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변화시킨 <어린이를 위한 배려>
주석초등학교 교사 백란현
요즘처럼 자기계발도서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어린이를 위한 자기계발도서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그 중에서 <어린이를 위한 배려>는 해마다 학급문고를 만들 때 제일 먼저 추천하고 권하는 책이다. 직설적으로 훈계하는 말로 아이들에게 배려를 강조할 것처럼 느껴져 제목이 부담스러웠던 이 책은 추천하기는 쉬웠지만 정작 직접 펼쳐본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반 아이들이 여러 가지 일로 서로 마음이 상하고 친구 관계가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반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배려를 강조하고 싶었고 <어린이를 위한 배려>란 책을 생각할 수 있었다. ‘내일 당장 가서 읽으라고 해야지!’ 다짐했지만 아이들 앞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로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을까? 제목만 알려주고 읽으라고 말한다고 나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될까? 마음이 급해진 나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어린이를 위한 배려>를 샀다.
여러 가지 공부 때문에 바쁘고 지친 아이들 삶 속에서 ‘배려’라는 덕목을 알고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예전처럼 함께 사는 가족의 수가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배려를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의 생활 속에서 배려하지 못함으로 인해 갈등이 많으면서도 갈등의 원인이 본인 스스로 배려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고 지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예나 역시 친구들과의 생활 속에서 배려를 배워나가고 있다. 예나는 큰 목표를 다짐하며 새롭게 6학년을 시작한다. 그 목표는 바로 1학기엔 반에서 회장, 2학기엔 전교에서 회장이 되는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회장, 부회장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예나! 리더십 있고, 공부 잘하고, 똘똘하고, 자신감 넘치는 아이, 그것이 바로 예나의 모습이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바른생활부장이 되고 만다. 자신감에 큰 금이 가버렸다. 바른생활부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는데 오히려 없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별로 의욕이 없었던 예나가 전교의 바른생활부에서 차장이 되고, 바른생활부의 부장인 우혁이와 만나면서 새롭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혁이는 바른생활부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물인 것이다. 바른생활부에서 시작한 장애인 친구 등하굣길 돕기로 인해서 예나가 배려라는 것을 조금 알게 되면서 한권의 책이 예나를 중심으로 배려를 저절로 가슴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른생활부에서 경험하는 일을 통해서 엄마와의 갈등도 풀어지고 엄마를 이해하는 딸이 된다.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는 엄마의 삶에서 예나는 학교의 생활에 신경 써주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서운함을 느끼지만 배려를 통해서 엄마의 생활을 이해하고 배려를 실천하게 된다.
이 책의 위예나! 우리 반의 친구들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모두들 자기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일을 성공하고 성공의 결과로 인해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삶에서 친구들과의 삶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 때로는 인정을 받지 못해서 자존감에 손상을 입는 것 모두 배려만 있으면 극단적인 존재감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위예나처럼 잘하는 아이일수록 우리 반 아이들도 주변 사람들의 인정에 목말라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부모님이 평소에 칭찬을 듬뿍 안 해주셔서 그럴까? 아니면 결과에 의한 칭찬을 평소에 많이 들었을까? <어린이를 위한 배려> 덕분에 나의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배려라는 부분에서 말이다. 결과에 치중하는 칭찬 때문에 예나처럼 배려심이 없는 것일까? 과정에 의한 칭찬이 필요하겠다. 시험결과를 보고 80점 90점이 넘은 것에 관해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한 것에 관해서 칭찬해야겠지!
이 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속에 예나가 느껴가는 감정들이 배려를 알아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래, 배려였어. 내가 수빈이를 진심으로 돕지 못한 것도, 시우를 위한다면서 엉뚱한 일을 벌인 것도 배려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거야. 하지만 사랑의 메신저가 성공을 거둔 건 고민하는 아이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바로 배려잖아.’
배려!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단어이다. 위예나를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배려>를 읽어보면 좋겠다. 배려와 관련해서 자기 주변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아이들에게 책만 던져주던 예전의 모습에서 직접 읽어주고 아이들에게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들려주고 읽어보라고 한 점이 너무 뿌듯하다.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책이 나의 삶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것에 감사가 된다.
아이들에게 배려의 삶을 가르치기 이전에 내가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다짐해본다.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는 책 제목도 있는데 배려깊은 사랑을 가지고 아이들의 생활에서 과정중심으로 칭찬하고 아껴준다면 배려라는 단어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행복한 제자들이 되지 않을까?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만 읽을 법은 없다. 이 책을 통해 나부터 변화되어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한다. 이 책을 선택하고 읽어보게 도와준 우리 반의 말썽꾸러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