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일본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들의 이름이 익숙할 것이고 적어도 한 두 작품은 읽어봤을 것이다. 대학교 3학년 땐가 문학서클에서 함께 책을 읽던 친구가 노란표지의 책을 안고 다녔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루키란 이름과 '노르웨이 숲'이란 제목은 친구의 은은한 미소와 함께 깊이 각인되었다. 이 후로도 일각수의 꿈이나 태엽감는 새등의 작품들을 추천받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해서 '다음에 읽어보지 뭐..'라며 미루기만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하루키의 열혈팬을 만났다. 상실의 시대만 30번 넘게 읽었다는 그녀에게 자극 받아 <상실의 시대>와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를 시작으로 하루키의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다. 관심은 있지만 열렬한 편은 아니라 짧은 단편이나 에세이집 위주로 읽고 있던 도중 일본통인 친구에게 '요즘 하루키를 읽는데 말야..'라고 말을 꺼냈더니 자기는 류가 더 좋단다. 무라카미 류라...

지인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류의 작품들은 자극적이고 변태스럽고 엄청난 여성편력을 과시하는 남성적 이미지였다. 첫 작품을 잘 못 고르면 류를 혐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충고에 한참을 미루다 이제서야 용기를 내어(?) 그의 글을 만났다. 소설인지, 푸드에세이집인지, 여성편력담인지 애매모호한 이 책은 얼마전에 읽은 <내 가방 속의 샐러드>를 떠올리게 했다. 두 작품다 주변사람에 관한 이야기와 외국풍경들,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알맹이와 느낌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1인칭 시점 때문에 책의 절반을 읽을 때 까지 이 책의 내용들은 류의 개인적인 대단한 모험담처럼 다가왔다. 외국을 돌아다니며 미식을 즐기고 음식과 관련된 연애담들을 줄줄 쏟아내는 카사노바. 그의 글들은 환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선에 있다. 이 점은 이전에 읽었던 하루키나 바나나와도 유사하지만 멋스러운 하루키와 순정만화같은 바나나에 비해 류는 적나라하고 거침없어 보인다.

난 아직 류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작품의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단지 이 책은 류 입문서로서 나에게 은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첫 작품으로서의 임무는 완수한 셈. 다음엔 뭘 읽을까? 고민 중.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탕통 2004-12-3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다음 류의 글은 무얼 읽었어요?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