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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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의 네 번째 주인공들은 김말봉과 박솔뫼 작가다. 김말봉은 한국 근대 소설에서 많지 않은 여류 작가로, 또 그 소설사에 있어서 대표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가 생애는 넉넉히 30년간을 계산할 수 있다. 우선 작가 생애로 봐서 그는 우리 근대 작가 중에서 장수한 편이며, 1930년대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통속 소설' 지금의 멜로드라마의 원조인 셈이다. '순수 귀신을 버리라'라고 일갈한 대중문학 작가였던 그녀는 1930년에서 1950년대 말까지 30편이 넘는 대중소설을 내놓으며 큰 인기를 누렸던, 이른바 '최초의 스타작가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근대 여성 작가의 소설이 그렇듯 그녀의 소설도 여성의 지위와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불합리함, 그에 기반한 가족 구조의 불안정성을 폭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김말봉 작가의 단편인 <망명녀>, <고행>, <편지>가 실려 있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망명녀>이다. 한 인간의 인생에서 구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은 현대의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로 이어진다. 윤숙과 순애의 이야기와 부산 거리를 걷는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교차되며 그들의 살았던 삶의 흔적을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의 따뜻한 이어짐을 형성한다.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는 <망명녀>를 잇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바라본다면 가상의 체험담이기도 하다.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스토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사건이나 시간을 대신 경험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순애가 되어보거나 윤숙이 되고, 작품의 저자의 입장이 되어 이 작품에 빠져든다면 그 재미는 더없이 감동적이지 않을까.

"가보는 것 아무튼 계속 가보는 것 가보고 걸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p133

김말봉 작가의 소설은 아름답다. 그것은 박솔뫼 작가의 소설에서 보이는 아름다움과는 다른 아름다움이지만 그만의 울림을 지닌다. 30년대의 김말봉과 100년의 지난 박솔뫼 작가는 닮아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 두 작가의 동질성은 박솔뫼 작가의 작품 <기도를 위하여>와<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에서 보이듯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도록 선배 작가의 입장이 되어보는 필연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또한 그녀들의 삶의 한 부분을 같이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여운을 가진 감각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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