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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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을 읽는 이유가 됐다.


이런 글을 늘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는 노숙자도 아니고 천애고아나 외톨이도 아닌데 어쩐지 나도 그들 속에 있는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시리다. 


무사히 도착한  책을 들고 카페를 간다. 


고상한 척, 지적인 척, 멋진 척해 보고 싶은 것도 이유겠지만 울적해질 것만 같은 책은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에서 읽고 싶어진다.


괜히 더 슬퍼지지 않도록. 너무 과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도록.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읽을수록 묘한 기분이 든다.


낯선 장소이긴 하지만 서울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고

처음 읽는 얘기인데 최근 어느 기사에서,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서 본 것만 같다.

생판 남의 이야기인데 눈물이 난다.


2번의 도쿄 올림픽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

국가가 성장하고 화려해질수록 초라한 사람들의 삶은 더욱 궁지로 내몰린다.

궁지로 내몰린다. 이렇게 썼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겠지. 그 절박함. 삶의 위협.


주인공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죽도록 일만 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신혼의 단꿈을 즐길 여유도  아기의 재롱도 볼 겨를도 없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잔디를 깔고 왕실과 같은 날 첫아들을 보았던 주인공.

그런 그의 삶은 단 한 번도 평탄했던 적이 없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 노숙자가 되었다.


그의 눈에 비친 노숙자들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


이렇게만 써도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나.

새마을 운동, 88 서울 올림픽, 급성장, 잘살아보세, 재개발 등등

불쾌한 사실이지만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일본이 가고 있는 길과 닮아있다.

원수지간으로 여겨지지만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일본을 따라가고 있고 일제강점기의 잔재도 청산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지역을 서울역, 시골에서 상경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바꿔서 그려내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전미도서상(번역부분)을 수상했다고 해서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가 싶은 점이 있다.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와 다르게 격동적인 시간의 흐름이랄까.

중요한 일들을 놓치는 느낌이랄까.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랄까.

주인공을 끝내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왜 도망쳐야만 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쓸쓸하고 공허하다. 에서 끝난 것 같은 허무함.

이것은 나의 헛된 바람에서 나오는 욕심일 수도 있다.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해주기를.

기댈 곳이 남아 있고 희망찬 내일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해주기를.

도대체 무엇이 노숙자를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것들이 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라고 말해주기를.

그런 이야기들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책이나 영화보다 팍팍하다. 그것을 알고 있지만 늘 다른 것을 기대하게 된다.

이 책에 희망은 없다.

작가의 말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피,땀으로 성장한 나라. 

어느 나라라도 그렇겠지만 아마도 나는 우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답답하고 화가 나고 찜찜하다. 마치 2번째 책이 나와야 할 것 같은 마음. 

 

"올림픽 관련 토목공사에는 지진 재해와 원전 사고로 집과 일을 잃은 아버지와 아들들도 종사할 거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이 담긴 눈으로 6년 뒤에 열릴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기에, 그래서 더욱 저는 그런 시선 뒤로 아웃포커싱 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감동'과 '열광' 너머에 있는 것들을-."

>>> page 189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담겼을까.

내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알아들었을까.

공허하고 쓸쓸한 일본의 현주소는 우리와는 다른 길일까.

많은 물음을 뒤로하고 책을 덮었다.

대단한 책은 아니다.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봐야 할 이유는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보아야 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사람들을 돌아보아야 한다.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 최근 보았던 '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에 있는 '박흥순 사건'이 생각났다.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다.이조차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요즘 이 사건이 자주 떠오르네.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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