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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아 명예를 잃고 말았구나.
내가 죽고 난 후에도 영원할 그 명예를 잃고 말았고,
이제는 짐승 같은 것만 남았구나."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2막 3장
인간의 욕망과 욕심의 종류는 헤아일 수없이 많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은 재물욕과 명예욕이 아닐까? 실제 재물은 잃어버리거나 놓아버리면 자기를 떠나게 된다. 다시 말해 재물은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버리고 싶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예라는 것은 자기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 한 잃어버릴 수도 없고 놓아버릴 수도 없다.
상류층 특권층의 어두운 부분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된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을 아내와 함께 흥미롭게 보곤 했다. 개인적으로 시에나 밀러의 팬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시청했지만 정치인 특권층의 범죄 스릴러를 감정과 심리적 요소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진실을 해부해 가는 탄탄한 스토리로 더욱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의 원작자 세라 본의 신작 <레퓨테이션:명예>는 그녀가 가디언에 입사해 11년간 정치부 기자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권의 권력, 특권, 경찰 수사, 형사 사건 재판 취재 같은 그녀만이 쓸 수 있는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다.
주인공 엠마 웹스터는 포츠머스 지역을 대표하는 하원 의원으로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여성 정치인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여성 인권 문제 등을 발언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인기 상승과 함께 그녀를 비하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났다. 매일 불안에 떠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명예를 지키려 지금껏 달려온 엠마는 정치인으로 완벽하게 보여도 사실, 커리어를 쌓느라 결혼 생활은 파탄 나고, 딸과의 관계는 서먹하며 일에 쫓겨 자기 삶이란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정치부 기자 마이크의 사망으로 그녀는 정치인으로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훗날 나는, 아이가 다른 여자아이의 명예를 훼손한 일이 그리하여 자신의 명예까지 위험하게 만든 일이 내 명예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온 또 하나의 결정적 사건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마이크와의 하룻밤처럼, 모두 연결된 사슬 속 한 고리였다."p159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엠마는 잘해나가는 것 이상으로 활짝 피어났고, 그 삶에 도취되어 있었다. 독주자로 설 만큼은 아니지만 세미프로 실력은 갖춘 청중의 박수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연주자인 캐럴라인은 그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엠마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것이다. 사람들이 귀 기울이는 목소리를, 제아무리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그녀에게 권력의 맛을 알려준 목소리를 말이다." p203
"다른 신문사와 방송사도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속속 전했다. 사무실 TV 화면 하단에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들이 이어졌다. 하원 의원들 집에서 타블로이드지 기자 무의식 상태로 발견, 여성 하원 의원들 집을 침입한 기자 입원, 타블로이드지 기자 세 여성 하원 의원 집에 무단 침입. 잠깐씩 자막이 겹치기도 했지만, 금세 바로잡혔다. 이런 상황이 긍정적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까? 티핑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까? 언론과 대중이 공인들을 정치인, 유명 인사 그리고 해리와 메건도 빼놓을 수 없으니 왕족까지 개인적으로도, 또 소셜 미디어상에서 지나치게 괴롭히고 있다는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p256~257
옳은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반대편에 선 사람들과의 대립을 피할 수 없다.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자는 누구인지, 그녀는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