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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 비바 ㅣ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평점 :
리스펙토르 사랑하지 마
그게 뭔데
리스펙토르 사랑하지 말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ㅠ 내 마음 속 리스펙토르 인기 순위 1등 아구아 비바 드립니다... 다 읽고 너무 좋아서 침대를 데굴데굴 굴렀다. 진짜임ㅠ 아구아 비바도 제일 먼저 읽을 수 있게 보내주신 을유출판사,, 감사합니다 (저희 이제 이 정도면 친구 맞나요?)
소설,, 수필,, 대체 뭐지,,? 하면서 읽다가 이 책은 일종의 선언문이기도 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과거에서 미래, 삶과 죽음 그 모든 것에는 현재라는 순간이 이어져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제목 그대로 흘러가는 물처럼.. 해파리처럼... 작가님이 그려놓은 어딘가를 부유하게 된다. 그러다가 페이지가 끝나고 다시 나의 현재로 돌아왔는데 삶과 죽음을 한번 경험한 기분이 들었다. 내 삶으로 돌아온 그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 책이 너무 좋아졌다. 누군가는 철학과 사유가 쓸모없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좋아한다. 단 삶에 대한 고찰과 존경이 필요하다. 고찰만해서는 안 된다. 결론은 삶에 대한 의지로 이어져야 한다. 왜냐면 내가 철학을 읽고 사유를 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내가 잘 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니까 ^__^
살아 있는 물, 해파리. 강제하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구아 비바라는 단어의 의미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제목처럼 이 책에는 정해진 형태가 없다. 화자가 있고 청자가 있는데 그마저도 명확하지 않다. 소설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하고 그냥 독백을 나열한 책 같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님 책 중에서 제일 난해한 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나보다.. 근데 그것까지 이 책의 제목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아닐까..ㅠ
내가 이 책을 제일 좋아하게 된 이유를 하나만 설명하라면 이 문단을 보여주고 싶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몰까,, 답을 알았다면 나는 니체 선생님보다 유명한 철학자가 되어있겠지?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인생에 대해 질문하고 계속 생각한다.
오직 시간과 함께 태어나고 시간과 더불어 성장하는 삶만을 다짐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문장이 다시 생각났다. 내가 이 책을 일종의 선언문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이 문장 때문이다. 작가님도 이 책을 쓰며 저렇게 살 것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건 아닐까? R=vd..처럼...^^....ㅋㅋㅋㅋㅋㅋㅋㅋㅠ (이 책을 읽고 이런 표현밖에 못 하는 내가 밉ㄷㅏ)
미래를 맞이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늘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미래가 되고 , 모든 시간은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된다.
너무 먼 미래가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막 살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오늘에 충실하자..! 작가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이런 문장이 나오면 감동받고,, 다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고,, 하다보니까 책이 끝나서 놀랬다. 여러 번 읽게 되는 페이지가 많아서 두께치고는 오래 읽었는데 이상하게 책이 짧게 느껴졌다.
몇 번씩 다시 읽었던 페이지들.
오직 걸어야만 걷는 법을 알 수 있으며, 또한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얼마 전에 읽었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생각났다.
확실치는 않지만 다음 판자가
마지막 판자일 것이다 ㅡ
그래서 위태롭게 한 걸음 내디뎠다
경험이라고도 부르는 한 걸음을.
실수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자유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세상,, 그럼에도 경험해 봐야 걷는 법을 알 수 있다.
책을 계속 곱씹다 보니 한강 작가님의 흰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삶에 대해 자전적인 표현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똑같았다. 그렇지만 흰에서는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반면 이 책을 읽다 보면 삶 또는 죽음에 시간이라는 개념이 붙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시간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하나의 순간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문판의 제목인 삶의 흐름(Stream of Life)은 그런 의미에선 별로인 것 같기도... 근데 흐름(Stream)이라는 단어가 가진 물의 느낌,,을 생각하면 또 괜찮은 초월번역 같아서 좋기도 하다. 물론 난 0개국어닉가,, 내가 뭐라고 이런 생각까지 하나 싶긴 하지만..ㅎ...ㅎㅎ.ㅎ....
나는 전집이나 시리즈를 모으는 데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근데 어쩌다 보니 암실문고 책들이 좀 모였는데.. 생각보다 예쁘네요.. 이래서 모으나..?
아무튼 아구아 비바까지 이제 리스펙토르 작가님의 책을 5권 읽었다. 아구아 비바는 그중에서 당당히 1등... 이주 좀 안되는 시간 동안 온전히 다 받아들이기엔 너무 깊은 책이지만 그래도.. 그래도...ㅠ 이만큼만 이해해도 좋았다. 외국인들 자기들만 이렇게 좋은 책 읽고 있었나..?
앞으로 제일 큰 문제: 이제 더 읽을 번역본이 없음;
5권이 국내에 나온 번역본 전부라는 게 슬프다.. 대학교 다닐 때 스페인어 과를 갔어야했나..?ㅜ unnie korean plz :(.. 이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ㅠ 암실문고 응원합니다.. 다른 책도 내주세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