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이와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내용보다 제목 하나에 마음이 먼저 멈출 때가 있어요. 하지 않아도 되는 숙제. 이 말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동시에 질문을 던져요. 그래서인지 책을 꺼내자마자 아이가 바로 물었어요. “엄마, 진짜 안 해도 되는 숙제가 있어?” 읽기도 전에 생각이 시작된 순간이었어요. 이야기 속에는 수수께끼라는 전학생이 등장해요. 이름부터 조금 낯설고 말투도 행동도 기존 교실 분위기와는 달라요. 다들 그냥 따라 하던 일에 조심스럽지 않게 “왜?”라고 묻는 아이. 아이와 함께 읽으며 페이지를 넘기다가 자꾸 멈추게 됐어요. 아이가 책을 보다가 그림을 다시 보고 제 얼굴을 힐끔 보고 다시 글로 돌아가더라고요. 이야기를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중간쯤 읽었을 때 아이가 책장을 덮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어요. “근데 엄마, 숙제는 다 같은 숙제야?”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이 책이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힘. 부모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 마음에서 질문이 올라오더라고요. 또 어떤 장면에서는 아이가 웃다가 갑자기 말수가 줄었어요. “나라면 저 친구랑 친해지기 좀 힘들 것 같아.” 수수께끼처럼 튀는 행동을 하는 친구를 보며 아이도 자기 교실을 떠올린 거겠죠. 그 말 하나로 대화가 이어졌어요. 전학 온 친구 이야기. 괜히 눈치 봤던 순간. 다르다는 이유로 말 걸기 망설였던 경험. 책이 아이 마음을 살짝 열어준 느낌이었어요. 이 책은 겉으로 보면 숙제에 관한 이야기예요. 하지만 읽다 보면 학교생활 전반을 조용히 건드려요. 왜 다들 하는 걸 나도 해야 하는지. 질문하면 괜히 튀는 건 아닌지. 틀리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아이들이 매일 마주하는 작은 부담들이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그래서 아이도 공감하고 부모도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부모 입장에서 좋았던 건 이 책이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이렇게 해야 해. 이게 정답이야. 그런 문장은 없어요. 대신 질문만 남겨요. 그리고 그 질문을 아이에게 맡겨요. 그래서 읽고 난 뒤에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의 마지막 한마디. “엄마, 그럼 꼭 해야 하는 숙제도 있는 거겠지?” 그 질문 하나면 이 책을 함께 읽은 이유는 충분하다고 느꼈어요. 숙제를 좋아하게 만들지는 않아도 왜 배우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초등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장면에서 멈추고 같은 질문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꽤 좋은 독서 경험이에요. 잔소리 대신 이야기로 아이 마음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