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 한국의 20대, 일본을 읽는다

* 인터넷 포털 다음을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른바 한국의 독자들이, 그것도 20대의 독자들이 일본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 여기서는 한국의 20대 독자들이 일본사회의 전반을 읽어내려 하기 보다는 일본의 소설들을 읽어내려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어는 바로 '쿨'함이다.

 

 

 

 

*  몇 년 전까지 불었던 하루키 열풍을 관통하던 코드가 '상실감' 혹은 '우울'이였다면 어떤 커 다란 단절의 징조를 보이는 지점이다. 이는 '일본의 자-일본의 독자-한국의 독자'들이 보이는 어떤 감정의 공통분모가 지난 몇 년 동안의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나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에쿠니 가우리', '츠치히토 나리', '요시다 슈이치'와 같은 일본의 작가들이 새로운 코드와 흐름들을 조장하면서 한국의 독자들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민족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의문에 부치는 것은 과연 일본과 한국의 동시대적 감수성이 공존할 수 있는가이다. 그것은 이런 질문과도 일맥상통한다. "과연 동아시아적 감수성이란 존재하는가?" 

* 한국 문학계는 이에 대해서 어떤 특단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것이 몇 년 전에 불었던 한국 작가의 일본작가의 일본적 감수성을 답습하려는 방식인지 혹은 최근의 한작가의 일본작가의 일본적 감수성에의 동반적 협조의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적 감수성 뿐만 아니라 동북 아시아 전반에 걸쳐 공유되는 어떤 감수성을 창조해 내기에 한국의 작가들의 역량은 과연 충분한것인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우둔한 것인지 혹은 문학에 문외한이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최근희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움직임은 그리 생성적이지 못한 것이어서 자못 씁슬하기까지 하다. 아래는 세계일보와 다음에 실린 한국의 20대 독자들의 일본 문학에의 열광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조하시고 한국 문학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한다.

 

세계일보/다음, 2006. 11. 24. 한국의 20대, 일본을 읽는다

일본에서 건너온 ‘쿨’한 감성이 국내 서점가에 안착했다. 요즘 20대가 읽는 소설 속에선 사회구조와 가족주의에 얽힌 비극적 3인칭 대신 시니컬과 개인주의로 무장한 가벼운 1인칭이 선두에 섰다.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애용하는 20대는 소설의 주제의식보다는 문장, 문단 단위의 맛깔스러운 묘사력에 주목했다. 서점에서 하루동안 총 100권의 소설이 판매됐다면 그 중 30∼40권이 일본소설. ‘출판계가 ‘일류’에 장악됐다’는 분석이 나온지도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국내 서점가 속 일본소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저변이 넓어졌다

사실 서점에서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일본 소설 열풍’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 소설은 교보문고의 11월 셋째주 베스트셀러 종합 20위 안에 단 두권을 랭크시켜 ‘굴욕’을 겨우 면했다. 막강한 팬층을 지닌 단편집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가 3위에 올랐고,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13위를 기록,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반디앤루니스와 영풍문고에서도 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가..’가 1위에 올랐지만, 20위권에 일본소설은 이책을 포함, 1∼2권만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러나 일본소설의 위상은 보다 높아졌다. 최근 서울 용산구에 새로 오픈한 대형 서점 ‘소빅스’에서는 외국소설 코너 중 일본 소설만을 따로 배치, ‘일본소설베스트’ 코너를 마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소설부터 찾는 고객이 많기 때문.

2호선 신림역 부근 GS북에서도 ‘일본번역소설’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GS북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일본소설이 어디 있느냐’는 문의를 많이 해왔다”면서 “일본 소설 신작과 베스트셀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일본소설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인 작가가 등장하면 바로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얼리어답터’들이 많아졌고, 신작이 인기에 탄력을 받는 주기도 빨라졌다. 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가..’는 출간 첫주인 10월 마지막주에 교보문고에서 종합7위를 기록했고 그 다음주엔 곧바로 2위로 올라섰다.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일본소설의 판매량이 올초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일본 소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오히려 높아졌다”면서 “소설이 유명작가나 장르에 상관없이 고루 판매된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하루키가 팔리고, 바나나가 팔렸지만 요즘은 ‘일본’ 자체가 팔려나가는 것이다.

GS북에서 새로 개설된 ‘일본번역소설’ 코너

사진제공=GS북


●20대, 일본을 읽는다

일본의 신인작가들을 찾는 건 단연 20대 젊은 층이다. 그중 여성의 비율이 약간 더 높다. 인터넷소설 보다는 ‘무게’가 필요하고, 역사나 판타지 소설을 읽기엔 ‘공감’이 필요한 독자들이다.

일본소설의 ‘입소문’에 가장 큰 몫을 하는 건 블로그와 미니홈피. 국문학을 전공한 권순주(25)씨는 “일본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인터넷을 하면서 일본소설이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괜찮은 글이 있어서 ‘펌’을 하다보면 그 출처가 일본소설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 권씨는 “같은 현상을 보고 표현해도 그 방법이 감각적이고 산뜻하다”면서 “나도 분명 겪었던 일인데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이 즐겨하는 ‘공감놀이’와도 맥이 닿아있다”고 일본소설의 매력을 분석한 권씨는 “캐릭터 중심이라 조금씩 읽어도 되는 일본소설과 달리 서사 중심이 많은 국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친구의 권유로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이유정(23)씨는 ‘엉뚱함’을 그 매력으로 꼽았다. 어렵게 은유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탁 털어놓는 문체가 마음에 든다는 것. 이씨는 “너무 솔직해서 엉뚱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던 걸 대신 해주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함’은 소재의 다양성에도 한몫했다. 의 팬이라고 밝힌 정윤석(26)씨는 “분명 한국에서도 있을법한 얘기지만 잘 다뤄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일본 소설은 잘 캐치해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소설 속 주인공들은 ‘성공한 장인어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고’(공중그네) ‘게이인 남편을 사랑하게 되며’(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같이 사는 다섯 젊은이의 동상이몽을 고발한다’.(퍼레이드) 설정은 일상성에서 벗어났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섞어낸 것이다.

연애시대(왼쪽), 플라이대디



●문화 소비에서 생산으로

일본 소설은 ‘연동효과’에 의해 더욱 굳건하게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20대 뿐만 아니라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쉽게 접하는 어린 학생들도 그 원작이 되는 일본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늘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은 상태. 상반기에는 이준기 주연의 ‘플라이대디’가 원작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이름을 만방에 알렸으며, 드라마 ‘연애시대’가 일본의 ‘쿨’함을 전파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이미연·이태란 주연의 ‘어깨너머의 연인’은 크랭크업돼 개봉 날짜를 조율중이며 ‘반짝반짝빛나는’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다. 한 영화관계자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영화를 기획할 때에는 일단 일본소설을 검토하는 편”이라면서 “웬만한 일본 소설은 거의 다 리메이크 가능성을 연구해봤다”고 밝혔다.

문화 소비의 강력한 주체인 20대가 일본의 ‘쿨’한 감성에 손을 들어준 것은 ‘한국 문학의 위기’ ‘일류의 침범’ 등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다. 일본소설의 팬이라고 밝힌 20대들은 대부분 정이현, 이외수 등 국내소설가에게도 지지를 보냈으며, 서점가에선 최근까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백원근 연구부장은 “한번 선점 당하면 역전하기 어려운 공산품과는 달리, 소설은 국적 가리지 않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본소설이라서 소비되는 게 아니라 ‘잘 맞아떨어져서’ 소비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백 연구부장은 “현재 일본소설은 진입장벽이 낮거나 없어진 상태로 거의 내수시장화됐다”면서 “하지만 이는 지난 수십년간 거대담론에 매달리면서 젊은층과 괴리를 만들어낸 국내 소설가들의 빈자리를 잠깐 채운 것 뿐”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소설가가 ‘젊은 감성’을 잡는데 성공한다면 승산은 크다. 백 연구부장은 이를 위해 소비를 생산으로 연결지을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연구부장은 “지금의 젊은층은 자신과 밀접한 감성을 ‘소비’만 하지 말고 ‘생산’을 해내야 한다”며 “독자로부터 인정받는 문학상을 늘리고, 10∼20대의 등단을 적극 돕는 정부·민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ttp://news.media.daum.net/culture/book/200611/24/segye/v148335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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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2-2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른 일본 소설들은 별로였는데 (특히 에쿠니 가오리, 대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하루키는 너무너무 좋아요 특히 상실의 시대, 얼마나 몰입하면서 읽었던지...

DJ뽀스 2006-12-2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쿠니 가오리는 처음엔 참 신선했는데 5~6 작품 읽고나니 시들해지더라구요. 저도 하루키 아저씨 좋아합니다. 특히 여행기랑 단편소설이요. 그 외엔 오쿠다 히데오나 온다리쿠, 야마모토 후미오 좋아합니다. ^^:

marine 2006-12-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북소리, 참 좋죠?? 슬픈 외국어도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