며 읽을 수 있다.

 

 

- 가장 미국적인 소설 :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그들이 사는 곳에 대한 묘사를 글만 읽어서는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을 연결시켜보니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미국적인 소설의 의미를.

아마도 '드라마 대장금'을 외국 사람들이 책으로만 읽는다면 기승전결에는 감동을 느낄지 몰라도 한국 사람만이 느끼는 '한국적인 정서'나 한국 사람만이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있는 당시 수라간 궁녀의 모습 같은 것들을 충분히 그릴 수 없는 것과 같은 거랄까.

 

 

 

-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문체 : 옮긴이 이정서님은 [이방인] 으로 알게 됐다. 그동안의 [이방인] 번역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며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세세하게 설명한 책을 발간하셔서 오래전에 읽었던 [이방인] 책을 새로 샀었다. 하여 [위대한 개츠비] 책 소개에서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이라는 문구와 '이정서 옮김' 을 보았을 때 이번 판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번역에 따라 이야기의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조금씩 알아가던 중이니까 말이다.

한데. 책을 읽다가 문득..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문체' 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원작을 보지 못했고 본다고 해도 알 수가 없을 테지만. 어쩐지 영어로 쓰인 원작은 꾸밈말이 많았을 것 같다. 미사여구랄까, 형용사나 부사랄까. 왜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문체라고 했는지 책을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영어 원문 그대로의 느낌은 아니다.

한국어로 번역을 하다 보니 세심하고 서정적으로 꾸며진 문장들이 미묘하게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호흡으로 읽히지 않고, 분명 문법도 맞고 틀린 단어도 없는데 미묘하게 서정적인 느낌이 부족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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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옮긴이 분이 굉장히 공을 들여서 번역하셔서 그런지 '원작으로 읽을 수 있다면 굉장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제겠다..' 정도의 아쉬움이 있을 뿐이고 이건 그저 타국의 언어가 가지는 한계일 뿐이라 어쩔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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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란을 읽다 보니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 재의 골짜기와 백만장자들,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 등의 제목을 두고 고민하다 [위대한 개츠비]로 결정했다는데 이 책을 읽었을 때 [위대한 개츠비] 아 아닌 다른 제목은 도무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아마 다른 제목이었으면 이렇게 유명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지도 몰라...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은 꼭 책이나 영화로 만나보길 바란다.

워낙 이 짤이 유명해서 책을 펴고 얼마간은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ㅎㅎ

 

 

시대정신이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 그 하나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없다.

그저 [위대한 개츠비] 에 대한 이야기다.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나중에 단순 재미로.. 다른 번역본으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번 읽을수록 이 소설이 더 좋아질 것 같다.

 

 

** 영화를 볼 때도 소설을 읽을 때도 [위대한 개츠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어울리는 게 맞나 싶은데 그렇다고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오묘하다. 전혀 개츠비스럽지 않은데 막상 또 연기를 보면 납득이 가기도 하는데 연기를 잘해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익숙한 얼굴이라 그런가?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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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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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을 읽는 이유가 됐다.


이런 글을 늘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는 노숙자도 아니고 천애고아나 외톨이도 아닌데 어쩐지 나도 그들 속에 있는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시리다. 


무사히 도착한  책을 들고 카페를 간다. 


고상한 척, 지적인 척, 멋진 척해 보고 싶은 것도 이유겠지만 울적해질 것만 같은 책은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에서 읽고 싶어진다.


괜히 더 슬퍼지지 않도록. 너무 과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도록.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읽을수록 묘한 기분이 든다.


낯선 장소이긴 하지만 서울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고

처음 읽는 얘기인데 최근 어느 기사에서,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서 본 것만 같다.

생판 남의 이야기인데 눈물이 난다.


2번의 도쿄 올림픽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

국가가 성장하고 화려해질수록 초라한 사람들의 삶은 더욱 궁지로 내몰린다.

궁지로 내몰린다. 이렇게 썼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겠지. 그 절박함. 삶의 위협.


주인공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죽도록 일만 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신혼의 단꿈을 즐길 여유도  아기의 재롱도 볼 겨를도 없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잔디를 깔고 왕실과 같은 날 첫아들을 보았던 주인공.

그런 그의 삶은 단 한 번도 평탄했던 적이 없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 노숙자가 되었다.


그의 눈에 비친 노숙자들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


이렇게만 써도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나.

새마을 운동, 88 서울 올림픽, 급성장, 잘살아보세, 재개발 등등

불쾌한 사실이지만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일본이 가고 있는 길과 닮아있다.

원수지간으로 여겨지지만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일본을 따라가고 있고 일제강점기의 잔재도 청산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지역을 서울역, 시골에서 상경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바꿔서 그려내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전미도서상(번역부분)을 수상했다고 해서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가 싶은 점이 있다.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와 다르게 격동적인 시간의 흐름이랄까.

중요한 일들을 놓치는 느낌이랄까.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랄까.

주인공을 끝내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왜 도망쳐야만 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쓸쓸하고 공허하다. 에서 끝난 것 같은 허무함.

이것은 나의 헛된 바람에서 나오는 욕심일 수도 있다.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해주기를.

기댈 곳이 남아 있고 희망찬 내일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해주기를.

도대체 무엇이 노숙자를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것들이 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라고 말해주기를.

그런 이야기들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책이나 영화보다 팍팍하다. 그것을 알고 있지만 늘 다른 것을 기대하게 된다.

이 책에 희망은 없다.

작가의 말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피,땀으로 성장한 나라. 

어느 나라라도 그렇겠지만 아마도 나는 우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답답하고 화가 나고 찜찜하다. 마치 2번째 책이 나와야 할 것 같은 마음. 

 

"올림픽 관련 토목공사에는 지진 재해와 원전 사고로 집과 일을 잃은 아버지와 아들들도 종사할 거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이 담긴 눈으로 6년 뒤에 열릴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기에, 그래서 더욱 저는 그런 시선 뒤로 아웃포커싱 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감동'과 '열광' 너머에 있는 것들을-."

>>> page 189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담겼을까.

내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알아들었을까.

공허하고 쓸쓸한 일본의 현주소는 우리와는 다른 길일까.

많은 물음을 뒤로하고 책을 덮었다.

대단한 책은 아니다.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봐야 할 이유는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보아야 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사람들을 돌아보아야 한다.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 최근 보았던 '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에 있는 '박흥순 사건'이 생각났다.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다.이조차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요즘 이 사건이 자주 떠오르네.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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