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한창욱 지음 / 정민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글꽃송이님의 서평 이벤트로 받은 책이다. 책 제목을 보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책일 거라고 생각하고 신청했는데! 그런데 목차를 열어보니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행동을 바로잡는 인생 반전 필살기 프로젝트다. 표지를 보면 상어떼가 나타나서 모두 상어와 반대로 수영하는데 한 사람은 상어떼를 향해 수영한다. 수영팬티가 벗겨졌기 때문. 표지만 보고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다가 나도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물론 표지의 주인공처럼 수영팬티 때문에 상어떼로 돌진하지는 않겠지만 죽을 듯이 수영하는 가운데도 팬티 생각은 떠나지 않을 테니까.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쪽팔리지 않도록 얼굴을 가리던가 아래를 가리던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듯하다. 알게 모르게 나도 팬티에 집착해서 상어떼로 수영한 적은 없는지 떠올려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는 대의를 위해 사소한 것을 희생시켜라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원하는 삶으로, 가치 있는 삶으로, 즐거운 삶으로, 행복한 삶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백세 인생이니 어쩌니 해도 생각보다 인생은 짧다. 모두가 백세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장점을 찾는 것도, 또 그것을 개발해 나가기에도 부족하다. 아직까지도 장점을 찾는 중이니 죽기 전에 개발은 할 수 있을런가.
책을 읽으면서 내 문제점을 만났다. 난 과정 지향적인 사람이라서 과정이 즐거워야 하고, 또 과정을 달성하기 위한 작은 사항들을 하나하나 점검해야 맘이 편하다. 그런데 하다 보면 변수가 생기고 그래서 원래 목표로 했던 것이 어느새 사라지고 다른 것에 열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예를 들면, 한자 공부를 할 때 한자검정능력시험 2급이 목표라고 치자. 그럼 2급 문제집을 사서 거기에 있는 한자들을 외우고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난 8급 문제집을 사고, 한자 카드를 하나하나 만든다. 심지어 아는 한자까지도... 그렇게 공부해서 8급이 완벽하게 숙지됐다고 생각할 때 7급을 공부하고, 또 6급을 공부한다. 성실하게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변수가 발생한다. 한자 카드 만들다가 서서히 카드 만드는 게 지겨워지고, 외운 한자도 까먹고, 외워야 할 한자가 많아지면 짜증이 발생한다. 2급을 따야지~라고 마냥 생각할 뿐 시험 날짜는 관심도 없다. 내가 자신감이 드는 때 시험도 접수할 거니까. 매번 이런 식이니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그래, 그동안 과정 지향적으로 살았다면 남은 인생은 목표 지향적으로도 살아보자.
그런데 책의 내용 주에 한가지 좀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잘못된 관계는 청산하라'라는 챕터에서 중독성의 예를 든 게 아무래도 못마땅하다. 매 맞는 아내가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 또한 중독성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헤어지자고 말했을 경우에 목숨이 위험한 경우가 훨씬 많았고(실제로 헤어지더라도 보복하는 경우가 많다), 때리는 남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여자의 자존감을 파괴하기 때문에 좌절감으로 시도조차 못한다. 때리는 가해자가 나쁜 건데 맞는 행위나 아니면 가해자와의 관계에 중독된 것이 아니냐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는 것 같아 불편했다.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문제가 심심치 않게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런 예는 아닌 것 같다. 개정판이 나올 때는 부디 삭제를 부탁드리고 싶다.
책을 읽다가 <러브 액츄얼리>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그중에서 다니엘(리암 니슨)과 샘(토마스 생스터)의 이야기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샘의 사랑 이야기가 떠올랐다. 샘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조안나를 좋아한다. 조안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던 중 조안나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소식까지 듣는다. 조안나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학기말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샘은 밴드로 출연해서 멋지게 연주를 해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문제는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는 건데... 샘은 그건 진짜 사소한 문제라며 그날부터 드럼을 연습한다. 목표를 실행하는데 치명적인 걸림돌조차 사소한 문제라며 차근차근 연습하는 샘이 있다. 난 그보다 훨씬 사소한 문제들을 바위처럼 대하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조약돌과 바위를 구분하며 내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