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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소녀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2
오카모토 기도 외 지음, 신주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단발머리 소녀》는 '일본 추리 소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미야베 미유키가 시대물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읽는다는 오카모토 기도의 작품이 있으니까! (나는야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맘 편한 사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오카모토 기도의 '단발머리 소녀'보다 사토 하루오의 '무기력한 기록'이 내 취향이었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그린 작품인데 조지 오웰의 '1984'가 연상된다. 모든 인간을 계급화하고 의식주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가 배경이다. 소년은 지하에서 눈을 뜬다. 평생 지하에서 살아야 하지만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선 데이에 그도 지상으로 올라간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기나긴 계단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진다. 소년은 무사히 올라왔지만 인간을 식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데... 인간이 식물이 된다는 설정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1929년에 쓰인 소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랐다. (아무래도 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작품을 좋아하나 보다. 그렇다고 그런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다고~)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는 다양한 에도 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다양한 시대를 세 작가가 들려주는 단편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요즘 소설들에 비해서 대단한 이야기들은 아니었지만 이런 시도를 한 소설들이 있었기에 일본 소설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일본 소설은 재미있지만 또 그만큼 참 밉다. 일제강점기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소설 시대가 주는 무게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 많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