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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평점 :

"자기 전에 한 편씩 읽습니다.
그러면 안심하고 잠들 수 있거든요."
띠지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읽다보니 정말 그렇더라.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눈이 빨개질 때까지 읽어야하는 책도 아니고, 너무 긴장되서 아니면 잔인해서 꿈자리 사나워질까봐 덮을 수 밖에 없는 책들이 있다. <펫숍 보이즈>는 일상 미스터리라 아껴서 읽을 수 있었다. 하루에 딱 한 편씩만...
주인공인 가쿠토는 취준생이다. 유어셀프 펫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동갑내기 아르바이트생 고타는 실없는 소리를 자주 해대지만 동물을 너무너무나 사랑하고, 동물에 관한 지식도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가시와기씨는 성실함으로 무장하긴 했는데 은근 허점이 많다. 매일 출석 도장 찍듯 매장에 오는 꼬마 소녀 유리, 개 사료부터 벌레장과 수초까지 사 가는 미스터리하고도 잔소리가 많은 호프만씨까지 매장을 채운다. 꼬마 유리에게 못된 말을 내뱉는 앵무새 유리, 펫숍에서 일하면서 펫숍을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본사 직원, 비 오는 날이면 펫숍의 쓰레기장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여우, 도마뱀을 닮은 손님, 잘 웃는 사모예드, 직원 몰카(이상한 동영상은 아닙니다)... 크고 작은 소동으로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는 펫숍에서의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여기에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일단 일본어를 해야 가능할텐데...)
"펫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위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마다 않겠다는 인간이라는 동물을요.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동물들이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입니다." ( p. 394 )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식물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지구에서 산다. 오직 인간만이 그 조화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살아간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사이좋게 지내는 게 어렵기도 하다. 그런 인간들이 다른 종을 기른다는 건 어쩌면 주제 넘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가쿠도가 말했다. 그럼에도 친구를 찾는 인간을 위한 곳이 어쩜 펫숍일지도 모른다. 애견샵이 줄지어 있는 동네를 가끔 지나갈 때가 있다. 거기에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늘 불쌍했고, 또 미안했다. 강아지공장이라고 불리는, 그러나 공장이라고 차마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곳에서 어쩜 태어났을 것만 같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견샵에서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듯 윤기없는 털, 눈보다 더 클 것만 같은 눈꼽을 달고 있는 아이들도 꽤 봤었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으로 분양하는 곳도 있을거다. 소설 속 유어셀프 펫숍만 그런 건 아닐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