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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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계절이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 펼친 공포 소설에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마른 자국엔 서늘함까지 느껴진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진 사위에 위화감을 느껴 괜스레 두리번거린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여름철 극장가의 주연은 공포 영화였다. 지금은 그 자리를 블록버스터가 꿰차고 있다. 물론 제작비 대비 흥행 신화를 쓴 소수의 화제작들이 호러 영화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전성기는 이미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서점가는 다르다. 절대적인 수는 많지 않아도 탄탄한 장르문학의 독자층은 좋은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출간된 전체 소설 분야 도서 중 3.1%가 추리,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로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왜 사람들은 호러 소설에 매료될까. 특히 학교 괴담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은 어느 나라에서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의 첫 집단생활의 규칙, 규율 및 학습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여, 입학을 앞두고 아이의 긴장과 불안이 서려 있는 곳. 이곳에서의 생활 중 이상한 일 한두 개쯤은 일어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스터디 위드 X>는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단편으로 어쩌면 표제가 되는 <스터디 위드 미>에서는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전교 1등 '수아'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주인공. 언젠가부터 수아의 영상에서 정체 모를 두 명의 귀신이 찍히게 되고 수아는 점점 야위어간다.

집단 괴롭힘과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던 '준우'는 그를 괴롭히던 강병세에게 벗어나려 집에서 꽤 멀리 있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입학 첫날 교과서를 받던 곳에서 상현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들은 빠르게 친해져갔다. 어느 날 상현은 준우를 괴롭히던 녀석들에게 복수할 방법이 있다며 그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고 하고 준우를 괴롭히던 녀석들은 한 번 들어오면 두 번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카톡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독특한 소재의 <카톡 감옥>.

<벗어나고 싶어서>에는 윤재는 수업 중에 교사인 미진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른다. 마지못해 미진은 학창 시절 때 만났던 친구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전학 간 학교에서의 첫날에 자신에게 다가와 도시락을 같이 먹자던 '우리' 뚱뚱하지도 않는데 방울토마토만을 가져와 점심을 먹고는 자신을 돼지라고 칭하는 이 아이에게는 어떤 사연이 가지고 있는 걸까.

<영고1830>은 지역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 영고에 주인공 희준은 진학하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가 재직 중이던 학교인 영고에서는 괴담이 존재했는데 매년 1학년 8반 30번에게 불행이 닥치기 때문이다. 중간만 하라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공부해 보지만 성적순으로 번호가 매겨지던 영고에서 최하위 등수인 1학년 8반 30번이 되고 만다.

<그런 애>에서는 예나의 가장 친한 친구 솔희는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그녀의 SNS에 노출이 심한 사진을 올리게 되고 학교 친구들로부터 조롱 받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예나는 학교 뒤편 소원을 들어 준다는 구덩이에서 솔희의 USB를 발견하게 된다.

<하수구 아이>에서는 학교 후문 하수구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는데 주인공이 초등학교 때 '하수구 아이'라고 불렸던 친구를 떠올리게 되고 속마음까지 털어놓았던 친한 친구였지만 주위의 시선과 친구들의 놀림으로 인해 모른 척 방관하게 되는데 잊고 지냈던 그 아이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숨기고 싶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 다가왔었던 학창 시절의 꿈을 꾸곤 한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입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 바둥되던 고교 시절의 꿈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때의 스트레스를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면서 가장 혹독했던 그 시절 가슴 설레며 친구들과 함께 듣던 추억의 괴담들.

가장 익숙한 공간이자 누구나 거쳐가는 곳 학교라는 공간에서 오싹한 괴담들의 소재가 변화고 있다. 단순 귀신의 등장이 아닌 경쟁 교육과 학교 폭력으로 인한 시기와 복수라는 소재가 늘고 있다. 경쟁 교육은 학생들에게 위선적, 가식적 태도를 심어 주며 그에 따라 학생들의 호전성도 증대된다. 나아가 폐쇄적,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심어준다. 친구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고립적으로 살아가며 그런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의 문제로 우리를 자멸케 할 수 있다. 지나친 경쟁 교육의 폐단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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