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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올해 초에 이웃님께서 엄청나게 자랑하셨던 《동이귀괴물집》. 나는 왜 펀딩을 몰랐었나 땅을 치며 후회할 정도로 소유욕이 폭발했더랬다. 한국의 요괴들을 소개하는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구할래야 구할 수 없는 책이라 너무 속상했었는데 위즈덤하우스 판으로 읽을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책은 표지와 제본부터 너무나 매력적이다. 선명한 색상과 실제본으로 예스러운 느낌이 한가득이다. 펼쳤을 때 쫙쫙 펴진다는 것도 매력의 한 부분~ 칭찬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져있는데, 육신이 있는 괴물과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만들어진 귀물,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 그리고 인간과 함께 한 한국의 '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만약에 그리스 판으로 이 책이 나왔다면 '제우스'도 요괴 도감에 소개되는 건가? ㅋㅋㅋ 그냥 내 허튼소리니 넘어가고...
어렸을 때 읽고 들었던 전래동화 속 기이한 이야기들 속의 요괴들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밤톨군과 함께 보는 '신비 아파트' 속의 요괴들도 반가웠지만 역시 내 추억 속의 요괴들이 더 정감이 간다. 218명? 마리?의 요괴보다 사실 더 놀랬던 건 저자 참고 문헌들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한자가 빽빽하게 적혀있을 것만 같은 고서 속에서 요괴들을 찾아 모았다는 것부터 보통의 덕질은 아닌 듯하다.
반갑고도 기억에 남는 요괴를 좀 적어본다면~
무도사, 배추도사에서도 나왔던 (은비까비였나?) 둔갑쥐. 어느 가정집의 아들이 밤에 손발톱을 깎고 아무 데나 머리는데, 밤에 둔갑쥐가 그걸 먹고는 집으로 돌아가 아들 행세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은 도움을 주는 이를 만나 둔갑쥐를 퇴치하는 내용인데, 어렸을 때 숙제가 많은 날에 손발톱을 이리저리 버렸더랬다. 나 대신 숙제 좀 하라고... 누가 그러더라. 알고 보면 내가 그 손발톱을 먹고 둔갑한 쥐일 거라고... 본체는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베개 속의 해골이라는 침내골. 원수나 복수하고 싶은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이라는데 베개에 해골을 넣으면 꿈에 귀신이 나타나 머리를 짓누른단다. 근데 아무리 작은 해골이라도 베개 속에 넣기엔 너무 크지 않나? 그래서 고침단명이라고 하는 건가? 폭신폭신한 내 베개엔 해골 따위 없으니 다행이다. 난 그런 얕은수 엔 당하지 않을 거다. ㅋㅋㅋ
내가 초딩이던 시절,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딩이던 시절엔 해적판으로 요괴 이야기를 읽곤 했다. 대부분이 일본이나 대만의 요괴들이었는데 한국 요괴들만 따로 모아둔 책을 못 봐서 어린 나이에도 아쉬웠더랬다. 이 책을 발판으로 더 많은 한국적인 요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삽화도 나쁘진 않지만 '신비 아파트'처럼 귀여운 작화로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