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전작인 <괴짜 노인 그럼프>를 아직 읽지 못했다. 노란색 배경에 이름대로 그럼피(grumpy)한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가 인상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국에 왔다.

손녀가 한국의 대학교로 교환학생으로 왔다. 그녀와 화상 통화를 하던 중에 뒤로 엉성한 합판으로 만든 벽을 보고 손녀 방을 고쳐주기 위해 핀란드를 벗어난 적이 없는 그는 한국행을 결심한다. 직항으로 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출발하기 36시간 전에 공항에 갔다는 그럼프. 캐릭터가 보통 독특한 게 아니다. 핵을 가지고 늘 위협하는 뚱뚱한 소년(김정은 좋겠다. 소년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어서...)이 있는 이웃을 둔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에게 그동안 전혀 상관없는 나라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동계 올림픽으로 전도 유망한 수많은 운동선수들까지 한국에 모인다니 걱정이었다. 뚱뚱한 소년과 치약 광고 미소를 머금은 양키 대통령은 줄넘기 대회에서 승부를 겨루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뚱보가 몇 바퀴나 줄넘기를 할 수 있을지는...) 비행기에서, 그리고 여권 심사대에서 만난 한국 아가씨 눔(아마도 윤? 어떻게 읽으면 눔이 되는 걸까?)과 평창 올림픽 관계자를 만난 그럼프는 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인연으로 그럼프와 손녀 그리고 한국인들과 평창 여행을 시작하는데...

그럼프가 평창에 도착해서 경기장들을 둘러보는 장면 중에 김연아의 프로그램을 잠시 보게 된다. 러시아에서 빼앗기다시피한 금메달을 말할 때 우리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키 작은 남자(아마도 푸틴?)가 지배하는 나라는 수치심을 모르고, 남들을 탓하고, 규칙을 어길 새로운 방법들을 고민한다는 말에 피식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프가 손녀를 걱정하는 만큼, 그리고 그녀가 한국에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만큼 동계 올림픽이 무사히 잘 치러졌다. 뚱뚱한 소년과 양키 대통령이 함께 줄넘기를 하는 광경은 없었지만 화합의 장이 되었으리라 본다. 그럼프는 평창에 온 김에 평창 굿즈는 좀 사셨는지? 그리고 김장은 잘 하셨는지 궁금해진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했던 빌푸와 함께 서로 담근 김치 맛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ㅋ

책 중간중간에 그럼프의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있다. 그럼프가 한국 곳곳을 여행한 사진을 보여줘서 사실적인 느낌도 났지만, 속으로 '헉!'할 때도 있었다. 사진 배경 속 사람들의 옷차림은 그럼프를 제외하면 반팔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의 더위를 생각하면 보통 인내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은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귀를 가리는 털 모자에다가 장갑까지... 어느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땀띠로 꽤나 고생 좀 하셨을 것 같다. ㅠㅠ

인생이나 스키나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는 긴 여정이다. 망치를 만지작거리며 사우나 수리를 시작할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나 처마가 거의 떨어지고, 장판 밑에 곰팡이가 피고, 연통이 부러져서야 일을 시작한다. 수리가 아니라 철거를 해야 될 판이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문제가 생긴다. 너무 열렬해도 안 되지만, 남들 뒤에서 너무 오래 망설여도 안 된다. 더 미룰수록 이웃집 마티아스가 여자를 차지하게 될 게 분명하다, 결국 자신은 노총각이 되어 부모님 집 부엌 창문으로 이웃집 마티아스의 마당에서 당신의 마누라가 되었어야 할 여자와 그녀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자기 집 마당에는 잡초만 자란다.  ( p.p. 13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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