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예민하지만, 내일부터 편안하게 - 과민성 까칠 증상의 마음평안 생존법
나가누마 무츠오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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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민성대장 증후군으로 하루 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던 날에 이 책이 도착했다.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들이 달고 산다는 과민성대장 증후군과 식도염, 위염은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오래된 친구다. 이젠 좀 헤어지고 싶은데 이것들이 나에게 넘 질척거린다. 게다가 이명이라는 친구도 데리고 올 때도 있다. 좀 떨어지자, 얘들아~

HSP란 뉴욕주립대학교수이자 세계적인 여성 심리학자인 일레인 N. 아론 박사가 25년의 세월을 들여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는 의미(Highly Sensitive Person)의 개념을 정리했다. HSP라는 단어만 보면 상당히 특수한 경우같이 느껴지지만 전체 인구의 20%나 된다고 한다. 5명 중에 1명이라고 하니 내가 아닐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책 소개나 그림을 보면 상당히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처음 가는 모임에 낯을 가리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활발해 보인다. 난 낯선 상황에선 어색하고 그 상황이 스트레스가 되어 입이 뚫릴 뿐이다. 낮 동안의 나불거림 덕분에 그날 밤엔 이불킥이다. 그것도 몇 날 며칠...

이 책엔 HSP 셀프체크 리스트 25개가 있는데 내 경우엔 12개가 해당된다. 몇 개 이상이 HSP 인지는 안 나와있어서 모르겠는데... 높은 편인가? (알레인 N. 레인 박사의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에서 체크했을 때는 12개 이상이면 매우 민감하다 한다. 체크리스트는 이 책과 조금은 다르다.) 체크한 항목 수가 많은 수록 HSP 기질일 가능성이 높단다. 만약 한두 개밖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안심할 수 없단다. 그 부분이 극단적으로 강하다면 HSP 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 항상 자책하거나 자신을 부정한다.

2. 작은 소리에도 신경 거슬릴 때가 많다.

3. 항상 움찔거리거나 금방 초조해진다.

4. 걱정거리가 생기면 헤어나지 못한다.

5.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다.

6. 분노를 제대로 조절할 수 없다.

7. 나보다 타인의 결정에 따를 때가 많다.

8. 문득 과거의 나쁜 기억이 떠오를 때가 많다.

9. 누군가 나를 감사히거나 욕하고 있는 듯하다.

10.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데 나에게만 보인다.

11.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진심을 털어놓지 못한다.

12.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나 술자리가 어색하다.

13. 남들이 원하는 대로 하다 보니 항상 피곤하다.

14. 남들의 감정에 따라 감정이 좌우될 때가 있다.

15. 금방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너가 의존한다.

16.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듯하다.

17.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

18. 갑작스럽게 예정이 변경되면 혼란스러워진다.

19. 누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면 화들짝 놀란다.

20. 별것 아닌 실수에도 심하게 동요한다.

21. 누가 내게 화를 내거나 문제가 생기면 침울해진다.

22. 하찮은 대화나 잡담이 부담스럽다.

23. 지적을 받으면 완전히 부정당한 것 같다.

25. 밤에 뭔가 불편해서 숙면을 취할 수 없다.

25개의 항목대로 살면 너무 힘들다. 읽기만 해도 마음이 쭈구리가 된다. 책은 케이스별로 일상에 신경 쓰는 상황 별로 HSP가 경험하는 어려움과 문제의 원인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해당 내용을 그린 만화가 있어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셀프케어 방법부터 힘든 삶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마음 습관까지 있기에 해당하는 항목에 체크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민감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엔 참 힘들다. 사람들이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라는 일보다 내가 그 상처에 둔감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민감함을 단점으로 생각하고 고치고만 싶어 한다. 하지만 민감함은 결코 단점이 아니다. 예전엔 사냥에 나갔을 때 민감한 사람들이 맹수로부터 사람들을 지켰고, 갑작스러운 날씨에 대비를 할 수 있었다. 오히려 꼭 있어야 하만 하는 부류다. 공동체적 삶에서 개인적인 삶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거다. 민감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개개인이 희생할 수는 없는 법. 우리 조금만 편해지자. 예민함이 나를 삼키기 전에...

내가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읽고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도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무리해서 자신의 기질을 고치려 하거나 애써 극복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HSP로 살아가기가 다소 불편하고 힘들다 해서 무조건 피할 생각을 말고 그에 맞는 삶의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합시다.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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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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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이웃님께서 엄청나게 자랑하셨던 《동이귀괴물집》. 나는 왜 펀딩을 몰랐었나 땅을 치며 후회할 정도로 소유욕이 폭발했더랬다. 한국의 요괴들을 소개하는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구할래야 구할 수 없는 책이라 너무 속상했었는데 위즈덤하우스 판으로 읽을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책은 표지와 제본부터 너무나 매력적이다. 선명한 색상과 실제본으로 예스러운 느낌이 한가득이다. 펼쳤을 때 쫙쫙 펴진다는 것도 매력의 한 부분~ 칭찬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져있는데, 육신이 있는 괴물과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만들어진 귀물,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 그리고 인간과 함께 한 한국의 '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만약에 그리스 판으로 이 책이 나왔다면 '제우스'도 요괴 도감에 소개되는 건가? ㅋㅋㅋ 그냥 내 허튼소리니 넘어가고...

어렸을 때 읽고 들었던 전래동화 속 기이한 이야기들 속의 요괴들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밤톨군과 함께 보는 '신비 아파트' 속의 요괴들도 반가웠지만 역시 내 추억 속의 요괴들이 더 정감이 간다. 218명? 마리?의 요괴보다 사실 더 놀랬던 건 저자 참고 문헌들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한자가 빽빽하게 적혀있을 것만 같은 고서 속에서 요괴들을 찾아 모았다는 것부터 보통의 덕질은 아닌 듯하다.

반갑고도 기억에 남는 요괴를 좀 적어본다면~

무도사, 배추도사에서도 나왔던 (은비까비였나?) 둔갑쥐. 어느 가정집의 아들이 밤에 손발톱을 깎고 아무 데나 머리는데, 밤에 둔갑쥐가 그걸 먹고는 집으로 돌아가 아들 행세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은 도움을 주는 이를 만나 둔갑쥐를 퇴치하는 내용인데, 어렸을 때 숙제가 많은 날에 손발톱을 이리저리 버렸더랬다. 나 대신 숙제 좀 하라고... 누가 그러더라. 알고 보면 내가 그 손발톱을 먹고 둔갑한 쥐일 거라고... 본체는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베개 속의 해골이라는 침내골. 원수나 복수하고 싶은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이라는데 베개에 해골을 넣으면 꿈에 귀신이 나타나 머리를 짓누른단다. 근데 아무리 작은 해골이라도 베개 속에 넣기엔 너무 크지 않나? 그래서 고침단명이라고 하는 건가? 폭신폭신한 내 베개엔 해골 따위 없으니 다행이다. 난 그런 얕은수 엔 당하지 않을 거다. ㅋㅋㅋ

내가 초딩이던 시절,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딩이던 시절엔 해적판으로 요괴 이야기를 읽곤 했다. 대부분이 일본이나 대만의 요괴들이었는데 한국 요괴들만 따로 모아둔 책을 못 봐서 어린 나이에도 아쉬웠더랬다. 이 책을 발판으로 더 많은 한국적인 요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삽화도 나쁘진 않지만 '신비 아파트'처럼 귀여운 작화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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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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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키에 살고 하키에 살던 베어타운의 사건 이후의 이야기다.

뉴스에서 접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떠올려본다. 그저 뉴스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그리고 종결됐다고 말하면 잘 마무리가 됐으려니 생각한다. 《우리와 당신들》을 읽고서야 그건 그저 나만의 생각이었음을 알았다. 구경꾼에 불과한 나는 다른 볼거리를 찾아 떠나지만 당사자들은 사건의 여운을 평생 가지며 살아야 한다. 다 잘 될 거라고만 생각했다. 현실이 늘 그랬던가?

베어타운에서 벌어졌던 비극... 그날 이후로 케빈은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번지는가 싶더니 어느 날 아침, 그와 그의 가족은 아무 소리 없이 마을을 떠나버렸다. 동화처럼 이렇게 평화를 되찾았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케빈의 성폭행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사람들은 복잡한 진실보단 단순한 진실을 원하기 때문이다. 마야를 비난했던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위로를 하지 않는다.

그 바보들은 베어타운 아이스하키단이 없어진 이유가 케빈 때문이 아니라 '그 추문'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중요한 건 케빈이 누구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마야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그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남자들이 세상에서는 여자들이 항상 말썽이다. (p. 50)

조재범 사건이 떠올랐다. 만약에 심석희가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라 평범한 선수가 뛰어난 기량을 가진 코치를 고소한다면? 우리는 누구의 이야기를 더 귀 기울였을까? 어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분란을 일으킨다고 그녀를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환한 데서만 달리기를 하고 말은 하지 않지만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남자들은 평생 어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 그건 그들의 인생에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남자들이 어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귀신과 괴물 때문이지만 여자들이 어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남자들 때문이다. (p. 310)

《베어타운》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마야가 '피해자'로 남지 않고 '생존자'가 되었을 때 모든 것이 자리를 찾았을 것이라는 나의 착각... 트라우마는 남는다. 이제 그녀는 그녀에게 남는 것과 싸워야 한다.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알 수 없다. 영원히 어두움을 무서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들 이건 한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 속으로는 우리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p. 414)

책에는 마야의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베어타운에 살고 있는 많은 주민들, 그리고 특히나 아픈 손가락 같았던 '벤이'의 이야기가 아직 그곳에 살고 있다. 마을 어디에서 탕! 탕! 탕! 퍽을 치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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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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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스트에서 미리 보기 읽었는데 넘 재미있어서 주문합니다. 표지도 예뻐서 맘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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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소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2
오카모토 기도 외 지음, 신주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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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소녀》는 '일본 추리 소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미야베 미유키가 시대물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읽는다는 오카모토 기도의 작품이 있으니까! (나는야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맘 편한 사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오카모토 기도의 '단발머리 소녀'보다 사토 하루오의 '무기력한 기록'이 내 취향이었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그린 작품인데 조지 오웰의 '1984'가 연상된다. 모든 인간을 계급화하고 의식주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가 배경이다. 소년은 지하에서 눈을 뜬다. 평생 지하에서 살아야 하지만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선 데이에 그도 지상으로 올라간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기나긴 계단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진다. 소년은 무사히 올라왔지만 인간을 식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데... 인간이 식물이 된다는 설정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1929년에 쓰인 소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랐다. (아무래도 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작품을 좋아하나 보다. 그렇다고 그런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다고~)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는 다양한 에도 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다양한 시대를 세 작가가 들려주는 단편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요즘 소설들에 비해서 대단한 이야기들은 아니었지만 이런 시도를 한 소설들이 있었기에 일본 소설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일본 소설은 재미있지만 또 그만큼 참 밉다. 일제강점기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소설 시대가 주는 무게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 많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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