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보헤미안 -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혼다 나오유키.요스미 다이스케 지음, 전경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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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꿈을 꾼다. 출근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고(육아는 제외하고...),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직장을(역시 육아는 제외하고... ㅜㅜ) 말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지옥철에 꽉 막힌 도로가 질린 사람들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두 저자는 20년 가까이 실험해온 '삶의 양식'을 <모바일 보헤미안>에서 소개한다.

모바일 보헤미안이란 일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에 놓고 여행하듯이 일하며 사는 자유로운 삶이 양식을 가리킨다. 그들에겐 여름휴가가 없고, 또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 모바일 보헤미안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답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탐구해야 하며, '일, 표현, 생활의 질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려는 사고'를 요한다.

책 소개만 읽었을 때는 좋은 곳에 놀러 다니고, 놀러 간 곳에서 노트북을 꺼내 일한다고 막연히 상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프로 중의 프로 프리랜서만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었다. 사실 회사 사람들 때문에 짜증 날 때도 꽤 있지만 일을 하다 보면 온전히 결과물로만 승부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여러 개의 프로젝트들을 함께 진행해야 해서... 매일 얼굴 보며 일을 하면 이런 변명 아닌 변명들을 회사 사람들은 이해해주기 때문이다(이해를 받으려면 평소에 성실하게 죽으라고 일을 해야겠지만). 하지만 모니터 뒤에서만 마주해야 할 때는 그런 이유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로지 퀄리티로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팔자 좋아 보이는 저자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뭐든지 일단 능력이 되어야 한다. 자신에게 일을 의뢰한 회사의 사정에도 눈치 좀 있어야 할 것 같고(특히 우리나라에선 더 할 듯... 회사는 일하러 온 곳이 아니라 정치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일 좀 하자!!), 회사가 나를 거절해도 맘 편할 수 있게 여러 주머니도 찰 줄 알아야 한다. 하나의 일만 잘 하기도 쉽지 않은데, N 잡을 능숙하게 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이 부러웠다. 일과 놀이를 위한 최소한의 짐을 꾸려 훌쩍 움직일 수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둘 다 싱글(아마도)이니 가능하지 않을까? 아이가 생기는 순간 어쩔 수 없이(변명일지라도) 두 다리를 땅에 박고 살아야 한다. 집순이 기질이 다분해서 평생 돌아다니며 산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받겠지만, 한동안 유행한 '제주도 한 달 살기'처럼 프로젝트 식으로 살아본다면 멋질 것만 같다. 나에게 든든한 삶을 보장하는 로또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안타깝지만,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성실함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오늘 할 일을 내일 하면 더 잘 할지도 모른다!'라는 착각을 종종 할 때가 있어 게으름의 수렁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둘의 삶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너무나 흔해서 쓰기 싫을 정도인데, 한 평생 대한민국 내 데스크톱 앞에서만 살 수는 없는 거니까~ 허리라 꼿꼿할 때까지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해봐야지~ 작은 일이라도 씨를 뿌려야 싹이 트는 법!

"여러분의 눈앞에는 새하얀 종이가 있습니다. 그 종이에 먹이 듬뿍 묻은 붓으로 점을 찍는 순간을 상상해보세요.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그냥 내버려둬도 그 점은 퍼져가겠죠. 하지만 점이 퍼지는 방향은 통제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자기 의사대로 붓을 움직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자기 스스로 인생을 디자인하라. 설사 틀렸다 할지라도 의미가 있다. 그것이 삶이다." 움직일 때는 초안도 정답도 없다. 그것을 정하는 사람은 여러분이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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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전쟁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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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종영한 <비정상회담>을 재미있게 봤었다. 각국의 청년들이 한국말로 각종 대화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중국 대표로 나왔던 왕심린이 냉동인간으로 있다가 다시 깨고 싶은 연도를 말할 때였다. 그는 '외국어를 안 배워도 될 때'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의 말은 훗날 중국이 세계를 통일해서 혹은 세계의 다시 중심이 돼서 모든 이들이 중국어를 쓸 때라는 말이었다. (한자 까막눈인 나는 그전에 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충격이었다. 그만 중화사상으로 똘똘 뭉친 건 아닐 거다. 아마도 중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동의를 할 것 같다.

잠에 빠져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중국이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뒤흔들릴 테니.
- 나폴레옹, 1817년  ( p.27 )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중국은 잠에서 깨어났고, 자신이 잠든 사이에 옮겨간 세계의 패권을 다시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원하는 걸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가 나타났다. 중국이 잠든 동안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한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중화사상만큼이나 '아이 러브 아메리카'로 똘똘 뭉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내세운 미국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할리우드에서 중국이 미국에 맞서다가 마침내 전쟁까지 발발하게 되는 영화를 만든다면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적절한 두 주인공은 찾기 힘들 것이다. 둘 다 자기의 나라가 위대해지기를 바란다. 닮은 점이 많은 두 사람의 갈등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될까?

난 그동안 중국을 짝퉁의 나라, 세계의 공장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중국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중국을 면밀히 관찰해온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레빈 러드는 이 나라의 폭발적인 성장을 "영국의 산업혁명과 세계 정보혁명이 300년이 아니라 30년으로 압축되어 한꺼번에 불타 오른 일"이라고 설명했다.  ( p.42 ) 우리가 대륙의 oo라고 놀리는 동안 중국은 몇 년이 걸릴 일들을 단 몇 시간 만에 해치우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은 최대 소비국이다. 한동안 치즈값이 인상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동네 작은 피자가게들이 울상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피자를 먹기 시작해서 우리나라 치즈값이 올랐던 거였다. 게다가 공학 분야에서 중국의 청화대는 이미 MIT를 앞질러 세계 최고의 대학까지 되었다. 졸업하는 학생들 수를 생각하면 박사 학위 수여자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이 신흥 강국의 부상으로 기존 패권국의 입지를 위협한 사례 16건 중 12건이 전쟁으로 이어졌고, 4건만이 전쟁을 피한 것을 발견했다. 17번째 사례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 또한 75%의 확률로 전쟁으로 끝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절대로 안전한 곳이 아니다. 흔히들 말하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 나는 건 시간문제다. 얼마 전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마당 삼아 서해 바다와 동해 하늘에 출몰하여 항모 훈련을 했다. 미국에 보란 듯이 힘자랑을 한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조공을 바치는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우리가 다른 나라인 미국을 섬기는 것 같아 심기가 불편한가 보다. 하지만 그들이 대놓고 요구하기엔 아직 때가 아니기에 그들은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강대국의 손아귀에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했다. 저자가 제시한 전쟁 시나리오가 너무나 그럴 듯 하다. 미국과 중국이 붙으면 전쟁터가 될 곳은 우리나라 일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 하지만 전쟁은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이기보다는 여러 패를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카드 게임에 가깝다고 한다. 우리가 어부지리를 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간에서 잘만 하면 콩고물이 떨어질지 어찌 알겠는가? 우리나라가 지옥의 한가운데 있는 일만은 없기를...

책은 꽤 두께가 있지만 가독성이 너무 좋다. (저자가 인용한 16건의 사례를 읽는 것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재미있게 읽어도 될지 걱정할 정도다. 한반도의 운명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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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지음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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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콩밭 주민이다. 콩밭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 콩밭에서도 완두콩, 호랑이콩 등 다양하게도 키운다. 몸은 책상에 붙박이처럼 붙어있다 하더라도 마음만은 콩밭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넓고 넓은 콩밭임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올봄에 콩이 유난히 달죠?"라며 서로에게 콩을 권하고 싱그러운 풀냄새를 맡으며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다.

그런데 왜 마음이 콩밭에 있다고 하는 걸까? 근데 왜 하필이면 콩밭일까? 찾아보니 내 땅 하나 없는 소작농이 곡식을 직접 심고 싶어도 땅이 없어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는 척박한 땅에 콩을 심었단다. 콩은 다른 곡식처럼 많은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잘 자랐다. 그렇게 심은 콩이 추수할 때가 되면 누가 훔쳐 갈지, 들짐승이 먹진 않았는지, 혹은 땅주인이 자기 땅에 심었다고 뭐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된다는 거다. 그래서 온통 마음이 콩밭에 간다는 표현이 생겼다고 한다. 나도 현대판 소작농과 마찬가지라 콩밭이 그렇게 친근했나 보다.

사실 스스로 산만하다고 자책하는 사람 중에는 성격이 명랑하고 밝은 경우가 많다. 한 가지에 몰두하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은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재능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자신이 걱정인 사람들은 누구보다 결단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기 때문이다.  ( p.13 )

혹시 내 마음을 훔쳐본 건가? 아님 콩밭 거주자들은 이런 특성들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산만하다고 늘 혼났던 나에겐 고마운 말이었다. 어른들은 곧잘 "하나만이라도 잘 해라!" 혹은 "하나만이라도 끝내고 시작해라!"라며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내가 진짜 잘 하는 건 없어도 무난히 이것저것 꽤 한단 말이다. 쳇!

살면서 꼭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할 필요는 없다. 하나를 얻기 위해 꼭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며, 내가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서 꼭 안정된 삶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꼭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양쪽의 장점을 모두 취하면서 안정적이고도 자유로운 삶을 그릴 수도 있다.  ( p.83 )

양자택일을 해야 할 상황이 가끔 있다. 인생이 모두 '짜장면 아니면 짬뽕'일 이유는 없다. 우리에겐 짬짜면이 있으니까... 꼭 매번 내 인생 최고의 짬뽕(참고로 난 짬뽕이 더 좋아!)을 맛있게 먹을 순 없다. 매번 짬뽕을 주문하고 나면 맞은편 사람의 짜장면이 더 맛있어 보인다. 두 가지를 그럭저럭 해내는 것도 엄청난 재능일 테니...

또한 흔히 산만한 사람은 끈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관심을 주다가 금세 식어버린다는 편견을 얻는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적극성과 끈기는 독립적으로 작용한다.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은데 좋아하는 일에도 끈기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자신의 기준을 채울 때까지 질리지 않는다.
물론 중간중간 인터넷도 하고, SNS도 하고, 간식도 먹으려 딴짓의 할당량을 채워 넣지만, 그래도 본인이 생각한 만큼의 일은 끝까지 해낸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완벽하게 일을 끝내기 위해서는 사이사이 딴짓이 그래서 더 도움이 된다. 건물을 짓다 보면 먼지가 날리지 않을 수 없고, 가구를 만들다 보면 톱밥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끈기가 필요한 일을 오래 붙들고 있다 보면 딴생각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당신의 하루하루는 딴짓, 딴생각이 있기에 보다 빨리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 p.178 )

오늘도 회사에서 책상 하나 받아 모니터 앞에서 밭을 일구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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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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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한 편씩 읽습니다.
그러면 안심하고 잠들 수 있거든요."

띠지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읽다보니 정말 그렇더라.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눈이 빨개질 때까지 읽어야하는 책도 아니고, 너무 긴장되서 아니면 잔인해서 꿈자리 사나워질까봐 덮을 수 밖에 없는 책들이 있다. <펫숍 보이즈>는 일상 미스터리라 아껴서 읽을 수 있었다. 하루에 딱 한 편씩만...

주인공인 가쿠토는 취준생이다. 유어셀프 펫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동갑내기 아르바이트생 고타는 실없는 소리를 자주 해대지만 동물을 너무너무나 사랑하고, 동물에 관한 지식도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가시와기씨는 성실함으로 무장하긴 했는데 은근 허점이 많다. 매일 출석 도장 찍듯 매장에 오는 꼬마 소녀 유리, 개 사료부터 벌레장과 수초까지 사 가는 미스터리하고도 잔소리가 많은 호프만씨까지 매장을 채운다. 꼬마 유리에게 못된 말을 내뱉는 앵무새 유리, 펫숍에서 일하면서 펫숍을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본사 직원, 비 오는 날이면 펫숍의 쓰레기장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여우, 도마뱀을 닮은 손님, 잘 웃는 사모예드, 직원 몰카(이상한 동영상은 아닙니다)... 크고 작은 소동으로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는 펫숍에서의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여기에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일단 일본어를 해야 가능할텐데...)

"펫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위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마다 않겠다는 인간이라는 동물을요.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동물들이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입니다."  ( p. 394 )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식물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지구에서 산다. 오직 인간만이 그 조화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살아간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사이좋게 지내는 게 어렵기도 하다. 그런 인간들이 다른 종을 기른다는 건 어쩌면 주제 넘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가쿠도가 말했다. 그럼에도 친구를 찾는 인간을 위한 곳이 어쩜 펫숍일지도 모른다. 애견샵이 줄지어 있는 동네를 가끔 지나갈 때가 있다. 거기에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늘 불쌍했고, 또 미안했다. 강아지공장이라고 불리는, 그러나 공장이라고 차마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곳에서 어쩜 태어났을 것만 같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견샵에서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듯 윤기없는 털, 눈보다 더 클 것만 같은 눈꼽을 달고 있는 아이들도 꽤 봤었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으로 분양하는 곳도 있을거다. 소설 속 유어셀프 펫숍만 그런 건 아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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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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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괴짜 노인 그럼프>를 아직 읽지 못했다. 노란색 배경에 이름대로 그럼피(grumpy)한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가 인상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국에 왔다.

손녀가 한국의 대학교로 교환학생으로 왔다. 그녀와 화상 통화를 하던 중에 뒤로 엉성한 합판으로 만든 벽을 보고 손녀 방을 고쳐주기 위해 핀란드를 벗어난 적이 없는 그는 한국행을 결심한다. 직항으로 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출발하기 36시간 전에 공항에 갔다는 그럼프. 캐릭터가 보통 독특한 게 아니다. 핵을 가지고 늘 위협하는 뚱뚱한 소년(김정은 좋겠다. 소년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어서...)이 있는 이웃을 둔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에게 그동안 전혀 상관없는 나라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동계 올림픽으로 전도 유망한 수많은 운동선수들까지 한국에 모인다니 걱정이었다. 뚱뚱한 소년과 치약 광고 미소를 머금은 양키 대통령은 줄넘기 대회에서 승부를 겨루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뚱보가 몇 바퀴나 줄넘기를 할 수 있을지는...) 비행기에서, 그리고 여권 심사대에서 만난 한국 아가씨 눔(아마도 윤? 어떻게 읽으면 눔이 되는 걸까?)과 평창 올림픽 관계자를 만난 그럼프는 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인연으로 그럼프와 손녀 그리고 한국인들과 평창 여행을 시작하는데...

그럼프가 평창에 도착해서 경기장들을 둘러보는 장면 중에 김연아의 프로그램을 잠시 보게 된다. 러시아에서 빼앗기다시피한 금메달을 말할 때 우리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키 작은 남자(아마도 푸틴?)가 지배하는 나라는 수치심을 모르고, 남들을 탓하고, 규칙을 어길 새로운 방법들을 고민한다는 말에 피식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프가 손녀를 걱정하는 만큼, 그리고 그녀가 한국에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만큼 동계 올림픽이 무사히 잘 치러졌다. 뚱뚱한 소년과 양키 대통령이 함께 줄넘기를 하는 광경은 없었지만 화합의 장이 되었으리라 본다. 그럼프는 평창에 온 김에 평창 굿즈는 좀 사셨는지? 그리고 김장은 잘 하셨는지 궁금해진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했던 빌푸와 함께 서로 담근 김치 맛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ㅋ

책 중간중간에 그럼프의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있다. 그럼프가 한국 곳곳을 여행한 사진을 보여줘서 사실적인 느낌도 났지만, 속으로 '헉!'할 때도 있었다. 사진 배경 속 사람들의 옷차림은 그럼프를 제외하면 반팔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의 더위를 생각하면 보통 인내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은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귀를 가리는 털 모자에다가 장갑까지... 어느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땀띠로 꽤나 고생 좀 하셨을 것 같다. ㅠㅠ

인생이나 스키나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는 긴 여정이다. 망치를 만지작거리며 사우나 수리를 시작할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나 처마가 거의 떨어지고, 장판 밑에 곰팡이가 피고, 연통이 부러져서야 일을 시작한다. 수리가 아니라 철거를 해야 될 판이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문제가 생긴다. 너무 열렬해도 안 되지만, 남들 뒤에서 너무 오래 망설여도 안 된다. 더 미룰수록 이웃집 마티아스가 여자를 차지하게 될 게 분명하다, 결국 자신은 노총각이 되어 부모님 집 부엌 창문으로 이웃집 마티아스의 마당에서 당신의 마누라가 되었어야 할 여자와 그녀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자기 집 마당에는 잡초만 자란다.  ( p.p. 13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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