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진짜 애쓴다
김용택
아침밥 해 먹고 설거지하고
방 청소하고 빨래해서 걸어 두고
마당에 고추 널고 또 고추 따러 간다
얼굴이 빨갛게 땀을 흘리며
하루 종일 고추를 딴다
해지면 집에 와서 고추 담고
저녁밥 해 먹고 설거지하고
고추를 방에다 부어놓고
고추를 가린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가리며
꾸벅꾸벅 존다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는
날마다 진짜 애쓴다
비오는 날
하루 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 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 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늙은 잠자리
방정환
수수나무 마나님
좋은 마나님
오늘 저녁 하루만
재워 주세요
아니 아니 안돼요
무서워서요
당신 눈이 무서워
못 재웁니다
잠잘 곳이 없어서
바지랑대 갈퀴에
혼자 앉아서
추운 바람 서러워
한숨짓는데
감나무 마른 잎이
떨어집니다
염소
이원수
엄매애
염소가 웁니다
울 밖을 내다보고
"이 문 좀 열어줘
이 문 좀 열어줘."
발돋움질해 봐도 아니 되어
뿔로 탁탁 받아 봐도 아니 되어
울 안에서 염소는
파래진 언덕보고 매애 웁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잔디밭에 가고 싶어 매애 웁니다
민들레도 피었네
오랑캐꽃도 피었네
보리밭 언덕 너머엔
살구꽃도 피었네
염소는 애가 타서
발돋움질 또 하네
"염소야,
염소야.
봄이 와도 너는
놀러도 못 가는구나."
우리 동네 할머니 두 분
장이동댁 할머니는
허리가 뒤로 굽고
세일이네 할머니는
허리가 앞으로 굽고
염소가 할머니를 끌고 가고
할머니가 염소를 끌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