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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1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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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오즈를 지루한 작가로 내내 오해할 뻔했다. 아름답고 장난스러운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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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이 미즈마루 -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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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힘을 뺄 수 있다는 것은 힘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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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엮음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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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메이지는 요즘 정말 힘들다고 했다. 요즘 그녀는 집에 틀어박혀 온종일 심리학과 심령학에 대한 책을 뒤적였고 거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우리는 서로를 때리기 시작하고, 욕실 밖에서 같은 신발을 들고 상대를 기습하려고 잠복하면서부터 난 그녀에게 별로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우리 문제 중 하나는 그녀의 질투였다. 그녀는 질투가 심했다. 마흔다섯 권에 이르는 증조부의 일기장과 그것을 편집하려는 나의 열정과 에너지에 대한 질투. 반면 그녀는 이무 일도 하지않고 있었다. 메이지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나는 책 한 권을 옆으로 치우고 다른 것을 집어 들었다. 

"꿈 얘기 들어 볼래?" 그녀가 물었다. "나 다시 그 비행기를 타고 사막 같은 곳을...... . 

"나중에, 메이지. 지금 바빠." 

 

21쪽. 

메이지가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 막 씻었는지 희미한 비누 향이 풍겼다. 그녀가 의자 뒤에 서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뭐 읽어?" 그녀가 말했다. 

"일기장에서 아직 못 읽은 곳 몇 군데." 

그녀가 부드럽게 내 목 언저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결혼 첫 해였다면 이런 애무가 더없이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혼 6년 차였고, 그런 식의 마사지는 오히려 척추를 관통하는 긴장감만 불러왔다. 메이지는 뭔가 원하는 게 있었다. 그녀를 멈추려고 나는 오른손을 그녀의 왼손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그것을 화해의 표시로 잘못 이해하고 몸을 굽혀 귀 밑에 입을 맞추었따다. 숨결에서 치약과 토스트 냄새가 풍겼다. 

- <입체기하학> 中 

 

'악마 같은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언 매큐언. 

나는 이런 일상적인 모습들, 남녀의 관계가 어긋나는 모습들을 

그리는 이런 부분을 볼 때면 

그 말에 동의한다.  

쎈 소재를 즐겨 사용하고 플롯을 잘 만들기도 하지만, 

그의 힘은 이런 심리의 디테일들의 활용에서 나온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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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 정성일.정우열의 영화편애
정성일.정우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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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영화와의, 영화에 대한 우정의 이야기다. 영화광, 영화주의자, 영화 마니아, 씨네필이라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시대적 정치적 판단이 담긴 호명의 방식을 은근히 거부하며, 정성일은 우정에 대하여 말한다. "영화에 대한 나의 우정, 영화가 내게 준 우정, 영화를 둘러싼 우정"같은 것에 대하여. (그리고 올드독과의 우정에 대한)

여전히 나는 오래 전에 보았던 허우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가 좋은 영화라는 그의 글에 동의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했으나, 그가 그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서만은 경청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보고 대부분의 장면에 대해서는 잊었으나, 기억하고 있는 몇 가지에 대하여 그가 말하는 구절을 읽는 순간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다. 시간과 장소와 세대와 지식을 초월한 유대 같은 것. 이것은 일방적인 유대이기에 반박당하거나 배신당하지 않으리라는 안전하고도 쓸쓸쓸한 유대. "서로의 고독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견고한 우정. 

그러니까 내가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어떤 특수한 훌륭한 취향과 방대한 지식을 가진 한 사람에 대해서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만들었을 영화에 대한 자세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화라는 종교에 대한 진지한 '다짐'같은 것. (영화는 그의 세계이자 인생이므로, 그러니까 세계에 대한 다짐이기도 한.) 그의 그러한 마음과 태도가 나를 감동시킨다. 시침 떠는 강아지 올드독과의 조합도 훌륭하다. 정성일도 올드독의 견고한 미장센에 대해 지적했지만, (나도 한마디 보태자면) 끌로드 샤브롤 <의식>의 주방씬을 그린 컷은 그 영화의 정서를 그대로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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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 - 세상이 당신에게 은밀히 요구하는 것
김범진 지음 / 갤리온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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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기계발서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있어 보이게 하드커버로 제작하고, 줄간격은 벙벙히 띠어놓고, ‘력’이니 ‘법’이니 ‘술’이니 하는 접미사를 붙여 표지를 뒤덮은 제목과 카피들로 가득한 책이 아닌, 좀 새로운 자기개발서. 투박한 생김새만 갖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런 모양인데 내용은 오죽 지루하겠냐는 개탄이다. <섬세>는 노란색으로부터 연두색으로 그라데이션된 표지가 고와서 집어들었다. 제목 위의 ‘세상이 당신에게 은밀히 요구하는 것’도 은근 낚는 카피였고. 띠지의 문구도 꽤 설득력 있다.

섬세해진 당신이 가장 많이 듣는 말 “반드시 당신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자기개발서의 저자들이 잘 결합시키는 요소인 경제, 정치, 사회, 고전, 위인 말고도 패션, 드라마, 맛, 일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거시적인 것에 대한 이해와 사소하고 미시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이 책을 균형을 이룬다. 사회에 대한 통찰도 있고, 일상에 대한 공감도 있어 멈칫하게 하는 대목들이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간절히 바라는 남자는 사랑해줄 남자가 아닌 자기 스스로를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줄 그런 남성이라며 변화한 사회의 예시로 든 것은 꽤 적절하단 생각이다. 저자는 이성과의 사랑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싸움에서 이성의 사랑이 패배하는 시기가 온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놀라워하고 있는 나로서(과연 나만 그럴까?) 시의적절한 물음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명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섬세한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주 작은 곳까지 주위를 기울인 뛰어난 제품”이 명품이며, 역시 섬세한 안목을 지닌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BMW에는 4명의 (차 안의)냄새 디자이너와 16명의 도어 소리 디자이너가 있다는 예시도 재미있다. 나 역시 차를 바꿔 탔을 때 방향지시등의 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던 일이 생각났다. 명품에 대한 무분별한 소비, 허영, 마케팅에 대한 논란들을 보며 실소한 기억들이 있어서인지 각별하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지적 허영은 좋고 물건에 대한 허영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 파는 것도 장사고, 명품 파는 것도 장사다.) 

좋았던 부분을 옮긴다.

“‘거침과 섬세함’. 이것만큼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명료하게 나타내는 단어가 있을까. 선진 사회일수록 섬세하다. 후진국의 정치인들은 거친 말과 몸싸움으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한다. 시민들 역시 폭력 시위를 하며 자신들의 집단적 이기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저자는 이 부분을 쓰며 조승희의 버지니아 총격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 어떤 폭력적 보복이나 비난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조승희를 그렇게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과 자신들의 무관심을 반성하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미국의 저력을 이야기했다. 씁쓸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직도 색깔을 거론하는 보수 언론의 광기어린 헤드 라인, 집단적 항의로 변질된 촛불시위, 잊을만하면 욕설과 폭력이 등장하곤 하는 국회 생각이 났다.

내가 사장이라면, 전 직원에게 돌리고싶은 책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얼마 팔리지 못했으리라는 것. 이런 책이 팔리고 입소문을 타야 자기계발서 시장도 새로운 파이가 생길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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