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고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처럼 진짜 누가 내 머릿속에 도청장치를 해둔 것만 같았다. 아니면 나도 모르는 자아가 글을 썼거나... 이건 정말 백 퍼센트 나의 이야기였다. 심지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다. 한 달 전에 나는 의욕에 넘쳐있었으며 그것을 해보기 위해 계획을 짜고,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나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점점 완벽을 추구하고, 결국엔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시작조차 하지 않은 채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이 글에 의하면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완벽주의는 필요하지 않다. 목표를 위해 가장 중요한 날은 첫째 날이 아니라고 한다.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은 그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것도 쉽지가 않다.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고 불편한 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을 넘어설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비로소 끝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힘을 얻어야 할까? 일단 나의 목표가 너무 거대했던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거대했다면 절반으로 낮춰 잡고, 마감일이 빠듯하다면 늦춰보자. 혹시 마감이 없던 일이라면 마감을 잡아야 한다. 만약에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면 일을 단순화할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내가 어떤 동기로 움직이는지 점검해야 한다. 난 무조건 당근형이다. 채찍으로 때려봤자 난 채찍을 들고 있는 주인의 손을 물고 그대로 도망가 버린다. 재미있게 계획대로 움직이다가도 더 재미있는 걸 발견하면 어느새 그걸 하고 있는 나를 제지해야 한다. (청소가 극도로 귀찮았던 학창시절, 시험기간만 되면 청소가 그토록 재미있었던 건 역시 시험공부보단 청소가 재미있었던 것!) 나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주문들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나에겐 '끝을 내지 않을 거면 시작도 하지 마라!'라는 포기 주문이 있다(이건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을 며칠 땡땡이치고 놀다가 엄마에게 들켜 혼났을 때 들었던 말이다. 엄마는 나에게 인생의 가르침을 주고자 그날로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게 하셨다). 끝을 내라는 소리인데 반대로 '나에겐 끝을 낼 자신이 없으니 시작조차 안 하겠다'로 귀결된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그 계획에 질러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그리고 결승선으로 달려가 테이프를 끊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누군가가 그랬다. 사막을 건널 때는 지평선 끝을 보며 걷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내 발끝을 보며 한 걸음 한걸음 걷고, 때때로 뒤를 돌아보며 걸어온 길에 대해 응원을 해야 한다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사막을 걷거나, 남극을 횡단하는 일도 아니니 까짓것 즐기면서 결승선을 달려가보자! 나 같은 프로시작러들을 위한 <피니시>. 당신도 나와 같다면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