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고독, 고독의 일초.

어둑한 천장의 스크린으로 음악이 흐르고 책장이 펼쳐진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읽으며,

카디건스의 'Sabbath Bloody Sabbath'를 듣는 밤이다. 

모래바람 속에 펄럭이는 누더기 깃발같은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똑똑히 기억해야 하고

내 영혼을 애타게 돌봐야 한다.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 순간에도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

자전의 시간은 하루, 24시간이고 1,400분이고, 86400초다.

첨단의 물리학 원리로 만들어진 

'원자시계'가 정한 '세계협정시時'의 표준 '1초'란

'외부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세슘 원자가 9,912,531,770번 진동하는 시간'이다. 

절대 시간이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실제 지구의 

'자전시時'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루에

700,000분의 1초씩 느려지거나 빨라지거나 하는 오차를 보인다. 

그 이유는 험준한 산맥을 넘는 바람 때문이라거나,

대양의 해류변화 때문이라거나,

예측할 수 없는 지각변동때문이라거나

하는 설이 있을 뿐이다.

과학적인 원자시와 실질적인 자전시가

미세하게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과 우주의 운행이 

언제나 반드시

일정하게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이유로 '윤초 (閏秒, leap second)'가

도입되었다. 

1972년 이래,

6개월에서 2년 6개월 사이에 한 번씩,

'국제지구자전국 IERS'에 의해

세계협정시에 윤초인 1초가 더해지거나 빼진다. 

하여 그 1초는

내가 알게 된 

가장 고독한 1초다.

말없이 먼 곳으로부터 와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59초와 61초.

1초의 고독.

너를 데려가지 못한 나의 어둠은

그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우주의 운행이 

언제나 반드시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사랑이 변질된다거나,

사랑은 순간에만 가능하다거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짧은 찰나를 위해

우리의 전 생애가,

우리의 전 우주가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1초는 무한하고 고독하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에 대한 진정이다. 

미국의 우주비행사였던 

에드워드 깁슨은 말한다.

'왜인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들의 우주는 어쩔 수 없이 좋은 것입니다. 

그저 그런 것으로 우리들의 눈앞에 있을 뿐이죠. 그걸로 된 것 아닐까요'

                    - 이신조,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너를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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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배원이라는 존재가 그닥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군대 시절을 제외하자면 편지쓰기를
그닥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제복에 대한 묘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기만을 기다리는 편지
라면 더더욱 말이다.


http://www.for-munhak.or.kr/ -> 문학나눔

http://www.munjang.or.kr/mai_multi/djh/mailman_write.asp?group=3 - >문학 집배원 신청.


어떻게 가입이 되어있는지 모르지만 '문학나눔'에서 일주일에 두 번 편지를 보내온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메일이다.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김연수씨는 문장배달을, 시인 나희덕씨는 시배달을 한다. 한국어라는 언어가 이뤄놓은 유산들 중에서 각각 산문과 운문의 가장 높은 경지에 달했다고 해도 좋을 두 사람의 안목으로 고르고 고른 글들이니만큼 순도도 높다. 수많은 스팸메일들 중에서도 두 편지가 단연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각해보건데, 영롱하게 조탁된 이 짧은 글들에 안도하고 위로받는 것이 어쩌면 어느새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버거워하게 된 지금의 나를 위장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비록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나만을 위해 보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또 한 번 안도하고 위로받는다. 그래서 그저 그런 것으로 내 눈앞에 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된 것 아닐까.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에 대한 진정이다. '
물론 그 진정은 전달은 될 수 있으되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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