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이원수
엄매애
염소가 웁니다
울 밖을 내다보고
"이 문 좀 열어줘
이 문 좀 열어줘."
발돋움질해 봐도 아니 되어
뿔로 탁탁 받아 봐도 아니 되어
울 안에서 염소는
파래진 언덕보고 매애 웁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잔디밭에 가고 싶어 매애 웁니다
민들레도 피었네
오랑캐꽃도 피었네
보리밭 언덕 너머엔
살구꽃도 피었네
염소는 애가 타서
발돋움질 또 하네
"염소야,
염소야.
봄이 와도 너는
놀러도 못 가는구나."
우리 동네 할머니 두 분
김용택
장이동댁 할머니는
허리가 뒤로 굽고
세일이네 할머니는
허리가 앞으로 굽고
염소가 할머니를 끌고 가고
할머니가 염소를 끌고 가네
소낙비
비온다, 소낙비 좍좍 온다
아무데나 두들기며 막 쏟아진다
추녀 밑에 들어서서 보고 있으면
꽃나무들 제자리서 비를 맞네
장독도 제자리서 비를 맞네
비 속에 또 비온다 좔좔 온다
산도 들도 비 속에 매맞고 있네
아버지가 논귀에서 비를 맞네
누렁이도 논길에서 비를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