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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ㅣ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평점 :
후배가 현대사를 알고 싶다고 해서 같이 읽어보기로 한 책.
한홍구의 특강.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덕에 여느 책과 다른 구어체 문장에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쉬운데 있다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경악하며 겪고 있는 온갖 사회적 문제가 단지 '이명박 정부'의 탄생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60여년이 넘는 현대사의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있다.
뉴라이트의 건국절논란부터 간첩이야기, 민영화, 토목건축, 사교육, 괴담의 사회적 고찰, 경찰의 폭력성에서 촛불까지...
비단 어느날 툭 튀어나온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군원적 두가지 문제, 즉 해방 직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문제, 그리고 분단이란 상황 속에서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얽히고 섥히며 이어져 온 문제인지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심지어 강남개발과 사교육의 문제조차 이 두가지 근원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적이기도 했다.
같이 책을 읽은 후배는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이 거대한 뿌리를 가진 한국현대사의 문제를 우리가 과연 풀어갈 수 있을지 좌절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의 끝을 찾아 하나하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풀어가기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오랜 민주화 투쟁의 완성이 되지 않을까 ... 모르고 무작정 실타래를 이리저리 굴리는 것보다 풀어갈 실마리를 찾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 바로 이책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지은이는 마지막, 우리 사회의 대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한다.
지난 10년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한계와 극복지점을 어떻게 넘을 것인지를 말이다.
민주화 과정의 성과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싸워온 이들이 아닌, 다시 친일과 분단으로 연명해온 기득권층의 이득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민주화와 민중의 괴리에서 나왔으며 이를 극복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지은이의 주장은 백번 공감이 간다.
역사는 과거를 기록한 것만 아니라 현재의 뿌리이며 미래를 조망하는 길잡이 역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지금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넘어선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