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멀어진 줄 알았어요. 아니, 그냥 제 마음이 오래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계절은 변했는데 제가 따라가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죠. 그러다 책 한 권을 읽었어요. 아무래도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 ::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일어서는 책. 천천히, 아주 조용하게 제 안쪽 깊은 곳을 깨우는 책이었어요. 나태주 시인의 말들은 늘 제게 가장 먼저 다가와요. 요란하지 않아서 좋고 무겁지 않아서 더 좋고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말도 아니에요. 살아온 세월의 온도만큼 따뜻하고 단단해요. 책을 펼치자마자 “그대는 봄, 겨울이라도 봄.” 이 문장이 제 마음에 오래 멈춰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든 누군가는 나를 봄처럼 바라봐준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지친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날이 있어요. 하루가 버거워서 나조차 나를 아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시인은 말해요. 괜찮다고. 너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내가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두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숨이 느리게 가라앉았어요.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라고 재촉해도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내 속도로 가도 된다고.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져요. “내가 옆에서 함께 울어드릴게요.” 이 문장을 읽을 때는 괜히 목 뒤가 뜨거워졌어요. 힘들 때 누군가 ‘괜찮아’보다 ‘같이 울어줄게’라고 해주는 말. 그런 말은 가볍지 않아서 더 깊게 가라앉아요. 그리고 그 깊이만큼 큰 위로가 돼요. 시인은 우리가 잊고 사는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줘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오래된 온기. 곁에 있는 존재를 향한 작은 감사. 사라져가는 순간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움 끝에서 피어나는 희망. 모든 감정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 책이었어요. 책장을 넘길수록 제 마음도 같이 움직였어요. 멈춰 있던 것들이 조금씩 풀리고 꽁꽁 얼어 있던 자리가 따뜻해지기 시작했어요. 문장 하나, 그림 하나가 저를 다시 걷게 하더라고요. 책 속에서 시인은 말해요. 사람마다 가야 하는 길이 있다고.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져도 사실은 나에게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그 말이 긴 터널을 걷는 제 마음을 조용히 밝히는 불빛 같았어요. 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이 문장이 참 오래 남아요. 봄은 늘 어떤 마음과 함께 오고 어떤 사람과 함께 오고 어떤 다정함과 함께 오죠.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계절도 같이 움직인다는 걸 시인은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에게 나지막하게 알려줘요. 그래서 이 책은 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무거운 날 읽으면 조금은 숨이 쉬어지고 조금은 힘이 돌아오고 조금은 내일이 덜 두려워질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책을 덮을 때쯤 저도 모르게 생각했어요. ‘아, 나는 조금씩 피어나고 있구나.’ ‘조금만 더 걸어보면 되겠구나.’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만들어주는 시집이었어요. 오늘도 천천히. 서둘지 않고. 나의 속도로. 나의 봄을 향해 걸어보려 해요. 🌷 아무래도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 📚 많.관.부 :) #아무래도봄이다시오려나보다 #나태주시인 #시집추천 #감성글귀 #위로되는말 #힐링글귀 #감성에세이 #R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