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캐시는 조기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간호를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역사 교사로 다시 일을 하고 매튜라는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직장 동료들과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출발하려고 할 때 남편으로부터 피곤하니 손님방에서 자겠다는 전화가 온다. 숲을 지나는 지름길로 가겠다는 캐시에게 남편은 비 오는 밤이라 위험하다고 만류한다. 캐시는 안 간다고 약속을 하지만 그녀 역시 피곤했기에 빨리 집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차를 운전한다. 하지만 지름길은 만만치 않았다. 거센 바람과 폭우로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갓길에 주차된 차 한 대를 발견한다. 비상등조차 켜지 않고 서 있는 차에 관심이 생겨 그 차를 살핀다. 차 안에는 한 여자가 이상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왠지 오싹한 기분이 들어 집으로 재빨리 들어와 곧장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선 그녀가 지나갔던 블랙워터 길 차 안에서 한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캐시는 그녀를 돕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살인 도구로 보이는 칼... 게다가 그녀는 친구와의 약속을 잊고, 남편의 출장을 잊고, 주문한 적 없는 물건들은 자꾸만 배달된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믿을 수가 없는데...

내가 캐시의 상황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가족이 치매라는 병에 의연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내가 조기 치매 증상을 보인다면? 캐시가 블랙워터 길에서 봤던 여자는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절친인 레이첼의 회사 파티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 제인이었다. 그녀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도왔다면 제인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죄책감에 더더욱 괴롭기만 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캐시는 힘든데 조기 치매 증상까지... 게다가 발신자 제한 표시로 자꾸만 전화가 온다. 받으면 아무 말도 없는 전화... 제인을 죽인 범인이 그녀까지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 정신도 온전하지 못한 것 같은데 목숨까지 위험하다니... 진짜 돌아버릴 것만 같다.

이번 이른 휴가에 <브레이크 다운>을 챙겨갔다. 날이 좋아서 제주도에 있는 내내 비가 왔다. 창밖으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비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책을 꺼내들었다. 처음에는 캐시가 처한 현실이 답답하고 또 그것에 자신이 없는 캐시가 안타깝기도 했다. 작가가 중반부까지는 끈질기게도 고구마를 먹인다. 캑캑! 그러다나 어떤 사건이 빵! 터지면 유후!!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렇게도 열심히도 고구마를 먹였다 보다. 어느 정도 재미였냐고? 같이 놀러 간 사람들이 다들 월드컵 예선, 무려 독일 전을 보는데 난 <브레이크 다운>에 얼굴을 박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나 사회성 결여됐다고 쿠사리 먹었다. 책임지시오. B.A. 패리스 여사님! 이렇게 잼나게 쓰니까 내가 욕을 먹잖아요!!) 어떻게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있단 말인가? 평소에 너무 긴장되면 책을 덮었다 폈다 무한 반복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전작인 <비하인드 도어>를 사놓기만 하고 아직 안 읽은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니까. (이렇게 읽어야 할 책은 오늘도 쌓인다.)

<나를 찾아줘>처럼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1인칭 시점으로 쓰여있어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듯. 왜 제작한다는 소식이 아직도 없는 게야? 요즘 같은 장마철에 찰떡같이 잘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낮에 읽기를 권해본다. 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늦게 자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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