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엮음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1쪽. 

메이지는 요즘 정말 힘들다고 했다. 요즘 그녀는 집에 틀어박혀 온종일 심리학과 심령학에 대한 책을 뒤적였고 거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우리는 서로를 때리기 시작하고, 욕실 밖에서 같은 신발을 들고 상대를 기습하려고 잠복하면서부터 난 그녀에게 별로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우리 문제 중 하나는 그녀의 질투였다. 그녀는 질투가 심했다. 마흔다섯 권에 이르는 증조부의 일기장과 그것을 편집하려는 나의 열정과 에너지에 대한 질투. 반면 그녀는 이무 일도 하지않고 있었다. 메이지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나는 책 한 권을 옆으로 치우고 다른 것을 집어 들었다. 

"꿈 얘기 들어 볼래?" 그녀가 물었다. "나 다시 그 비행기를 타고 사막 같은 곳을...... . 

"나중에, 메이지. 지금 바빠." 

 

21쪽. 

메이지가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 막 씻었는지 희미한 비누 향이 풍겼다. 그녀가 의자 뒤에 서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뭐 읽어?" 그녀가 말했다. 

"일기장에서 아직 못 읽은 곳 몇 군데." 

그녀가 부드럽게 내 목 언저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결혼 첫 해였다면 이런 애무가 더없이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혼 6년 차였고, 그런 식의 마사지는 오히려 척추를 관통하는 긴장감만 불러왔다. 메이지는 뭔가 원하는 게 있었다. 그녀를 멈추려고 나는 오른손을 그녀의 왼손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그것을 화해의 표시로 잘못 이해하고 몸을 굽혀 귀 밑에 입을 맞추었따다. 숨결에서 치약과 토스트 냄새가 풍겼다. 

- <입체기하학> 中 

 

'악마 같은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언 매큐언. 

나는 이런 일상적인 모습들, 남녀의 관계가 어긋나는 모습들을 

그리는 이런 부분을 볼 때면 

그 말에 동의한다.  

쎈 소재를 즐겨 사용하고 플롯을 잘 만들기도 하지만, 

그의 힘은 이런 심리의 디테일들의 활용에서 나온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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