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진하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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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며 정이 들어 사촌과 다를 바 없는 가까운 이웃을 '이웃사촌'이라 한다. 이 말속에는 이웃은 사촌처럼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규범적, 윤리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한곳에 머물러 토지를 경작하며 생활하던 농경사회에서는 이웃 간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이러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오늘날은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주거형태도 이동성이 높은 사회로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 곳에만 평생 살지 않는다. 유목민은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 좋은 목초지를 찾아 이동생활을 하듯 오늘날 사람들도 일과 직장 재산 증식 등 주가가치, 교통, 문화 환경 등의 다양한 이유에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 살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 해왔던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진하리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이웃들>은 가깝게 지내는 친구, 이웃, 가족 간의 내비치는 심리를 섬세하게 소설로 심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6편의 단편은 <휴가> 제외하고는 모두 연작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작가가 이야기하는 주제의식을 생각하면 모두 같은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소수자를 질시하고 배척하는 자신의 편협함을 정의감으로 포장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이해관계로 얽혀 서로에게 예의는 갖추지만 정있는 이웃이라고 하기에는 냉정한 관계.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진 이름뿐인 다정한 이웃들은 동일한 세계관 안에서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서정인 작가의 '원무'와도 닮아 있다.

어쩌면 이해관계로 묶인 타인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피로 연결된 가족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휴가>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주의 시선에서 본 가족들은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준왕이 두 살이던 해에 단체 가족 휴가에서 준왕의 누나 준희의 죽음을 중심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있었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모른 척 살아가는 가족들 역시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예증하고 있다.

신인 작가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탄탄하면서 섬세한 심리묘사는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손홍규 소설가의 말처럼 이토록 무시무시해도 되는 걸까. 나 역시 진하리라는 이름을 결코 잊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인간의 본성과 인간 사회의 여러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며 이것은 소설 속의 중산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지금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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