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 속의 유령 암실문고
데리언 니 그리파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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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작가 데리언 니 그리파의 국내 첫 번역본을 읽었다. 목구멍 속의 유령이라는 책인데 암실문고에서 새로 나왔다. 내절친(나 혼자만의ㅎ) 을유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셨다. 감사히 소중히 소장할게요,, 책을 읽다가 작가의 시집이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봤더니 이 작가의 책이라곤 국내에 오직 하나.. 바로 이 책... 0개 국어라 너무 속상했다.

영어로 시집 읽기vs번역본 기다리기

과연 뭐가 더 빠를까..ㅎ 처음 암실문고 책을 읽었을 때는 암실문고라는 시리즈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냥 리스펙토르 작가가 너무너무 좋아졌다. 근데 한두 권 암실문고 책을 읽다 보니 이 시리즈가 넘.. 넘.. 좋아졌다. 특히 목구멍 속의 유령은 내가 느끼기에 암실문고의 의도가 그대로 담겨있는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니언 니 그리파는 많은 자녀를 키우고 있고, 살림을 하고 있고, 시를 쓰고 있다. 하나 낳아 키우기도 벅찬 세상... 작가 역시 어느 순간 삶의 중심이 작가에서 엄마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작가는 아일린 더브라는 작가의 시를 발견하고 작가에 대해 찾아보며 삶의 중심을 다시 맞춰가기 시작한다. 책의 시작에 나오는 페이지인데 나는 이 페이지를 암실문고 홍보문으로ㅎ... 사용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21세기에 쓰였다. 얼마나 늦었는지. 얼마나 많은 게 변했는지. 얼마나 변한 게 없는지.

이 짧은 문장에 내가 암실문고 책을 읽으며 느낀 모든 감정이 함축되어 있다. 모든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여태까지 읽은 모든 책에는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훌륭한 여성만이 적혀있진 않았다. 어리석고 소외된 여성도 많았다. 암실문고는 서로 다른 색깔의 어둠을 하나씩 담아 책장에 꽂아두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러한 어둠들을 내 책장에 꽂아둘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런 책들을 읽기까지 얼마나 늦었는지, 과거의 책 속에 비해 현재가 얼마나 변했는지, 그 여성의 삶에 비해 지금의 내 삶은 여전한지, 이런 생각들을 가만히 하다 보면 그것만으로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저 페이지를 한참 동안 읽었었다.





이 문단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 일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이 폭력적인 이타심은 본인조차도 눈치채기 어렵다.





아일린 더브의 삶을 끈질기게 쫓았지만 결국 그리파는 완벽하게 아일린의 인생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괜찮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 자기와 다른 한 여성의 하루하루를 발견하는 일은 그리파에게 가장 간절한 일이 되었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가 생각났다.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지만 그리파는 엄마로서의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지 않을까? 그런 일을 간절히 바라던 중 아일린 더브의 시가 그리파에게 닿았다. 그리파가 수전 같은 결말을 맞지 않아서 기쁘다. 우리의 삶은 과거와 변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가끔 느낀다. 얼마나 많은 게 변했는지.





하나씩 지워가던 단어를 대신 새로운 말들을 떠올리는 작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며 책은 끝난다. 이 책은 정말 온전히 여성의 이야기였다. 아일린 더브의 삶을 쫓는 그리파를 따라온 나..ㅎㅋ 결말에 이르러서 나는 어떤 삶을 살게될까? 내가 이런 책을 적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말로 끝이 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쭉 한 번 더 읽어봤다. 두 여성의 숨결이 내 목구멍 어딘가를 스쳐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파가 너무나 사랑했던 시를 천천히 조금씩 읽고 있다. 이 책은 그리파가 아일린 더브에게 바치는 애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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