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생 다인이 작가정신 소설향 23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혹자는 90년대 운동권에 대해 80년대의 끝자락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과연 80년대는 희망의 시기였고 90년대는 몰락의 시기였는가 91학번으로 대학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그 길에서 떠난 적이 없는 나에게 이는 탈락자의 자기 변명으로 들린다. 학생운동만을 보고 운동을 논하는 그 자체가 잘못이다. 아니, 설혹 학생운동을 보고 90년대를 논한다 하더라도 분명 94년 쌀수입개방 저지 투쟁과 95년 5.18 학살자 처벌 투쟁은 전 국민의 지지와 성원 속에 90% 학생들의 지지 속에 이루어진 승리의 과정이었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거저 구속되었는가 학생운동이 먼저 싸우고 전 국민이 지지함으로 이루어진 성과였다. 뿐만 아니다. 96년 연세대에 나도 있었다. 그때 나는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며느리 간병을 온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연세대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97년 김영삼 정권 퇴진운동 또한 많은 지지와 성원 속에 이루어졌다. 전철 안에서 집에서 싸온 음식이라며 우리 손에 먹을 것을 쥐어 주시는 시민분들을 우리는 만났고 심지어 프락치 치사사건으로 한총련이 매도될 때 거리에 나가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합니다. 그러나 우리 한총련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김영삼에게 돌을 던져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나에게 국민들은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지금 우리는 90년대 후반 운동의 오류를 가슴 아프게 반성하며 더욱더 국민들과 함께 하는 세력으로 살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나는 작가가 90년대를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90년대 운동을 한 사람 중 자기 반성은 있으되 자신이 살아온 길을 후회하는 이들은 없다. 친구들 중 결혼을 하고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항상 한총련을 비롯한 운동세력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우리에게 90년대 운동은 승리의 과정이었고, 힘들어 도망치고 싶어도 옳기에 떠날 수 없는 길이었다. 비겁해지기 싫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기에 나선 길이었다.

다인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나도 중학교에 사회를 알았고 고등학생때 87년을 겪었고 학생회 직선제, 전교조 투쟁을 고등학생 시절 겪었던 세대이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 나와 같은 학원에서 재수생활을 했던 강경대 열사의 죽음을 보았고, 박창수 한진중공업노동자의 죽음을 보았고 나도 분신을 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며 싸움의 현장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나도 97년이후 2번 구속되었고 2년이 넘게 감옥에 살았다. 그러나 나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기 거부한 적 없다. 지금 사회의 변화는 거저 온 것이 아니다. 끝까지 정의로움으로 살아온 우리들의 피와 땀이 일구어 왔기에 희망을 가지며 오늘을 살고 있다.작가의 시각이 운동권에 대한 비난으로 느껴지지는 않으나, 자신의 부끄러움과 애정을 왜곡된 모습으로 그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다인이와 동갑인 나는 아직도 몇 푼 되지 않는 돈에 생계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나 이 길을 계속 가고 있고 나와 같은 수 많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우리의 꿈을 향해 희망을 가지고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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