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난임이다 - 원인불명의 난임부터 고령임신 그리고 쌍둥이 출산까지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도 힘들게 아이를 가졌어요.
게다가 주변에 난임인 분들이 있거든요.
이 책이 많은 공감이 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 하버드 법대, 젊은 법조인이 그린 법정 실화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너무나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두께를 떠나서 책이 주는 이야기 때문에 쉽사리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읽다가 힘겨워서 계속 덮을 수밖에...

법에는 '근인'이라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헬렌 팔스그래프는 애들을 데리고 해변으로 가기 위해 열차 플랫폼에 서있다. 플랫폼 맞은편에는 한 남자가 출발 중인 열차를 잡으려고 급히 뛰고 있었다. 이미 출발한 기차를 따라잡기 위해 그는 뛰었고 기차 승무원은 손을 뻗어 그 남자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플랫폼에 있던 짐꾼이 뒤에서 그를 밀어주어 무사히 기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의 짐이 떨어졌다. 짐은 떨어지면서 폭발했다. 그 안에 폭죽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고, 기차 반대편 플랫폼에 가방 무게를 재느라 설치해둔 거대한 금속 저울은 필스그래프 부인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회복한 후에 부상의 책임을 묻고자 철도회사에 소송을 걸었다. 무엇이 그녀의 부상을 초래했을까? 작다고도 생각할 수 있었던 모든 이유들이 원인이었다. 근인이란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원인이다. 원인이 정해져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리키 랭글리라는 이름을 가진 20대의 남자가 같은 마을에 사는 어린 남자아이를 살해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리키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형에 관한 꿈을 꾼다. 그 어린 남자아이는 리키의 꿈에서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그를 괴롭힌다. 그 영향 때문인지 6살 정도의 금발 머리 남자아이에게 성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리키는 자신의 이런 성향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시설에 도움을 피하지만 그의 노력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리키는 아동 성추행으로 징역을 산다. 그 후 멀리 떨어진 어느 마을에 정착하지만 그의 형과 비슷한 모습을 한 남자아이 제레미를 결국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살해한다. 리키는 자신의 형이 떠올라 제레미를 목 졸랐다고 하지만 제레미의 옷에서 리키의 정액이 발견되어 성추행 여부로 추궁 받는다.

저자는 하버드 법대 재학 당시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막 재심을 끝낸 남자의 자백 동영상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어린 시절 친할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사실을 알고도 침묵해버렸다. 각종 가족 행사에 할아버지를 초대했고, 저자는 그 상황을 조용히 참아야 했다. 그녀의 끔찍한 기억이 한 남자의 동영상 때문에 되살아났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리키의 어린 시절을 추적하고, 리키를 면회한다. 그리고 그의 재판도 취재한다. 제레미의 엄마 로렐라이는 리키도 하나의 인격으로 함부로 죽일 수 없다고 한다. 리키는 어떤 사람일까? 정말 평생토록 자신의 형제인 오스카의 악몽에서 달아나고자 한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아동 성도착증 환자일까? 그렇다면 왜 그는 그런 선택들을 하게 된 걸까?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마주한 선택도(이것 때문에 나는 리키의 이야기에 이끌렸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같았다. 아버지의 분노와 우울을 묻어버리고, 할아버지의 학대라는 사실을 묻어버리고ㅡ 심지어 할아버지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내 분노를 묻어버리고, 그것이 올바른 처사가 아니란 걸 인정해야 한다는 내 주장도 묻어버리는 등, 이런 위협거리를 묻어버리는 게 비교적 더 쉬웠을 것이다. 부모님은 계속 살아가야 했으니까.
- 중략 -
부모님은 행복한 가정을 일궜고 이웃들도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도록 과시했다. 여름에는 섬으로 가서 지냈고 크리스마스는 트리 아래서 지냈으며 저녁에는 우리 여섯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부모님은 술잔을 들어 행운을 빌었다. 가정마다 나름대로 특징적인 행동, 특징적인 믿음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어릴 때부터 우리 부모님의 믿음이라고 알고 있던 것은 '뒤돌아보지 마라'였다. (p.p. 443~444)

이 책은 실제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그러나 정교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더 읽기가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속 이야기는 결코 누군가의 상상이 아니었다. 저자는 할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제레미는 리키 랭글리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가난한 싱글 맘과 함께 사는 여섯 살 제레미. 제레미는 밤톨군과 동갑이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삶을 다 살아보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죽는다. 만약에 내가 이런 상황에 있었다면... 절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마음이 아파졌다. 그래서 로렐라이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내 자녀의 살인범의 이야기를 들을 만큼 나는 아량이 넓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그 인간을 끝내지 못하는 것에 더 안타까워할 것 같다. 지금은 힘겹지만 어쨌든 이 책은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내 맘이 언젠가는 가벼워질 것이다. 내 삶과 공통점이 없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저자는 10년 동안이나 이 이야기를 적어내려왔다. 그녀는 이렇게라도 그녀의 할아버지와 리키를 이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탄의 문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고 그 풍경을 어린 여자아이가 바라본다. 겨울밤 방은 싸늘했다. 엄마는 모직 코트로 아이를 덮어줬다. 다섯 살 생일을 맞은 날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다. 폐렴이 걸린 엄마는 죽어가고 있다. 아이가 바라보는 창문 너머에는 차통빌딩이라고 불리는 원통 모양의 빌딩이 있다. 그곳은 문제가 많은 건물이라 지금은 비어있다. 그리고 그 끝에 가고일이 앉아있다. 겨울 폭풍우가 치는 밤, 괴물이 내려왔다. 
사이버패트롤 기업인 '쿠마'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고타로는 같이 같이 일하던 선배가 실종되는 일을 겪는다. 신주쿠 일대에서 노숙자들이 실종된다는 소식을 듣고 조사하던 중에 함께 실종된 것이다. 사람의 신체를 절단하는 연쇄 살인마의 등장에 걱정이 된다. 고타로는 그를 찾기 시작하고, 단서는 유령 빌딩은 차통빌딩까지 연결된다. 전직 형사 쓰즈키는 차통빌딩의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괴소문을 듣고 같은 날 방문하다가 고타로와 만난다. 그리고 거대한 괴물의 모습에 마주치게 되는데...

"집에서 전기와 가스와 수도를 마음껏 쓰고, 삼시 세끼를 챙겨 먹고, 어른은 일하고 아이는 학교에 가는 생활. 그런 건 생각보다 박살 나기 쉬워. 약간의 그릇된 판단에 불운이 겹치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리지."
-중략-
"사랑하나 하는 모래알처럼 작아. 이 사회는 무수히 많은 모래알로 이루어진 사막이야. 사막은 모래 한 알 한 알을 일일이 배려해주지 않고, 애당초 배려를 요구할 수도 없어." (1권, p.177)

안타까운 기사를 봤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 바다에 뛰어든 엄마의 이야기였다. 쉽게 말할 수 있다. 죽을힘으로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가려면 혼자 갈 것이지 왜 아이와 함께 생을 져버렸냐고 안타까운 맘에 화도 낸다. 그 엄마도 선택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거다. 그녀의 선택을 긍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매서운 바람, 차가운 물에 춥지 말라고 담요로 아이를 꽁꽁 싸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해본다. 세상은 사막처럼 개인을 다 챙겨줄 수가 없다. 하지만 모래알끼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다면 이런 안타까운 기사는 조금은 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여자 연예인 누구 죽어라. 그렇게 쓴 사람은 마음에 안 드는 여자 연예인에게 악플을 달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발산했을 뿐이라고 여기겠지. 하지만 '죽어라'라는 말은 글 쓴 사람의 내면에 남아. 그렇게 써도 상관없다. 써주마,라는 감정과 함께."
그리고 그것은 고인다.
"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간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켜. 말은 그런 거야. 어떤 형태로 꺼내놓든 절대로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어. 반드시 자신도 영향을 받지. 닉네임을 몇 개씩 번갈아 쓰며 교묘하게 정체를 감춰도, 글을 쓴 사람은 그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에게서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1권, p.167)

<비탄의 문>을 읽으며 몇 년 전에 꾼 꿈이 떠올랐다. 꿈속에서 말들은 보이진 않지만 형태가 있었다. 낮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온 말들은 어둠이 내리면 말의 숲으로 모여들었다. 원래 꿈이라는 게 근본이 없기에 때마침 난 말의 숲을 지나고 있었고, 반짝거리는 말을 빈 노트로 잡았다. 그러자 말은 노트 속 글이 되었다. 그렇게 난 말을 사냥하고 꿈에서도 책을 읽었다. 꿈에서 깬 후에 여운이 꽤 오래갔다. 아직도 기억이 남는 걸 보면 말이다. 말은 뱉은 후에 형태가 남지 않기에 쉽게 할 때가 많다. 게다가 난 낯설고 긴장하면 말이 많아지는 타입이라 말실수할 때도 꽤 있다. 그런 날은 이불킥 예약이다.
인터넷상의 글 때문에 크고 작은 일이 많이 생긴다. 재미 삼아, 아니면 그저 하루의 스트레스로 누군가에게 못된 말을 던진다. 그 사람에겐 그저 작은 돌멩이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다. 폴 오스터가 그랬다. 한계를 넘으면 지푸라기 하나만 더 얹어도 낙타 등뼈가 부러진다고 했다. 내가 작은 지푸라기라고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말이 등뼈를 부러뜨린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한 말은 내 귀가 듣고, 내 손이 한 행동은 내 눈이 본다고 했다. 나 자신은 속일 수는 없다.

늘 그렇듯, 미미여사의 글을 정신없이 읽어나가게 만든다. 판타지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조합이라 처음엔 고개가 갸우뚱했다. 진짜 괴물이 나온다고? 하지만 읽다 보니 바로 엄지척을 외치며 2권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역시 미미여사님이다. 더군다나 동화책 <착한 괴물 쿠마> 이야기도 나와서 더더욱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월 10일
"영감의 원천은 바로 '마감'이다."
- 미국의 사업가 겸 소프트웨어 개발자 놀란 부쉬맨(게임회사 아타리 창업자로, 흔히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상사'로 알려져 있다.

새로 만든 책갈피가 맘에 들어 여러 개 더 만들어 볼까 하고 본격적으로 스케치를 하고 있다. 이상하게 마감이 다가오면 이런 일이 제일 재밌고 잘 된다.  (p.333)

난 마감이란 걸 좋아한다. 그래서 회사 다닐 때 마감에 맞춰서 일하는 게 신났다. 일정을 고민하며 크고 작은 일들을 배분하고 마감일보다 일찍 일이 마무리될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매번 반복되는 회사 생활 중에 찾는 작은 기쁨 같은 거다. 빼곡하게 업무 일지를 채우고 체크 표시를 할 때는 또 얼마나 뿌듯한지... 그런데 내 인생이 마감일은 알 수 없어서 그런가 티슈 뽑듯이 살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반성해본다. 반성만 하고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책을 처음 받고 정말 365일이 다 있는지 궁금해서 휘리릭 훑어보았다. 매일 글로 쓰는 일기도 쉽지 않은데 그림일기라니... 매일매일 검사를 받아야 했던 그림일기도 미루다가 썼던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자신의 의지만으로 매일 그림을 그린 작가가 새삼 존경스러웠다. 보통 11월 정도에 예쁜 달력이 나온다. 예쁜 달력이 당장 쓰고 싶어서 칸칸이 달력에 그림을 채워 넣고는 하는데, 의지력 제로인 사람이라 4월이 되기 전에 시들해진다. 열두 달 그림을 꽉 채운 달력 하나도 나에겐 늘 버겁다. 2019년엔 가능할랑가?

1월 29일
사소한 것들이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서 간신히 씻고 누웠을 때 이불에서 풍기는 좋아하는 섬유 유연제 향이나, 언젠가 마음에 와닿아 책갈피로 표시해 둔 책의 구절이라든가, 별 내용도 없이 시시콜콜한 친구와의 전화 한 통 같은 것들. 정말 아주 사소한 것들이 계속해서 힘을 내어 날 날아가게 한다.  (p.34)

여름에서 가을이 되면서 괜스레 서글퍼져서 한동안 힘들었다. (좋은 말로 소녀감성, 다른 말로 하면 계절성 우울증 정도 되려나?) 날 지켜준 사소한 것들은 잘 정리된 침대(내가 정리해놓고 혼자 뿌듯해함), 비율을 기가 막히게 조절해서 맛있었던 홍차 커피(우리 집 카페 시그니처 메뉴임), 집 근처 산책로의 햇살 사이로 스며든 햇살 같은 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계속 있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이자 힘이 된다.

마카롱처럼 기분 좋아지는 책을 만났다. 따뜻하고 달달해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너무 달콤해서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없는 마카롱처럼 이 책도 한꺼번에 읽을 수 없었다. 갓 건조기에서 꺼낸 듯 포근한 그림일기라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싶었다. 몰랑해서 슈크림이 마구마구 빠져나오는 듯한 시간에 위로가 되는 책이다.

7월 29일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어지고, 앞으로의 일보다 지나온 일들을 보는 시간이 많아져도, '나'로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중심을 잡고 굳건히 서 있기를.
사랑하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뭐 해? 지금 뭐 해?라는 질문에 '아무것도 안 해'라고 대답하기 힘들어진다.

덜컥 무기한 휴가가 주어졌지만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성과는 없어도 끊임없이 움직여대던 일 중독자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도 이러고 있는 내 모습에 죄책감과 자괴감이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는 실감이 들 때마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쉬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쉬는 게 어려운 것이다.'  (p.5)

열심히 살아도 부족한 세상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란 힘든 일이다. 밤새 밤톨군에게 지치고 유치원에 보낸 후 낮잠을 잘 때조차 게으른 사람이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까 잘 좀 자자! 쫌!!) 회사에 간 꺽정씨가 "뭐 해? 점심 먹었어?"라고 전화라도 오면 머뭇거려진다. 우리 식구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나도 그만큼 열심히 산다는 걸 보여줘야만 할 것 같다. 손목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좀 쉬라고 하던데,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건지... 열심히 살지도 않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것도 방법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나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은 나다. 그 마음은 내가 나한테 품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러니 이제는 누가 나에게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이 말을 떠올린다.
'나는 당신이 아니랍니다.'  (p.21)

역지사지.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보다.
저자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 "내가 너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그 말은 나 역시 엄마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여기에 엄마는 "나도 나 같은 엄마가 있었다면 훨씬 잘 되었을 텐데..."라며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강요한다. 순종적인 성향이 강한 엄마에겐 좀 더 강하게 미래를 제시해주는 엄마를 만났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반항적 기질이 강한 나에겐 엄마가 짠 미래는 마음에 든 적이 별로 없었다. 마음에 들었을 때도 엄마가 정해놓은 게 싫어서 무턱대로 거부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엄마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한다는 게 가끔은 억울하다. 내가 어떤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내 마음은 상관없이 답만 찾으려고 하는 엄마가 못마땅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엄마와 내가 다른 사람이란 걸 언제쯤 인정해줄까? 애증의 관계는 언제쯤 마무리가 될까? 엄마가 꼭 딸을 사랑만 하는 것도 아니고, 딸도 엄마를 애틋하게만 생각하지도 않아도 되는 관계가 되고 싶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는, 때로는 무심한 관계이고 싶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줄기차게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 모른다.
정체성은 우겨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묻어나는 것이다.  (p.204)

얼마 전에 자녀 관련 강연을 듣고 왔다. 남자아이 미술 교육으로 유명한 최민준 대표님의 강연 중에 기억이 남는 말이 있다. 남자아이들은 자신들이 상어라고 생각한단다.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놀리고, 싸우고, 장난을 친다고 한다. 엄마들은 사고뭉치들이 힘겨워서 '이것 하지 마! 저것 하지 마!'라고 하는데 그건 상어인 아이들에게 어항 속 금붕어처럼 살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단다. 멋진 지느러미를 뽐내고 뾰족한 이빨을 보이며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고래처럼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있는 멋진 사람이 되어라고 조언해주라고 하셨다. 사실 남자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상어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상어 같은 사람은 아니었을까? 알아봐달라고, 나라는 사람이 있다고 뾰족 거리며 날 세울 때가 얼마나 많았나 생각해본다. 조금은 무던한 그리고 너그러운 고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을 꿔본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뭔가를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또 무언가를 시작하면 완벽해야 한다고 질책하겠지만...) 작가의 이야기에 내 일기가 아닐까 싶은 부분도 꽤 많았다. 저자는 마음이 힘들 때 읽는 책이 '자기 계발서'라고 하던데 나에겐 에세이가 그런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