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해양강국을 위한 바다의 인문학
김석균 지음 / 예미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다는 멀리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했어요.
휴가철에만 떠오르는 곳.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배경 정도로만 여겼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바다는 늘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있었고,
우리가 걸어온 길을 조용히 받쳐준
거대한 무대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항구에서 시작된 아침.
컨테이너가 부딪히는 낮의 소리.
조선소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저녁.
그 모든 장면 속에서
우리 경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움직여 왔더라고요.

수출품이 바다를 건너 나가고
필요한 자원이 바다를 통해 들어오며
한국이라는 나라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바다 위에서 자라온 나라였어요.

책을 읽으며
왜 우리가 ‘해양국가’라는 말을 자주 듣는지
왜 항로 하나의 변화가
이 나라의 산업을 뒤흔드는지
이제야 조금씩 이해되었어요.

그리고 그 흐름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세상을 움직인 나라들은
모두 바다에 먼저 눈을 떴더라고요.

지중해를 장악한 로마.
대항해시대를 연 유럽.
태평양을 중심에 둔 미국.
그들의 힘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그 물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뉴스에서 스쳐 지나가던 짧은 문장들도
갑자기 무게감 있게 들렸어요.

남중국해에서 일어난 작은 마찰.
국가 간의 EEZ 선 긋기 문제.
중동 해협의 미묘한 변화.
그 모든 소식이
지도 위의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과 가격,
시장과 경제와 아주 깊이 연결되어 있었어요.

책은 이런 사실을
전혀 어렵지 않게
부드럽고 차분한 톤으로 이야기해줘요.
그래서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가장 오래 맴돈 문장이 있었어요.

해불양수.
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바다는 흐릿한 물도 받아들이고,
맑은 물도 포용하고,
세찬 파도도 고요하게 품으면서
스스로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는 존재였어요.

이 말이 요즘의 우리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멀어지고
말이 다르다고
쉽게 단절되는 시대지만
바다처럼 한 겹 더 감싸 안으면
갈등도 조금은 잔잔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크게 외치지 않아요.
설득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아요.

그냥
“바다를 보면 사람이 보이고
사람을 보면 나라의 길이 보인다”는 말을
가볍게 건네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
손에 남는 느낌이 참 고요했어요.

생각이 길게 이어지고
시선이 더 멀리 뻗어나가고
마음은 조금 더 여유로워지는
그런 여운이 오래 머물렀어요.

:: 바다는 작은 물을 가라지 않는다 ::
책 제목처럼
우리의 시야도
우리의 마음도
조금은 바다처럼 넓어지는 경험이었어요.
 
바다는 작은 물을 가라지 않는다  📚 많.관.부 :)



#바다는작은물을가라지않는다 #예미출판사 #해불양수 
#바다의인문학 #감성서평 #추천도서 #세계사읽기 
#해양국가 #동아시아질서 #바다와인문학 
#오늘의책 #문장수집 #감성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