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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평점 :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게다가 골드미스 이모까지? 책 제목에 놀라고 책 소개 글을 읽고 놀라고... 세 여자의 코믹 액숀 인도 방랑기라는데 나는 코믹보다 걱정이 앞섰다. 아무래도 우리 엄마와 내가 여행하는 상상을 하고 말았으니까. 나도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니지만(욱하면서 소심하다. 그러니 이불 킥은 이제 내 인생의 일부) 울 엄마는 세상 여리고 순수하다고 본인 말로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까칠하고 고집 세고 예민한 성격이라(엄마가 나 블로그 친구 해놨던데 이거 보면 뭐라 하시겠지?) 함께 여행하는 게 두렵다. 얼마 전에 "엄마! 나 미용실에서 그러던데, 내 머릿결 엄청 튼튼하대. 엄마 닮아서 그런가 봐!" "니 머릿결이 뭐가 좋냐? 엄마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대답을 들었다. 진짜 이런 엄마랑 여행을 하라고? 그런데 저자는 진짜 엄마랑 여행을 갔다고? 오~ 부디 내가 상상하는 그런 일은 없기를...
삶의 목표가 여행인 저자는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순간들을 마주하던 어느 날 엄마가 생각났다. 그리고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로부터 10년 남짓의 시간이 흐른 후 여행을 하고 들어오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우리 같이 여행 가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신 엄마, 한 달 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어디 가고 싶은지 생각해봤어?" "인도!"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놀랐다. 국내 배낭여행조차 해본 적 없는 방년 58세, 55세 골드미스 이모가 인도 여행에 함께 하기로 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녀들과 함께 캘커타, 바라나시, 맥그로드 간즈를 갔다.
짐을 싸는 과정에 골드미스 이모의 커피포트, 세숫대야, 고무장갑 등의 짐을 보며 빵 터졌다. 억척스러운 한국 아줌마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도 다 자신보다는 언니와 조카를 생각하며 챙긴 게 아닐까 싶어 짠하기도 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던 나라, 인도에서 음식을 시도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변화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보통 나이가 들면 편안한 것을 추구할 거라 생각했다. 젊은 사람이 가도 결코 편할 것 같지 않은 인도에서 엄마는 관광객에서 현지인으로 변화한다. 저자보다 더 적극적이고, 현지인들을 스스럼없이 대하고,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저자가 느끼는 감정이 오롯이 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엄마와 딸'의 여행일 뿐만 아니라 58세 박귀미씨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나의, 그리고 함께 간 사람의 모습을 만나곤 한다. 엄마와 여행을 가면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까? 서로를 마주 보고 이해하는 날이 올까? 엄마와 여행은 나에게 아직은 두려움이다. 엄마가 나를 비난하는 것보다 내가 그런 엄마에게 등을 돌려버릴까 봐... 엄마에게 쓴 뿌리가 많았다는 걸 새삼스레 발견하며 엄마가 다시 짠해진다. 아픈 아빠 병수발하고 경제까지 책임지며 살아온 엄마에게 내가 가지는 감정이 고작 이건가 싶어 나에게도 화가 난다. 이 모녀처럼 서로를 보듬고 사랑만 할 수는 없는 걸까? 엄마에게 전화해서 여행을 가자고 하는 것도, 그리고 그런 전화를 할 딸이 있다는 것도 마냥 부럽기만 하다. 에필로그 앞에 있는 박귀자 여사님의 여행 후기 글에서 이번 여행이 그들에게 얼마나 행복했고, 좋은 추억을 되었는지 느껴진다.
에필로그에서 다음 여행에 대한 예고편처럼 필리핀이 등장한다. 이처럼 경쾌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라면 필리핀 편을 안 읽을 이유가 없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 모든 게 비현실적이라 놀랐다. 나의 상식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들이 버젓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신기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곧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란 그저 내게 익숙한 것들이라는 것을. p.40
사실 나는 엄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엄마는 엄마라고만 생각했다.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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