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이원수

 

엄매애

엄매애

염소가 웁니다

울 밖을 내다보고

염소가 웁니다

 

"이 문 좀 열어줘

이 문 좀 열어줘."

 

발돋움질해 봐도 아니 되어

뿔로 탁탁 받아 봐도 아니 되어

울 안에서 염소는

파래진 언덕보고 매애 웁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잔디밭에 가고 싶어 매애 웁니다

 

민들레도 피었네

오랑캐꽃도 피었네

보리밭 언덕 너머엔

살구꽃도 피었네

염소는 애가 타서

발돋움질 또 하네

 

"염소야,

염소야.

봄이 와도 너는

놀러도 못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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