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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평점 :
1945년 8월 6일 월요일 오전 8시경. 미국의 B-29 전투기가 일본 히로시마 시에 원자 폭탄 하나를 투하했다. 길이 3m, 무게 약 4t의 이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8만여 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도시는 전부 잿더미로 변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8월 9일, 또 다른 B-29 미국 전투기가 이번에는 나가사키 시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고, 약 4만 명이 즉사했다. 이후 두 도시에서 방사능 노출과 관련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합군의 항복 요구에 끝까지 버티던 일본 왕 히로히토는 결국 나가사키 공격 6일 만인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다.
이로써 약 6년간의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렸다. 2차 세계대전은 인류사 최초로 원자 폭탄이 전쟁에 사용됐고, 수백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혹한 전쟁이었다. 만약 미국인 아닌 히틀러가 이끌던 나치가 먼저 개발해 전쟁에 사용하였다면 2차 세계대전의 판도는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베스트셀러 작가 샘 킨의 다섯 번째 책인 <원자 스파이>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과학자와 스파이로 구성된 인원들이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이다.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2차 세계 대전의 뒷이야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첫 등장인물로는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 출신에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으로 스파이가 된 모 버그와 독일의 원자폭탄 벙커를 파괴하기 위해 자폭한 조 케네디 주니어, 부역자로 위장해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마리 퀴리의 사이인 프레데리크 졸리오퀴리, 알소스 부대의 수장으로 파견되어 활약했던 보리스 패시 등 2차 세계대전의 숨겨진 영웅들의 활약을 그려내고 있다.
원자폭탄 개발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중수를 둘러싼 사건들, 원자폭탄의 정보를 얻으려고 적진에서 활약하는 첩보원들의 모험담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독일 원자 폭탄의 주역이었던 하이젠베르크의 이야기였다.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의 원자 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우라늄 클럽의 중심인물이었다. 도덕적인 문제로 논쟁했던 연합군 과학자들과 나아가 나치의 원자폭탄 프로젝트에서 애국심과 인류애 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워했던 하이젠베르크와 독일 과학자들의 고민 등 원자폭탄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느끼게 될 도덕적 딜레마를 생각할 수 있었다.
원자폭탄 개발에 연루된 많은 인물들은 자신들이 만들게 될 살상 무기의 파괴력을 심각하게 따져보지 못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도리어 그것이 정말 가능한지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 싶어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히틀러는 저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면죄부를 애초부터 가능하게 했고, 그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크리스퍼 놀란 감독의 12번째 영화 <오펜하이머>가 곧 개봉이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미국의 핵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하여 원자폭탄을 개발한 역사에 대한 전기 영화로 원자 스파이를 읽은 독자라면 반가워할 만한 소식이다. 개봉 전 샘킨의 <원자 스파이>를 읽고 관람한다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