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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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미디어란 생활의 필수재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의 일상 곳곳에 미디어가 스며들어 있다. 미디어는 모든 정보의 원천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셜미디어 중독, 사이버불링, 가짜 뉴스 등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결국 이 문명의 도구를 어떻게 다룰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인간들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건네받은 불로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 불의 힘으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불을 선물 받은 우리 역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 삶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어 준 것들은 어느 것이든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 미디어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인터넷도 편리함 이상으로 많은 악영향을 낳고 있다. 즐겁고 유익한 콘텐츠뿐 아니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도 넘쳐난다. 특히 SNS는 인간관계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인신공격과 혐오 표현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우리 삶 곳곳에 뿌리내린 인터넷을 외면할 수 있을까? 통제하고 막는 것만이 능사일까?

<연결하는 소설>은 김애란, 구소현, 오소영, 서이제, 김혜지, 임현석, 김보영, 전혜진까지 일상의 소통을 의미하는 미디어를 주제로 한 단편들을 수록한 책이다. 이 책은 미디어의 탄생으로 인해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것들 중 일부분을 표현하고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와닿은 세 편의 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문을 장식하고 있는 소설은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애란 작가의 <침묵의 미래>는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생성과 그 사멸의 과정을 인간 자신의 운명처럼 그려내고 있는 일종의 관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언어의 마지막 화자들을 전시한 '소수 언어 박물관'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이 소설은 지금까지 김애란 작가가 보여주었던 매력적이고 견고한 이야기체의 구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념적 세계를 내보이는 듯한 뜻밖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종족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언어, 그리고 공포스럽게 찾아오는 침묵의 미래는 절대적으로 외롭고 고독하다는 사실과 직면하게 되는 소멸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0%를 향하여>를 특이한 문체로 적응이 힘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읽게 만드는 마법같은 매력을 가진 서이제 작가. <연결하는 소설>을 구성하는 작가 중 가장 주제와 어울리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단편<위시리스트>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알라딘 위시리스트에는 몇 백만원치의 책을 담아두는 자신을 돌아보며 결국 끊임없이 채워가는 행위란 오늘날의 필연적인 질병 '저장 강박'이 아닐까. 물건의 소유 여부가 내 존재를 빛나게 한다고 믿고 있는 현대인들이 소유욕에 대해 사유할 의미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임현석 작가의 <무료나눔 대화법> 역시 일상 생활에서 널리 이용되는 중고거래 어플의 사용으로 자신의 편견에 변화가 생긴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조건에서 어긋난 불편하고 피하고 싶었던 대화를 해오던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편협했던 자신의 사고를 돌아보며 비로소 타인과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개성에 대해 존중과 이해야 말로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일임을 깨닫는 하는 소설이었다.

근대에는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소양이었다면, 이제는 미디어 환경을 전방위적으로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며 비언어적 요소를 캐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미디어는 이제 지식과 정보를 매개하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언어라는 미디어의 본질에서 파생된 수많은 미디어 속에서 함께 살아갈 사회 구성원들간에 지켜져야 할 미디어의 무게와 중요성을 생각하며 미디어로 전달되는 내용의 의미를 정확하게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참된 쓰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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