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않아도 정리가 된다 - 물건도 마음도 버리는 게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정리의 기술
이토 유지 지음, 윤재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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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이제 코앞이다. 묵은 짐을 바리바리 챙겨갈 필요는 없으니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이게 은근 귀찮고 또 버겁다. 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이사 견적 받았더니 2.5톤 트럭으로 가능하다는 소리에 기분도 좋았다. (오예~ 돈 아꼈다!!) 지금 사는 집에서 사이즈가 살짝 커지고, 구조는 더 마음에 드는 집으로 이사 가기에 수납엔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딱히 내 맘에 안 드는 짐까지 다 챙겨가고 싶지는 않다. 근데 막상 정리를 시작하자 이거 장난이 아니다. 버려야 할 것과 가지고 가야 할 것의 개념까지 마구마구 뒤틀린다. 어떻게 정리하지?

꺽정씨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버려야 정리를 하지!!"라며 비웃고 지나갔다. 내가 정리 타령하면 무조건 버려야 깨끗하다는 꺽정씨. 아니 필요한 물건까지 다 버려라고 하면 어쩌자는 거냐? 다 새로 사줄 것도 아니면서... 내 통장에 천만 원 딱 꽂아주면서 '쓸데없는 건 버리고 새로 사!'라고 말한다면 책 빼고 죄다 새로 사겠고만...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닌가?)

정확히 말하자면 '물건을 버린다'에서 '물건을 놓아준다'로 감각을 바꿔가야 합니다. 흔히 물건을 '버린다'라고 말하면 그것이 '필요 없다',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린다'와 같은 어감을 줍니다. 억지로 마음에서 제거해버리는 듯한 느낌이 있지요.
그러나 '물건을 놓아준다'라고 말하면, 마치 물고기를 연못에 놓아주듯이 자연스럽게 '이건 지금 나한테는 필요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정리법을 실천하다 보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p.p. 16~17)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정리를 한다. 그때마다 꺽정씨는 옆에서 2년 동안 안 입은 옷은 입을 일이 없으니 버려라고 말한다. 근데 내가 사실 정리해야 할 옷은 안 입은 옷이 아니라 버려야 할 옷이었다. 예전엔 집에 돌아오면 집에서 입는 편안하고도 예쁜 옷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집에서 입는 옷은 더 이상 밖에서는 못 입는 늘어나고 아무리 빨아도 안 지워지는 얼룩이 남은 티셔츠가 되었다. 사람도 같이 후줄근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큰맘먹고 다 놓아주었다. 그리고 내 맘에 쏙 드는 커플 리넨 파자마를 구입했다. 근데 꺽정씨는 덥다며 안 입는다. 다시는 사주나 봐라~!!!!!!

물건을 정리할 때마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좀 줄여야 할 텐데...'라며 생각하고 손으로 만지작 할 때가 많다. 내가 봐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주 쓸 것 같지 않은데 좀처럼 놓아주지 못해 스트레스만 받았다. 이상하게 물건 정리를 하려고 그 물건을 만지면 무슨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처럼 그 물건과의 추억이 마구마구 기억이 나는 거다. 그날의 기억과 향기와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다시 상자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리를 못했다는 스트레스를 다시 받는다. 저자는 어떤 물건이든 다 내가 그 순간 '원했기' 때문에 갖게 된 것이라고 한다.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그러한 '좋은 만남, '좋은 기억'까지도 전부 치워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니 스스로 마음을 억지로 끊어낼 필요는 없다고 위로해주었다. 아... 다행이다. 더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하니 죄책감 없이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까지는 보관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리를 잘하기 위한 비장의 청소 도구가 있다면 좋을 텐데, '청소 도구는 뭘 쓰든 상관없다'라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청소를 시작할 때에는 우선 집에 있는 것들만 사용해봅시다. 그러다 필요하다가고 생각되는 청소 도구가 떠오르면 그때 새로운 도구를 들여도 됩니다.  (p.46)

우리 집에 오면 뭐가 늘 정리가 안되어 있는 것 같다며 맘대로 물건 위치를 바꾸는 친정 엄마는 홈쇼핑에서 청소할 때 획기적인 아이템이라고 말하는 물건이 보이면 전화를 해서 사라고 종용한다. 사실 우리 집은 정리가 안되는 게 아니라 수납공간이 없는 거라고~!!!!라고 말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그러면 또 친히 납시셔서 물건을 엄마 맘대로 정리한다. 내가 주 사용자인데 내가 불편하게 만들어놓으신다. 진공청소기 소리도 시끄러워서 아직도 빗자루를 더 사랑하는 제대로 아날로그 감성인 나도 산 청소 도구가 있다. 바로 매직 블록!! 매직 블록이 보여준 신세계는 아직도 얼얼하다. 밤톨군이 낙서한 것도 싹 지워지더라. 완전 강추!!

조금은 어질러진 집이라 하더라도 내가 마음을 풀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반영된 공간이 남의 눈을 의식해 겉꾸며진 집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인 셈입니다.'  (p.70)

이사의 영향 때문인지 갑자기 살림과 인테리어에 꽂혀 예쁘게 사는 블로거들의 집을 열심히 훔쳐봤더랬다. 넓은 평수와 제대로 부대가 흐르는 소품들에 기가 죽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쓸고 닦고 만지는 그녀들의 능력에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외쳐야만 했다. 근데 이 구절을 읽고 용기가 생겼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사는 집이 아니라 내가 편하려고, 내가 행복하려고 사는 집이 살기 좋은 집이라는 사실을 잠깐 동안 잊고 있었다. 기왕이면 깔끔하고 정리된 집이 좋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딱 한 군데만 깨끗하게 유지하는 연습을 권한다. 무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정리를 시작할 수 있고, 그곳이 안정이 될 때 다른 곳을 정리하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부터 내 화장대를 깨끗하게 유지하리라! 이상하게 매번 열심히 정리를 해도 우리 집 남정네들은 거기에 별의 별것들을 다 올려놓아 바로 원상태로 복귀를 시킨다. 나만 사용하는 꼴은 정녕 못 보겠느냐?

어렸을 때 엄마는 늘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라며 잔소리를 하셨다. 이제는 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엄마 이제 나도 치우는 사람 됐어요! 이런 책도 다 사서 읽잖아요!!" 궁극의 청소는 미니멀라이프라는 책들을 읽으며 스트레스 받았는데 이젠 조금은 내려놓고 맘 편하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정리된 삶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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