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않아도 정리가 된다 - 물건도 마음도 버리는 게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정리의 기술
이토 유지 지음, 윤재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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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이제 코앞이다. 묵은 짐을 바리바리 챙겨갈 필요는 없으니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이게 은근 귀찮고 또 버겁다. 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이사 견적 받았더니 2.5톤 트럭으로 가능하다는 소리에 기분도 좋았다. (오예~ 돈 아꼈다!!) 지금 사는 집에서 사이즈가 살짝 커지고, 구조는 더 마음에 드는 집으로 이사 가기에 수납엔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딱히 내 맘에 안 드는 짐까지 다 챙겨가고 싶지는 않다. 근데 막상 정리를 시작하자 이거 장난이 아니다. 버려야 할 것과 가지고 가야 할 것의 개념까지 마구마구 뒤틀린다. 어떻게 정리하지?

꺽정씨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버려야 정리를 하지!!"라며 비웃고 지나갔다. 내가 정리 타령하면 무조건 버려야 깨끗하다는 꺽정씨. 아니 필요한 물건까지 다 버려라고 하면 어쩌자는 거냐? 다 새로 사줄 것도 아니면서... 내 통장에 천만 원 딱 꽂아주면서 '쓸데없는 건 버리고 새로 사!'라고 말한다면 책 빼고 죄다 새로 사겠고만...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닌가?)

정확히 말하자면 '물건을 버린다'에서 '물건을 놓아준다'로 감각을 바꿔가야 합니다. 흔히 물건을 '버린다'라고 말하면 그것이 '필요 없다',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린다'와 같은 어감을 줍니다. 억지로 마음에서 제거해버리는 듯한 느낌이 있지요.
그러나 '물건을 놓아준다'라고 말하면, 마치 물고기를 연못에 놓아주듯이 자연스럽게 '이건 지금 나한테는 필요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정리법을 실천하다 보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p.p. 16~17)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정리를 한다. 그때마다 꺽정씨는 옆에서 2년 동안 안 입은 옷은 입을 일이 없으니 버려라고 말한다. 근데 내가 사실 정리해야 할 옷은 안 입은 옷이 아니라 버려야 할 옷이었다. 예전엔 집에 돌아오면 집에서 입는 편안하고도 예쁜 옷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집에서 입는 옷은 더 이상 밖에서는 못 입는 늘어나고 아무리 빨아도 안 지워지는 얼룩이 남은 티셔츠가 되었다. 사람도 같이 후줄근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큰맘먹고 다 놓아주었다. 그리고 내 맘에 쏙 드는 커플 리넨 파자마를 구입했다. 근데 꺽정씨는 덥다며 안 입는다. 다시는 사주나 봐라~!!!!!!

물건을 정리할 때마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좀 줄여야 할 텐데...'라며 생각하고 손으로 만지작 할 때가 많다. 내가 봐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주 쓸 것 같지 않은데 좀처럼 놓아주지 못해 스트레스만 받았다. 이상하게 물건 정리를 하려고 그 물건을 만지면 무슨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처럼 그 물건과의 추억이 마구마구 기억이 나는 거다. 그날의 기억과 향기와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다시 상자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리를 못했다는 스트레스를 다시 받는다. 저자는 어떤 물건이든 다 내가 그 순간 '원했기' 때문에 갖게 된 것이라고 한다.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그러한 '좋은 만남, '좋은 기억'까지도 전부 치워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니 스스로 마음을 억지로 끊어낼 필요는 없다고 위로해주었다. 아... 다행이다. 더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하니 죄책감 없이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까지는 보관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리를 잘하기 위한 비장의 청소 도구가 있다면 좋을 텐데, '청소 도구는 뭘 쓰든 상관없다'라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청소를 시작할 때에는 우선 집에 있는 것들만 사용해봅시다. 그러다 필요하다가고 생각되는 청소 도구가 떠오르면 그때 새로운 도구를 들여도 됩니다.  (p.46)

우리 집에 오면 뭐가 늘 정리가 안되어 있는 것 같다며 맘대로 물건 위치를 바꾸는 친정 엄마는 홈쇼핑에서 청소할 때 획기적인 아이템이라고 말하는 물건이 보이면 전화를 해서 사라고 종용한다. 사실 우리 집은 정리가 안되는 게 아니라 수납공간이 없는 거라고~!!!!라고 말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그러면 또 친히 납시셔서 물건을 엄마 맘대로 정리한다. 내가 주 사용자인데 내가 불편하게 만들어놓으신다. 진공청소기 소리도 시끄러워서 아직도 빗자루를 더 사랑하는 제대로 아날로그 감성인 나도 산 청소 도구가 있다. 바로 매직 블록!! 매직 블록이 보여준 신세계는 아직도 얼얼하다. 밤톨군이 낙서한 것도 싹 지워지더라. 완전 강추!!

조금은 어질러진 집이라 하더라도 내가 마음을 풀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반영된 공간이 남의 눈을 의식해 겉꾸며진 집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인 셈입니다.'  (p.70)

이사의 영향 때문인지 갑자기 살림과 인테리어에 꽂혀 예쁘게 사는 블로거들의 집을 열심히 훔쳐봤더랬다. 넓은 평수와 제대로 부대가 흐르는 소품들에 기가 죽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쓸고 닦고 만지는 그녀들의 능력에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외쳐야만 했다. 근데 이 구절을 읽고 용기가 생겼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사는 집이 아니라 내가 편하려고, 내가 행복하려고 사는 집이 살기 좋은 집이라는 사실을 잠깐 동안 잊고 있었다. 기왕이면 깔끔하고 정리된 집이 좋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딱 한 군데만 깨끗하게 유지하는 연습을 권한다. 무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정리를 시작할 수 있고, 그곳이 안정이 될 때 다른 곳을 정리하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부터 내 화장대를 깨끗하게 유지하리라! 이상하게 매번 열심히 정리를 해도 우리 집 남정네들은 거기에 별의 별것들을 다 올려놓아 바로 원상태로 복귀를 시킨다. 나만 사용하는 꼴은 정녕 못 보겠느냐?

어렸을 때 엄마는 늘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라며 잔소리를 하셨다. 이제는 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엄마 이제 나도 치우는 사람 됐어요! 이런 책도 다 사서 읽잖아요!!" 궁극의 청소는 미니멀라이프라는 책들을 읽으며 스트레스 받았는데 이젠 조금은 내려놓고 맘 편하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정리된 삶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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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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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는 조기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간호를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역사 교사로 다시 일을 하고 매튜라는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직장 동료들과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출발하려고 할 때 남편으로부터 피곤하니 손님방에서 자겠다는 전화가 온다. 숲을 지나는 지름길로 가겠다는 캐시에게 남편은 비 오는 밤이라 위험하다고 만류한다. 캐시는 안 간다고 약속을 하지만 그녀 역시 피곤했기에 빨리 집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차를 운전한다. 하지만 지름길은 만만치 않았다. 거센 바람과 폭우로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갓길에 주차된 차 한 대를 발견한다. 비상등조차 켜지 않고 서 있는 차에 관심이 생겨 그 차를 살핀다. 차 안에는 한 여자가 이상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왠지 오싹한 기분이 들어 집으로 재빨리 들어와 곧장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선 그녀가 지나갔던 블랙워터 길 차 안에서 한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캐시는 그녀를 돕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살인 도구로 보이는 칼... 게다가 그녀는 친구와의 약속을 잊고, 남편의 출장을 잊고, 주문한 적 없는 물건들은 자꾸만 배달된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믿을 수가 없는데...

내가 캐시의 상황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가족이 치매라는 병에 의연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내가 조기 치매 증상을 보인다면? 캐시가 블랙워터 길에서 봤던 여자는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절친인 레이첼의 회사 파티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 제인이었다. 그녀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도왔다면 제인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죄책감에 더더욱 괴롭기만 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캐시는 힘든데 조기 치매 증상까지... 게다가 발신자 제한 표시로 자꾸만 전화가 온다. 받으면 아무 말도 없는 전화... 제인을 죽인 범인이 그녀까지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 정신도 온전하지 못한 것 같은데 목숨까지 위험하다니... 진짜 돌아버릴 것만 같다.

이번 이른 휴가에 <브레이크 다운>을 챙겨갔다. 날이 좋아서 제주도에 있는 내내 비가 왔다. 창밖으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비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책을 꺼내들었다. 처음에는 캐시가 처한 현실이 답답하고 또 그것에 자신이 없는 캐시가 안타깝기도 했다. 작가가 중반부까지는 끈질기게도 고구마를 먹인다. 캑캑! 그러다나 어떤 사건이 빵! 터지면 유후!!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렇게도 열심히도 고구마를 먹였다 보다. 어느 정도 재미였냐고? 같이 놀러 간 사람들이 다들 월드컵 예선, 무려 독일 전을 보는데 난 <브레이크 다운>에 얼굴을 박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나 사회성 결여됐다고 쿠사리 먹었다. 책임지시오. B.A. 패리스 여사님! 이렇게 잼나게 쓰니까 내가 욕을 먹잖아요!!) 어떻게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있단 말인가? 평소에 너무 긴장되면 책을 덮었다 폈다 무한 반복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전작인 <비하인드 도어>를 사놓기만 하고 아직 안 읽은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니까. (이렇게 읽어야 할 책은 오늘도 쌓인다.)

<나를 찾아줘>처럼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1인칭 시점으로 쓰여있어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듯. 왜 제작한다는 소식이 아직도 없는 게야? 요즘 같은 장마철에 찰떡같이 잘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낮에 읽기를 권해본다. 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늦게 자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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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서른 살 고시 5수생을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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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제목이 있을까 싶다. 늘 책을 들고 다니고 서점 나들이를 너무나 좋아하는 내게 사람들은 몇 권 정도 책을 읽냐고 물어본다. 나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곤 한다. 그리곤 책을 읽을 시간도 있어 좋겠다는 부러움 혹은 빈정거림이 섞인 반응을 보인다. 책 읽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인 게 되어버린 바쁜 세상에서 매일 책을 읽기로 결심한 저자가 궁금해졌다.

행정고등고시에 네 번째 불합격 통보를 받은 저자는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남들보다 한 템포 늦게 시작했을지라도 나름 좋은 직장에, 사랑스러운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이 있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꽤 오랫동안 괴로워한다. 입사하고 10여 년이 흐른 후 고 스펙의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자신보다 먼저 승진하는 동기들을 보며 신세한탄만 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 힘들 때 그의 책장에 있는 책을 발견한다. 사람이 벼랑 끝에 몰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그는 책에 매달린다. 책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을 믿고 도전해보기로 한다. 독서를 하면서 그는 그동안 자신의 독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책 하나가 완전히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책 내용이 유기적으로 얽혀 나의 지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여러 권의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즉,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책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려면 다시 책의 핵심만 빠르게 추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 만약 '왔다 갔다'가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타깃(target)의 책들로 채워져 있다면 훌륭하다.  (p.62)

한 권의 책 밖에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을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정독이 낫냐, 다독이 낫냐라는 말은 결코 아닐 거다. 책 한 권이 한 세상을 보여준다면 다른 세상도 경험해서 자신의 경험치를 늘려라는 말로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겐 다양한 책을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사실 스마트폰에 시간을 허비하는 시간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그렇다. 그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적어도 올해 100권은 더 읽었을 터...)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기억해야 할 건
'표저머맺-목다본다'
표지, 저자 소개, 머리말, 맺음말, 목차, 다시 보기, 본문, 다음 책 찾기 순으로 책을 읽는 것이다. '표지'에서는 주제와 키워드를, '저자 소개'에서는 배경(내용을 전개하는 근거가 경험, 연구(이론), 조사, 인터뷰 등인지 가늠할 것), '머리말'에서는 집필 동기, '맺음 말'에선 독서 후의 효과 등을 압축적으로 확인한다. 본격적으로 '목차'를 보며 전체적으로 어떤 구성으로 책이 정리되어 있는지 보고, '다시' 목차를 확인하면서 내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낸다. 선정된 목차의 '본문'을 췌독한 후엔 '다음에 읽을 책'을 고민해본다. 이 방식이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이다, 책을 연구의 대산이 아닌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나는 이 방법으로 책을 읽을 때 책의 핵심을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내용이 어려운 책도 부담이 없었다. 거기에 책 학 권으로 끝나는 독서가 아니라 동일 주제에 대한 다른 저자의 책을 살펴보는 독서로 이어지는 장점도 있었다.  (p.p. 134~135)

모든 책을 저자가 말하는 방식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은 나보다 꺽정씨가 먼저 읽었다. 그동안 자신의 독서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 지 보여준 책이라고 했다. 꺽정씨가 일하는 데 있어 많은 도울 줄 것 같다고 한다. 우리 둘 다 책에 관해서 궁정식 사랑을 하는지라 저자처럼 책을 자르고,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등의 행동은 결코 못 하겠지만 말이다. (난 그럴 때 죄책감이 들어서리... 어렸을 때 내가 밟고 놀았던 책들이 밤에 내 곁에서 아프다고 운다고 했단 말이야... 엉엉엉)

저자의 말처럼 '생활형 독서'와 '취미의 독서'를 구분 짓고 지금의 나보다 한 걸음은 앞서 나아가야겠다. 독서가 소비가 아닌 투자가 되어 나에게 더 큰 기쁨을 돌려줄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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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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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란 책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생 때였다. 내 걸음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던 도서관에서 명작 동화(?) 같은 걸로 접했더랬다. 그때 <장발장 이야기>도 함께 읽었는데 나중에 <레미제라블>을 읽고 원작과의 괴리감에 깜짝 놀랐었다. 명작 동화가 아닌 소설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으려고 책을 넘겼을 때 걱정도 됐다. 그럼에도 이 책을 위즈덤하우스 버전으로 읽은 건 다 만화가 박희정의 그림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러스트가 없어서 슬펐다는 거... 한 권이 다 만화책으로 나올 거라고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지나가던 사람도 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만든다는 절세 미남 도리언 그레이. 바질 홀워드란 화가가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초상화로 남긴다.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아도니스처럼 한눈에 반해버리고 만다. 아름다운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영원한 아름다움과 젊음을 갈망하며 자신의 영혼과 맞바꾸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만다. 헨리 워튼 경의 쾌락주의적 인생관에 영향을 받은 도리언은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실현하기로 한다. 타락한 삶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결같이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얼굴을 가진 대신 그의 초상화가 추악하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요!" 도리언 그레이는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요! 나는 점점 늙고, 추하고, 끔찍해지겠지요. 하지만 이 그림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유월의 오늘 모습 그래도 남아 있을 거예요... 아, 그와 정반대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거예요! 그래요, 그럴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무엇이든 가져다 바치겠어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칠 거예요!"  (p.58)

그동안 역사 교과서 속 반가사유상의 목과 가슴에 있는 주름을 목걸이로 알고 지냈었다. 얼마 전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울 앞에서 나를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반가사유상처럼 나도 목걸이를 여러 개 하고 있던 거다. 나이에 비해서 목주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갑자기 발견한 세월의 흔적에 울컥했다. 다들 얼굴은 속여도 목은 못 속인다고 하던데 나도 나이를 차근차근 먹고 있었다. 매일매일 노화의 단계를 느낄 수는 없다. 노화는 상승선이 아니라 계단식으로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게 당연한 것임에도 매번 충격을 먹는다. 연예인들은 애를 낳고도 그대로고 나이가 50이 넘어도 나보다 어려 보인다. 그들에겐 외모가 재산이기에 관리하는 게 당연하지만 나만 혼자 나이를 먹는 것 같아 서글프기만 하다. 평범한(아니 그보단 조금 더 예쁜, 글인데 확인도 못할 텐데 어쩌랴? ㅋ) 나도 나이를 먹는 게 슬픈데 경국지색의 미모를 갖춘 도리언이라면 더더욱 슬플 거다. 게다가 매번 사진으로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시대에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더더욱 슬펐을거다. 요즘에 태어났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바치는 대신에 값비싼 화장품에, 피부과에, 피트니스에 영혼 대신 돈을 바쳤겠지. 이래저래 젊음을 유지하는 건 힘든 일이다.

젊음을 유지하는 건만큼은 아니지만 이 책도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줄거리는 엄청나게 단순하지만 읽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헨리 워튼이 얘기할 때마다 너무 짜증 났다고!! 아름다움이 최고인가? 물론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나면 10억을 가진 통장을 손에 쥐고 태어나는 거라는 건 동의하지만(꺽정씨가 자긴 얼마를 가지고 태어난 거 같냐고 물어보길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대답해줬다. 거울도 안 보나? 흥칫뿡!) 아름다움이란 세월의 흔적에 지워지고 만다. 잘생긴 총각이 잘생긴 아저씨가 되기도 하지만... (역시 아름다움이 최고인 건가?) 도리언이 소년이 아니라 청년이었다면,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었다면 헨리 워튼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쯤 시원하게 웃고 넘어갔을 텐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헨리 워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여자는 예뻐야 해, 예쁘면 됐어, 예쁜 게 착한 거야.'라며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아름다움에 조금만 덜 집착해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도리언이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으로 불행이 시작됐으니까...

책을 읽고 나니 뮤지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보고 싶어졌다. 지금도 공연하나? 기왕이면 도리언 그레이는 맷 보머가 했으면... 내 눈엔 맷 보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듯. 오스카 와일드도 인정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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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행복론 -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알맞게
요란 에버달 지음, 이나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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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가진 것도 많고, 누리는 것도 많아졌다. 덕분에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삶은 편하지는 않다. 더 많이 행복해야하고 더 많이 즐거워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궁극의 행복은 존재하는걸까?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인 틸틸과 미틸(어렸을 땐 주인공 이름이 치루치루와 미치루였음. 일본인들이 발음이 안되서 그렇게 불렀단다.)처럼 행복을 찾아 여행을 찾아 여행을 떠나볼까?

다른 언어에서 동의어를 찾을 수 없는 몇 안되는 스웨덴어 중 하나인 라곰은 보통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상태"라고 번역된다. 아마 정확한 번역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라곰이라고 하면, 주로 지나침에 맞서는 태도를 의미한다.
"라곰이 최선이다"라는 말은 종종 '이제 그만하라'는 뜻이다. 이제 와인은 그만 마셔라, 크리스마스트리에 반짝이 장신은 그만하면 됐다, 유감이지만 그 차에는 휘발유가 너무 많이 든다, 즉, 라곰이 최선이다!
반대로, 부족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라곰은 레드 와인 한 잔 없는 저녁 식사를 하거나, 아무 장식도 없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거나, 자전거만 타고 다니는 삶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다. 그런 것도 결국에는 지나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라곰은 최선이다. (p.5)

라곰은 과유불급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아니 라이프 스타일을 넘어선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철학에 더 가까워 보인다. 긴 겨울과 매서운 추위, 엄청난 눈이 내리는 어쩜 우울한 환경 속에서도 행복한 스웨덴 사람들의 비결은 바로 '라곰'일거다. SNS를 보면 세상 온갖 탐나는 것들은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가지지 못한 것에 좌절감이 생기고, 미니멀리즘 유행을 보며 온갖 불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 듯한 죄책감을 들게 하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통장의 안부 따위 줘버리고 마구마구 사댈수도, 남들이 보면 불필요하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버릴 수도 없다. '이게 행복이야!'라며 전시하며 이렇게 살아야 한다며 강요하거나, 이렇게 먹고 사는 게 행복이라며 자신이 잘 하고 있는 지 확인 받을 필요도 없다. 나에게 딱 맞는 편안함이 가장 행복한 길일게다. 나의 상태, 환경에 맞게 융통성 발휘해가며 사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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